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6

2014.07.14

디스크 수술, 언제 해야 좋을까

비수술 치료 후 영상의학적 판단과 통증 정도 따라…결국 결정은 환자 몫

  •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7-14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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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 수술, 언제 해야 좋을까
    “병원에서 척추 디스크 수술을 하라는데 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질병 치료와 예방에 대해 취재하는 의학담당 기자라면 누구나 받아봤을 법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기자는 대부분 이렇게 되묻는다.

    “병원 이름과 담당의사 이름이 뭐죠. 어느 정도로 통증이 심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요즘 소문난 척추병원에서도 웬만해선 수술을 권하지 않는 데다 디스크라는 질병이 영상의학적 소견이 정확히 똑같더라도 환자마다 느끼는 통증 정도와 형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영상의학적 소견이 아주 나쁜 경우에도 통증이 일상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라면 수술을 하지 않는 게 대세인 것도 한 이유다.

    디스크는 염증성 질환



    그렇다면 디스크 수술 결정은 어떤 상황에서 내려지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상의학적으로 디스크가 어떤 형태로든 삐져나와 척추신경을 누르는 상태가 확연하고,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을 느낀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통해 삐져나온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결정하는 데는 대전제가 붙는다. 수술을 하기 전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신경치료, 비침습적(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각종 시술(신경성형술) 등 수술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해봐야 한다. 치료를 다 했는데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지속돼 환자가 수술을 요구할 때, 다시 말해 수술에 동의할 때 담당의사는 수술을 결정한다. 물론 디스크가 터져 연골조직(수핵)이 밖으로 완전히 삐져나온 상태에서 사지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척추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스프링처럼 완충작용을 하는 말랑말랑한 연골로, 좀 딱딱한 젤리를 연상하면 된다. 의학용어로는 추간판(척추원반)이라 하는데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움직일 때, 앉거나 뛸 때 아래위 척추뼈 사이에서 뼈가 서로 부딪치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이 추간판을 좀 더 자세히 보면 타원형의 도너스 모양으로 그 한가운데에 연골이 있으며, 바깥쪽에는 이 연골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울타리 기능을 하는 아주 질긴 섬유조직이 둘러싸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선 이 질긴 섬유조직이 연골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을 막아주지만 어떤 이유로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찢어지고, 더 심해지면 찢어진 막을 통해 연골이 밖으로 삐져나오는데 이 삐져나온 상태를 두고 디스크가 터졌다고 얘기한다. 이 막이 손상되는 원인은 매우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디스크의 노화로 연골과 막의 탄력이 떨어져 생기는 증상이다. 안에 있는 디스크 조직이 정상 범위를 탈출해 생기는 질환이라고 해서 추간판 탈출증, 디스크 탈출증이라 부르지만 일반인은 통칭 ‘허리 디스크’라고 하며, 언론에서도 이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적인 추간판은 약 8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바로 이 수분이 연골의 탄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며, 수분 함량이 60% 이하로 줄어들면 그만큼 탄력도 떨어진다. 탄력이 떨어지면 척추뼈에 가해지는 미세한 충격이 쌓이면서 결국 연골을 둘러싼 막이 찢어지고 심해지면 연골이 밖으로 삐져나오게 된다. 특히 잘 찢어지는 부위는 힘이 모이는 좌우 모서리 부분이다.

    흔히 일반인은 디스크 연골이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는 그 자체가 통증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디스크가 터지면서 밖으로 삐져나온 연골조각 속에 포함된 염증 성분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의 특징적 증상은 다리 아래쪽으로 감전된 듯 쫙쫙 내려가는 방사통과 땅기는 증상이다. 튀어나온 요추 부위가 다리로 내려가는 어떤 신경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방사통이 오는 형태와 부위도 달라진다. 이 밖에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서 있거나 걸으면 오히려 편해지며, 굽힐 때 아프고 펴면 통증이 없어지고,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다리 아래 허벅지 부분이 많이 땅긴다면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한번 손상된 신경은 돌아오지 않아

    디스크 수술, 언제 해야 좋을까

    허리 디스크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의료진이 신경성형술을 시술하고 있다.

    디스크가 터져 삐져나온 연골조각 속 염증 성분은 맞닿은 허리신경에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 반응이 일어난 신경은 바로 붓게 되고, 부은 신경은 혈액순환을 차단하면서 각종 통증을 일으킨다. 이러한 상태를 의학용어로는 신경구획증후군이라 하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신경 부종이 점점 악화하면서 통증도 심해진다. 이른바 염증성 신경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전체 디스크 탈출증의 90% 이상이 염증성 신경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허리 디스크가 뼈 질환만이 아닌, 신경 질환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는 전공과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통증의학과로 나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는 뼈 문제이자 신경 문제이며, 결국 통증 문제인 셈이다. 따라서 염증성 허리 디스크 경우에는 통증만 잡을 수 있다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초기인 디스크는 소염제를 먹고 올바른 자세로 걷는 운동만 지속해도 디스크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지만, 약물 복용과 물리치료로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신경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물질을 제거하는 약을 직접 주사하는 시술을 받아보는 게 좋다. 몇 차례 주사 시술에도 효과가 없다면 내시경을 염증 부위에 넣어 신경 부위 염증을 제거하고 부종을 빼주는 비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요즘은 내시경을 이용해 터진 디스크를 정리해주는 시술도 많이 한다.

    일반인이 꼭 알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한번 손상된 신경은 시술이나 수술을 해도 원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술이나 수술로 통증은 완전히 사라지거나 확연히 줄어들 수 있지만 뻑뻑한 느낌이나 다리의 운동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만약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허리 디스크 발병 이전의 완벽한 상태로 돌아간 경우가 있다면 대단한 행운이라고 봐야 한다. 수술과 시술 후에도 바른 자세로 걷는 운동을 통해 끊임없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 먼저 신경이 염증 물질에 점령돼 변성이 오는 일이 없도록 허리 통증이 진행되는 초기에 병·의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 담당의사가 영상의학적 소견과 각종 치료를 해본 끝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권한다 해도 최종 판단은 결국 환자 자신의 몫이다. 영상의학적 소견상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환자가 도저히 통증을 견딜 수 없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해서 얻는 이득이 수술을 하지 않을 때 입게 되는 고통보다 조금이라도 크다면 의사의 판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수술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다가 만에 하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양종윤 구리 굿모닝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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