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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기차 상용화 문제는 배터리야

고속충전 어렵고 짧은 주행 난제 여전…배터리액 교체·마그네슘 전지 등 개발 한창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전기차 상용화 문제는 배터리야

전기차 상용화 문제는 배터리야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레이 EV’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산하는 고속 전기자동차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부르는 IT(정보기술) 기업 애플이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과 손목에 차는 스마트기기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애플워치는 발표 전부터 많은 이의 관심을 받은 제품으로, 애플은 독일 자동차 명가 BMW가 판매 중인 신개념 전기자동차 ‘BMW i3’와 ‘BMW i8’의 원격제어 기능을 이 기기에 포함했다. 손목에 찬 시계로 자동차의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문 개폐 등 다양한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애플이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많은 자동차 마니아에게 호평을 받았다.

전기차는 주행 중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데다 승차감과 동력 성능이 우수하다. 세계 각국 자동차 업체가 앞다퉈 전기차 출시에 관심을 두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들은 시내 운전용 보조 자동차, 혹은 미래시장을 선점하려고 내놓는 콘셉트카(Concept Car) 성격이 강하다. 최근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점칠 만한 첨단기술이 속속 등장한 덕분이다.

주유기에서 기름 대신 ‘배터리액’ 교체

많은 사람이 아직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한데, 바로 충전 문제다. 먼 거리를 가지 못하고, 충전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기아자동차가 판매하는 국산 전기차 ‘레이 EV’를 예로 들어보자. 이 자동차를 급속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그러나 한 번 충전하면 140km를 채 달리지 못한다. 속도를 올릴수록 전기소모율이 높아져 장거리 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어컨을 켜면 주행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1시간 남짓 달리면 다시 30분가량을 충전해서 써야 하는 식이다. 심지어 급속충전을 자주 하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수 있어 가급적이면 6시간 이상 걸리는 완속충전을 하는 편이 좋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많은 자동차 회사와 세계 각국의 대학, 연구기관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 중이다. 이들이 내놓은 기술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플로 셀 배터리(Flow Cell Battery)’다. 플로 셀 배터리는 내부에 들어 있는 ‘건전지액’을 외부로 뽑아내 별도의 탱크에 담아두는 독특한 형태의 전지다. 원래 전지는 내부에서 두 종류의 액체를 섞어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플로 셀 배터리는 배터리 밖에 있는 탱크에서 액체를 배터리 내부로 순환시켜 전기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본래는 빌딩 등에 대규모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대용량 전기저장장치’(ESS)를 개발하려고 만든 기술이다.



전기차에 이 배터리를 쓰면 외부(주유소 등에서)에서 기름을 넣듯 배터리액을 주입할 수 있고, 이 경우 긴 충전시간 문제가 사라질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존 주유소에 배터리액 교체 시설을 갖춰야 한다.

7월 말 독일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 기업 나노플로셀AG는 주행거리가 600km 이상이고, 최고출력 920마력이 넘는 고성능 전기차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독일 기술감독협회(TUV Sud) 인증을 받아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플로 셀 배터리 기술을 최초로 도입해 화제가 된 이 전기차는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이 2.8초, 최고속도는 시속 379km에 달해 흔히 말하는 ‘슈퍼카’ 반열에 들어간다.

이 외에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간단한 전기차 상용화 방법은 충전소에 들러 표준화된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넣는 것이다. 처음 차량을 구매할 때 배터리 비용을 지불하고, 약속한 기간이나 횟수만큼 배터리를 갈아 넣을 권한을 얻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울 건 없지만, 이 방식은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기름을 절반만 채우는 식으로 충전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용자 처지에선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현재 길어야 200~ 300km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일반 승용차의 최대 운행 거리인 600~700km 수준으로 늘리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충전소를 상당히 자주 찾아야 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마그네슘-소금물’ 전지를 쓰는 방법도 있다. 마그네슘은 소금물과 반응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를 만드는데, 이 원리를 적용해 자동차를 달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상용화되면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소에 들러 배터리가 아니라 차 속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 판’을 갈아 넣고 소금물을 보충하면 된다.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넣는 것에 비해 무게 대비 전기 저장 용량이 3~5배 크기 때문에 한 번 충전으로 이동 가능한 거리가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교체한 마그네슘 판은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다시 쓸 수 있다.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해 시험운행까지 마쳤지만 아직 상용화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상용화 문제는 배터리야
‘슈퍼캐퍼시티’ 개발 노력도 진행 중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흔히 ‘슈퍼캐퍼시티’라고 부르는 초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1분 안에 고속충전을 해도 배터리 수명에 문제가 없고, 용량도 몇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배터리의 기본 성능을 늘리는 문제라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실험실 수준에선 긍정적인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4월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충전 용량이 기존 배터리보다 3배 크고, 충전 시간은 약 1000분의 1로 줄인 ‘수직구조 그래핀 플레이크를 이용한 고성능 저장장치’ 배터리 전극 기술을 개발했다. 아직 배터리 전극만 개발한 단계로, 상용화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밖에 달리는 자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무선전력전송’ 방식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지만 도로에 충전 장치를 매립하는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버스나 철도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는 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고,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시 이용하는 방식이라 이론적으로는 일반 자동차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현재 전기차 충전비가 휘발유나 경유 값보다 파격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이유는 원자력발전 등으로 얻은 값싼 전기를 활용하는 데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가 자동차 연료비에 적잖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가 상용화할 경우 정부는 또 다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배터리액의 유출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전기요금 체계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 상용화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법과 제도일 수도 있다.



주간동아 955호 (p68~69)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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