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3

2014.06.23

폭 넓은 향…검은 수탉 엠블럼

伊, 키안티 와인 고르기

  •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6-23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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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 넓은 향…검은 수탉 엠블럼

    키안티 클라시코의 한 와이너리와 포도밭. 모나리자가 태어난 곳이며 ‘모나리자’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닭표 와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닭과 와인 사이의 재미있는 전설은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렌체와 시에나는 군사적 요충지인 키안티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했는데, 싸우다 지친 두 도시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새벽 첫닭이 울면 피렌체와 시에나에서 각각 기사가 말을 달려 둘이 만나는 지점을 두 도시의 경계로 삼자는 것이었다. 피렌체는 검은 수탉을 며칠 동안 굶겼고 시에나는 하얀 수탉이 힘차게 울 수 있게 잘 먹였다. 결전의 날 검은 수탉은 배가 고파 동이 트기도 전 울어댔다. 그 결과 피렌체 기사가 시에나 기사보다 훨씬 먼저 출발할 수 있었고, 키안티 지역 대부분이 피렌체로 귀속됐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는 키안티에서도 심장부로 중세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해왔다. 이 지역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부르며,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전설에 등장한 검은 수탉 엠블럼을 붙인다. 하지만 키안티는 7만km2에 이를 만큼 광활한 지역이다.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와인 품질이 고르지 않고 가격도 병당 1만~2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러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키안티 와인을 만드는 주품종은 산지오베제로 체리, 자두, 산딸기 같은 향미와 좋은 산도를 갖고 있어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다. 하지만 토양과 기후에 민감한 품종이라 완숙한 포도로 만들지 않으면 신맛이 두드러지고 거친 타닌을 갖게 된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키안티 내에서도 산지오베제가 가장 잘 익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으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한다.

    폭 넓은 향…검은 수탉 엠블럼

    생산지와 숙성 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생산되는 키안티 와인들.

    클라시코 외에도 키안티에는 7개 하위 지역이 있는데 콜리 피오렌티니(Colli Fiorentini), 루피나(Rufina), 콜리 아렌티니(Colli Aretini), 콜리 세네시(Colli Senesi), 콜리네 피사네(Colline Pisane), 몬테스페르톨리(Montespertoli), 몬탈바노(Montalbano) 중 하나가 레이블에 적혀 있으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 이용해 만든, 지역적 특성을 잘 표현한 와인이란 뜻이다. 키안티만 레이블에 적혀 있으면 키안티 내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일반 등급 와인이다.



    와인은 좋은 포도로 만들수록 긴 숙성 기간을 견디며 더 복잡한 맛을 표현한다. 일반 키안티 와인은 포도를 수확한 이듬해 3월 1일 시장에 나오지만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숙성을 더 거쳐 10월 1일부터 판매한다. 키안티 수페리오레(Superiore)는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생산되진 않아도 질이 좋은 포도만 골라 클라시코만큼 숙성시켜 10월 1일 출시한다. 레이블에 리제르바(Riserva)가 적혀 있으면 최고 포도로 만들어 오래 묵힌 와인이다. 키안티 리제르바 또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오크통에서 최소 2년, 병입해서 최소 3개월간 숙성을 거친다. 2013년에는 최소 30개월을 숙성해야 하는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가 새롭게 발표됐는데 이 등급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만 적용된다.

    키안티 와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이에겐 안티노리, 프레스코발디, 루피노의 와인을 추천한다.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로, 포도 생산지와 숙성 기간에 따라 2만~3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폭넓은 가격대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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