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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요리는 관계다 02

킨포크 테이블, 주인도 손님도 감동 100배

정성으로 차린 집밥에 가족·지인 마음 통하는 시간

  • 이지민 요리애호가 prnprn@naver.com

킨포크 테이블, 주인도 손님도 감동 100배

킨포크 테이블, 주인도 손님도 감동 100배

이지민 씨의 집밥 모임에 참석한 허영만 화백(오른쪽)이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고 있다.

‘집밥’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에세이와 레시피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소셜다이닝 사이트를 통해 낯선 이들과 한솥밥을 나눠 먹는 모임이 유행이고, 심지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식 집밥 체험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집밥이라는 단어는 정과 따스함을 연상하게 해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문화적 성향도 띤다. 집밥에 열광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평소 집밥을 사랑하는 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무척 반갑다. 소박하지만 정성 들여 잘 차려낸 밥상을 통해 나누는 정이 퍽퍽해진 우리 문화를 조금은 따뜻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집밥 사랑이 단순히 네이선 윌리엄스의 요리책 ‘킨포크 테이블’(The Kinfolk Table·가까운 사람들을 위한 식탁)에서 비롯한 건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 외식과 회식이 일상이 된다. 특히 홍보 일을 하면서 와인업계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맛집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좋은 식당의 음식을 먹을수록 ‘참맛’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졌고, 자연스레 집밥에 눈을 돌리게 됐다. 화려하게 치장한 값비싼 산해진미의 감동은 잠깐일 뿐, 조미료 맛에서 벗어난 진짜 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재래시장을 자주 찾고, 좋은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레 건강한 집밥을 추구하게 됐다.

현미와 콩 등 잡곡을 섞어 고슬고슬 막 지은 밥, 싱싱한 제철 나물에 된장과 참기름을 살짝 넣어 오물조물 무친 나물, 싱싱하고 때깔 좋은 고등어를 맛깔나게 구운 고등어구이, 잘 숙성된 된장에 감자와 버섯, 두부를 넣어 바글바글 끓인 된장국.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이런 집밥을 준비하다 보니 부부가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이 형성되고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모임에서도 자주 집밥을 선보였다. 입맛이 없다며 음식을 즐기지 않던 시어머니가 내가 차린 밥을 맛있게 드셨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의 집밥 노하우는 점점 발전했고, 자신감도 쌓였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좋은 사람들, 고마운 분들을 초대하는 게 일상이 됐다. 맛있는 음식과 한 잔의 좋은 술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기적인 집밥 모임을 갖는다. 허영만 화백, 이원복 교수, 양용은 프로골프선수 등도 그 모임에서 함께 둘러앉아 밥상을 나누는 지인들이다.



허영만 화백이 우리 집 ‘식객’

나의 식단은 재료와 계절에 따라 바뀐다. 그리고 모든 메뉴가 한꺼번에 나가는 일이 없다. 그날 메뉴 순서에 따라 막 조리한 따뜻한 음식을 차리고, 그에 어울리는 술을 함께 내놓는다. 부엌에서 계속 땀 뻘뻘 흘리며 요리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처럼 막 조리한 따뜻한 요리를 맛보는 손님의 만족도는 극대화되고 거기에 궁합 좋은 술까지 곁들여지면 한마디로 끝! 정성의 힘이 100배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우리 집 ‘식객’ 허영만 화백도 내 음식은 정성이 가득해서 좋다고 한다.

나는 집밥이 주는 이 감동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앞으로도 집밥 모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집밥의 참맛을 느끼며 실천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지민 씨는 홍보전문가이자 음주 및 요리애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www.facebook.com/drinksool)에 맛있는 술과 그에 잘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는 권주(勸酒) 만화 ‘대동여주도’를 연재하고 있다.



주간동아 959호 (p16~16)

이지민 요리애호가 prnpr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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