주간동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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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왕과 여왕 명성 딱 어울려

伊 바롤로·바바레스코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10-20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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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의 왕과 여왕 명성 딱 어울려

    브루노 지아코사의 바바레스코 와인(왼쪽)과 바를로 와인.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작은 마을 알바에서는 식탁 위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흰 송로버섯을 파는 장, 피에라 델 타르투포(Fiera del Tartufo)가 한 달간 열린다. kg당 300만 원을 호가하는 이 버섯을 사려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온 마을이 북적이고 버섯의 향긋함이 넘쳐날 때면 알바 인근 바롤로(Barolo)와 바바레스코(Barbaresco)에는 진한 가을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안개 속에서 알바의 또 다른 특산물 네비올로(Nebbiolo) 포도가 천천히 익어간다.

    네비올로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 부르는 바롤로와 여왕이라 부르는 바바레스코 와인의 주품종이다. 알바에서는 13세기부터 와인을 생산했지만 품질 면에서는 전혀 우수한 와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1832년 알바 근처 그린차네 시장으로 임명된 한 백작이 이 지방 와인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르 와인을 유독 좋아했던 이 백작은 프랑스 와인 양조가 루이 우다르를 초빙해 바롤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을 높여줄 것을 부탁했다. 우다르의 노력으로 바롤로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의 섬세함과 보르도 와인의 생명력을 지닌 고급 와인으로 재탄생했고, 순식간에 왕실과 귀족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이렇게 바롤로 와인의 새 역사를 개척한 이가 바로 통일 이탈리아 초대 총리 카보우르 백작 카밀로 벤소다.

    네비올로 포도로만 만드는 바롤로 와인은 높은 산도와 알코올, 그리고 풍부한 보디감을 자랑한다. 타닌도 워낙 강해 최소 2년은 배럴에서, 이후 최소 1년은 병에서 숙성해 와인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진 다음에야 출시가 가능하다. 이렇게 힘 있는 와인은 색이 진하기 마련인데 바롤로는 특이하게도 옅은 색을 띠고 있다.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와인에서는 암적색이 감돌고, 병 숙성이 오래된 와인에서는 벽돌색, 심지어 오렌지색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향의 농축이다. 바롤로 와인을 코에 대면 장미, 체리, 버섯, 타르, 감초, 가죽, 홍차 등 복잡하게 어우러진 향이 노골적이기보다 우아하게 다가온다.

    와인의 왕과 여왕 명성 딱 어울려

    바롤로 마을 포도밭 전경(왼쪽)과 네비올로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

    바바레스코 와인도 바롤로처럼 네비올로로만 만든다. 바바레스코는 바롤로에서 25km 떨어져 있는데, 원래 바롤로에 네비올로 포도를 공급하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도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을 이름을 따서 와인 이름을 바바레스코라고 지었다. 바롤로보다 강에 더 가까이 위치한 지리적 여건 덕에 기후가 온화해 바롤로 와인보다 타닌이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한다. 그래서 바롤로가 남성적인 와인이라면 바바레스코는 여성스러운 와인이다.



    바롤로와 바바레스코 와인은 오직 이 두 마을에서만 생산되다 보니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이탈리아 와인의 왕과 여왕을 상징하는 와인인 만큼 특별한 날 한 병쯤 즐겨볼 만하다. 타닌이 강하면서도 산도가 높아 지방이 많은 육류와 잘 어울리는데 족발이나 편육, 수육처럼 양념이 적은 고기와 즐기면 와인의 우아하면서도 미묘한 향을 담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직화구이로 즐길 경우에는 버섯을 곁들일 것을 권한다. 바롤로, 바바레스코에 담긴 미묘한 버섯향과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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