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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수익 늘면 뭐하나 달러로 환전 못 하는데…”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북한에 돈 묶여 추가 대북투자 불가 선언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수익 늘면 뭐하나 달러로 환전 못 하는데…”

고려링크는 북한 유일의 이동통신사다. 2008년 12월부터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려링크의 지분 가운데 75%는 이집트의 오라스콤, 25%는 북한 체신성이 갖고 있다.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은 이집트 최대 민영기업 가운데 하나다. 2013년 5월 현재 기준으로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오라스콤은 밝힌 바 있다. 북한 인구가 250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주민 12명 가운데 1명꼴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북한 땅에 ‘휴대전화 열풍’을 몰고 왔다면 오라스콤 역시 기업으로서 ‘대박’을 치는 게 경제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北 이통가입자 200만, 겉으론 ‘대박’

중국 베이징 특파원 시절 필자는 2012년 7월과 2013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오라스콤 관련 취재를 했다. 첫 번째는 ‘오라스콤이 북한 류경호텔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류경호텔은 1987년 북한이 프랑스와 합작해 건설에 착수한 평양의 105층짜리 건물이다. 92년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에 맞춰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그해 건축률 6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대금이 제때 집행되지 않는 등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프랑스 기술진이 철수해버린 것이다.

이후 류경호텔은 ‘지상 최대 쓰레기’라는 오명 아래 흉물로 방치됐다가 2008년 4월 오라스콤이 투자에 나서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2011년 11월에는 국제적인 호텔체인인 독일 캠핀스키 호텔그룹이 경영에 참여했다.

필자가 2012년 7월 당시 북측 인사 등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은 이렇다. 2008년 오라스콤이 공사를 맡는 조건에는 류경호텔에 48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호텔을 50년간 사용하는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던 오라스콤은 호텔 내부 장식 공사를 앞둔 상황에서 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2012년 6월 최종적으로 북측과 계약 파기에 서명했다. 오라스콤은 평양의 또 다른 호텔인 대동강호텔의 리모델링 사업권 역시 포기했다.



오라스콤이 류경호텔 리모델링 사업권을 포기하자 북한은 다른 사업자를 찾으려고 전 방위로 움직였다. 우리나라 대북 사업가에게도 50년 호텔 사용권을 주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북한 내 대표적 투자기업 오라스콤마저 포기한 류경호텔 사업에 선뜻 나설 기업은 없었다.

그런데 3개월여 뒤 필자의 이러한 보도를 완전히 뒤집는 기사가 나왔다. 출처는 캠핀스키 호텔그룹의 레토 위트워 회장이었다. 위트워 회장은 2012년 10월 말 ‘인천 용유·무의 관광복합단지 에잇시티(8City) 마스터플랜 및 선도 사업 발표회’에 참석하려고 방한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발언 내용은 국내 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류경호텔은 외장공사가 끝났고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7~8월쯤 최대 150개 객실 규모로 호텔을 개장한다. 오라스콤이 류경호텔 관련 공사를 중단했다는 보도는 낭설이다. 류경호텔이 완공되면 오라스콤이 소유권을, 캠핀스키가 운영권을 가진다. 북한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데, 오라스콤이 희토류 개발권도 가졌다.”

하지만 위트워 회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북측 인사가 보인 반응은 코웃음이었다. 위트워 회장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외를 돌며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캠핀스키 호텔그룹은 류경호텔 지하에 있는 3개 층의 유흥시설 공사를 맡았지만,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고 북측 인사는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오라스콤이 류경호텔뿐 아니라 북한 이동통신사업에서도 계약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이 전한 내용은 이렇다.

“오라스콤은 2012년 10월 북한과 이동통신사업 3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오라스콤이 당시 조건을 지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될 공산이 크다. 재계약 조건에는 이 회사가 북한에 진출하면서 약속했던 투자금 가운데 미집행된 금액을 2012년 말까지 집행 완료한다는 조항과 평양 놀이시설에 유럽식 인공 파도타기 설비를 설치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오라스콤이 이를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오라스콤 측에 계속 투자를 이행하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오라스콤을 대신할 외국 자본을 물색했다. 한 중국계 기업과 북한 나선(나진·선봉) 특구에서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다는 태국계 기업이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남한의 한 대기업도 당시 새 정부에서 대북정책이 바뀔 것에 대비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

다시 10개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은 “더는 대북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배당금이 회수될 때까지 그 일당지배국가에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에는 ‘오라스콤이 북한 당국의 규제에 묶여 4억 달러의 현금 잔고를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오라스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2013년 9월 말 현재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였다.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작성한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익 늘면 뭐하나 달러로 환전 못 하는데…”

2012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인천 용유·무의 관광복합도시 에잇시티(8City) 마스터플랜 및 선도 사업 발표회’에 참석한 캠핀스키 호텔그룹 레토 위트워 회장(왼쪽 사진 중 서 있는 사람). 2011년 1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이집트 오라스콤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가운데)을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 자리에는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배석했다.

자금 부족해 류경호텔 투자 못 해

‘고려링크 수익은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2억3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0% 넘게 증가했다. 고려링크의 순자산도 2013년 1분기 말 4억2000만 달러에서 3분기 말에는 5억1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현금 잔고도 3억3000만 달러에서 4억2000만 달러로 30% 가까이 증가했다. 수익 증가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중략) 고려링크가 4억 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집트 본국으로 송금할 수 없어 원화 형태로 갖고 있다. 북한 당국이 현금 잔고를 특정한 영업과 자본비용에만 사용하도록 규제해 외화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가 지난해 초 만난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 달 전화요금은 기본 2500원(북한 원)이다.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25달러. 기본요금을 초과할 때는 전화요금을 외화로 내게 돼 있다.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거둬들인 휴대전화요금은 모두 북한 화폐인 셈이다. 오라스콤은 이 돈을 달러로 환전하려 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 오로지 기본요금 초과분에 대해서만 달러로 주겠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공식 환율은 1 대 100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 대 5800이다. 즉 북한 돈 5800원을 줘야 시장에서 1달러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북한 돈은 사실상 돈도 아니라는 뜻이다. 오라스콤이 내민 대응 카드는 달러로 환전을 해줘야만 류경호텔 리모델링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 당국이 이를 거절하자 결국 자금이 부족한 오라스콤은 류경호텔 공사에 투자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4월에는 사위리스 회장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와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사위리스 회장이 지난해 말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오라스콤의 북한 내 사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1년 1월 방북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사위리스 회장은 당시 술에 취한 장성택과 팔짱을 끼고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주간동아 952호 (p52~53)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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