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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밥값을 못한다” vs “경험이 경쟁력”

기업은 고령 인력 활용 방안 찾고, 개인은 지속 역량 개발 필요

  •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밥값을 못한다” vs “경험이 경쟁력”

“밥값을 못한다” vs “경험이 경쟁력”
최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경제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 역시 인력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건비 부담 증가와 조직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령화에 따라 인건비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급여와 직급체계의 연공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급여 보상체계를 보면 여전히 연공 요소가 강하다. 소임이나 성과보다 근속이 오래될수록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는 말이다.

기업 내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더라도 일정 정도 급여 인상은 이뤄진다. 이는 매년 기본연봉에 누적된다. 결과적으로 근속이 오래될수록 급여는 계속 상승한다. 아울러 승진하면 급여도 대폭 상승하는데, 이는 그때까지 평가가 좋았던 사람과 평범했던 사람 간 차이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구나 우리 기업의 승진 관행상 한두 번 누락한 사람은 다음 기회에 승진하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때가 되면 승진하고, 승진하면 상위 직급 초임으로 급여가 재조정된다. 이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인건비 증가를 초래하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능력 저하 늘어나

물론 고령 인력이 급여를 받는 만큼 일한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속 연수와 나이가 늘어날수록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밥값을 못하는’ 고령 인력에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일단 나이를 먹을수록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첫 번째 유형은 노화에 따른 능력 저하다. 1994년 미국에서 진행한 한 연구는 직무수행 능력을 9가지로 분류하고 미국노동국에 등록된 3만568명을 대상으로 약 15년간 이들의 능력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20대를 정점으로 나이에 따라 대부분 능력이 저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은 누구나 노화에 따라 인지능력과 행동능력이 감소하고 기억력이 감퇴한다. 새로 배우는 속도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업무에서의 성과 또한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두 번째 유형은 실무능력 퇴화다. 기업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필요한 경우 조직구조를 개편하곤 한다. 그 결과 팀장을 하던 인력이 보직에서 해임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실무를 하지 않는 동안 자연스럽게 ‘업무 근육’이 퇴화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유형은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으로, 실무를 피하려는 경우다. 실무보다 ‘관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그중 하나다. ‘내가 이 나이에 직접 하랴’라는 마인드로 후배에게 지시하려고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권위적인 사고방식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이다.

네 번째 유형은 학습된 무기력이다. 부하직원이 기획을 해오면 “옛날에 해봤는데 안 돼”라며 실무자의 기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경력이 오래된 직장인이 종종 보이곤 하는 이러한 패배주의는 본인 성과를 저하하는 것은 물론 후배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 매너리즘 문제도 이와 거리가 멀지 않다. 직장 경력이 길다는 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덕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지만, 반면 자기 일에 흥미를 잃거나 타성에 빠져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에 소홀해질 우려도 만만찮다.

이러한 다섯 가지 유형은 구성원 스스로 일을 안 하려고 하거나 제대로 못하는 경우지만, 상사가 일을 시키기 힘든 경우도 있다. 고령 인력에 적합하면서도 가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면 더욱 그렇다. 어느 직장에나 고부가가치 업무가 있는 만큼 단순한 저부가가치 업무도 많은 법인데, 그렇다고 이를 연봉이 높은 고령 인력에게 맡기기도 어렵다. 더욱이 팀장 처지에서는 고령의 팀원, 특히 입사 선배인 연상의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밥값을 못한다” vs “경험이 경쟁력”
풍부한 경험과 높은 충성도

이러한 요인으로 기업 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TV 광고 카피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베르디가 ‘아베 마리아’를 작곡한 때가 85세였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원시와 근시 겸용 안경을 발명한 것은 78세 때였으며,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91세까지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일했다.

2004년 진행한 외국 학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결정화된 지성’(Crystallized Intelligence)은 증가한다. 결정화된 지성이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익힌 그 나름의 노하우와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을 말한다. 인지능력이 저하한 고령자가 젊은이 못지않게 효과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결정화된 지성 덕이다. 고령자의 경우 개념적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경험적 창의성이 증가하면서 종합적으로는 젊은 직원을 넘어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쉽게 말해 고령 인력의 풍부한 경험과 높은 충성도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이를 전제로 기업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고령 인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작업이다. 물론 고령 인력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실무를 회피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현장 실무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알던 것이나 익숙한 것에만 의존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적극 배우려는 지속적인 역량 개발 노력도 중요하다. 기업과 개인의 이러한 노력이 병행돼야 고령 인력은 그냥 회사에 다닐 뿐인 인재(人在)가 아니라 기업을 떠받치는 인재(人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955호 (p38~39)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jrho@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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