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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경환 부총리 고교 후배였어?”

“최근 軍 인사에 손대는 사람 너무 많다” 뒷말…崔 부총리 “전혀 관여 안 해”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경환 부총리 고교 후배였어?”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경환 부총리 고교 후배였어?”

2014 국정감사 첫날인 10월 7일 국방부와 군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이 인사제청위원회를 위해 모였다 무산된 것은 내가 아는 한 이번이 처음이다. 예정됐던 대통령 보고를 연기해가며 이튿날 다시 모인 위원회가 그날 저녁 늦게야 열린 것도 마찬가지다. 군 수뇌부가 마련한 인사안과 청와대의 ‘뜻’이 충돌한 게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진행 과정 자체가 엉망이었다는 뜻이다.”

10월 7일 국방부가 발표한 장성급 인사에 대해 한 예비역 인사가 남긴 말이다. 당초 10월 5일로 예정됐던 인사제청위원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해 이튿날 저녁 다시 열렸고, 통상 장관이 직접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하는 것이 관례였던 최종보고 역시 국정감사를 이유로 서면으로 대체됐다.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군 안팎에서 의구심 섞인 시선이 쏟아진 이유다. 청와대의 뜻과 맞지 않았던 부분은 과연 무엇이었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이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단초는 대통령 보고 직후 군 내부통신망에 올라온 인사 대상자 명단을 둘러싼 해프닝. 당국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명단에는 주요 대상자의 출신 고교와 지역을 포함해 인적사항이 공개됐다. 지역 안배와 형평을 고려한 인사임을 안팎으로 분명히 하고자 이를 함께 공개하는 것이 이전까지 관례. 그런데 이번에는 이미 공개된 게시물을 수정해 출신지 관련 정보를 삭제한 명단을 다시 올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언론에 배포되는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당초 국방부가 취합한 인사안 중에서 청와대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준장과 소장 진급자 가운데 인사와 군수 등 특정병과가 지나치게 많다는 게 첫 번째 불만사항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번 인사발표 후 가장 주목받았던 국군기무사령관 인선을 둘러싼 이견이었다는 것. 10월 5일의 해프닝을 만들어낸 직접 원인은 전자라는 설이 지배적이지만, 기무사령관 교체야말로 이번 인사 과정의 최대 쟁점이었다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출신지 관련 정보 삭제 해프닝



군 안팎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박지만 EG 회장의 육군사관학교(육사) 37기 동기이자 오랜 친구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던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교체. 통상 2년을 근무하는 자리인 데다 “이어지는 군 내부 사고와 관련해 사전에 제대로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 역시 설득력이 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박지만 라인’ 관련 논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경질론’과 “야전 경험이 부족한 이 사령관을 내년에 대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한 준비 차원에서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내보낸 것”이라는 ‘배려론’이 청와대 안보부서 내부에서조차 팽팽히 맞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군 관계자들은 언론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또 다른 포인트를 지목한다. 새로 임명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발탁된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쉽게 말해 “이 전 사령관이 자리를 떠난 배경보다 조 신임 사령관이 선택된 과정이 더 오리무중”이라는 이야기다.

인사발표 후 알려진 것처럼 조 사령관은 육사 34~43기 생도 120여 명이 속했던 사조직 ‘알자회’ 회원이었다. 하나회 숙청 이후 사조직 문제에 극히 민감했던 국방부는 1994년 이래 이들에 대해 진급과 보직 차원에서 불이익을 줬고, 이후 그 대부분은 군문(軍門)을 떠났다. 남아 있는 장교들은 통상 3차 진급에서야 기회를 얻었던 게 그간의 관례. 조 사령관은 대령 진급과 이번 중장 진급에서 모두 2차 명단에 오른, 사실상 유일무이한 경우다. 기강해이 문제를 책임지고 색출해야 할 기무사령관 자리에 비록 20여 년 전 일이라고는 해도 군 사조직 전력자를 임명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이와 달리 기무사 내부에서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은 조 사령관이 이명박 정부 초기 국방부 인사기획과장으로 일했다는 사실. 대표적인 ‘인사통’인 그는 이후 육군인사사령부 인사운영처장, 육군본부 인사기획처장 등 이명박 정부 내내 인사운용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군 안팎에서 품고 있는 문제의식의 골자는 당시가 이른바 ‘살생부(殺生簿)’ 논란으로 군 고위장교단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시기였다는 점. 전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부 등 주요 보직에서 근무했던 장교들을 진급에서 배제한 것으로 요약되는 당시 파동은 정치적 잣대로 군 인사를 좌우한 최악의 사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 사령관은 이 무렵 ‘살생부 인사’의 막후 주역으로 알려졌던 당시 기무사령관과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과 같은 경북 출신이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던 시기의 수혜자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탁월한 업무 능력과 포용력 등 조 사령관의 개인적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전·현직 군 관계자들조차 기무사령관 임명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내비친다. 최근까지도 후폭풍과 부작용이 반복되는 파문의 실무 당사자를 고위 장교의 동향을 파악,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책임자로 발탁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는 취지다.

사조직 ‘알자회’ 회원 출신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경환 부총리 고교 후배였어?”

10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왼쪽)과 조현천 신임 국군기무사령관. 이날 국감에서 사령관 교체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자 이 전 사령관은 “(최근 이어진 군 내부사고에) 책임을 느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예천이 고향으로 대구고(18회)를 졸업한 조 사령관의 이력이 새삼 주목을 끈 것은 이 때문이다. 뒷말을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대구고(15회) 선배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이 회자되는 까닭이다. 학교를 함께 다니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동문회 활동에 참여해왔다는 게 이 학교 동문들의 설명이다. 8월 임명된 임환수 국세청장이 대구고(20회) 출신으로 최 부총리와의 인연 덕분이라는 입길에 올랐던 것과 맞물려 설왕설래가 한층 증폭된 모양새다.

일부 소식통은 이번 기무사령관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도 개인적 친분이 남다른 진급 대상자를 추천했다고 전한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전후해 조 사령관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지만,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탓에 막판까지 혼선이 이어졌다는 것. 전통적으로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령관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관례나 한민구 장관 개인의 온건한 성격에 비춰, 이번 혼선을 ‘국방부가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부총리가 군 내부 문제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느냐는 의견부터, 권력 핵심이 주목한 것은 조 사령관의 능력과 인품이지 출신 지역이 아니라는 견해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도 인연이 깊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견해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주간동아’의 공식질의에 최 부총리 측은 “(기무사령관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출신 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말이 나오는 것뿐 아니겠느냐는 취지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의 군 인사와 관련해 ‘너무 많은 사람이 손을 댄다’는 의견이 군 고위 장교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이라는 공식라인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처장 등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거론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가안보실장과 군 출신인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이름이 인사철마다 회자됐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의구심 섞인 시선이 이번 인사에서는 안보라인 바깥으로까지 넓어진 셈이다. 한 예비역 고위관계자는 “(군 인사에서) 최소한의 명분이나 원칙을 과시하겠다는 의지마저 엷어진 듯해 염려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959호 (p18~20)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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