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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사는 터지고 또 터지는데 달라진 것 하나 없다”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로 아들 잃은 이후식 씨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참사는 터지고 또 터지는데 달라진 것 하나 없다”

“참사는 터지고 또 터지는데 달라진 것 하나 없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물속에 빠져 5명이 사망한 가운데 2013년 7월 21일 유가족 대표 이후식 씨가 장례절차를 발표하고 있다.

2013년 7월 18일 충남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던 평범한 가장 이후식 씨의 삶의 시계는 멈췄다. 공주사대부고 2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수련 행사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사망했기 때문이다. 무자격 교관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아이들을 머리가 잠길 만큼 깊은 바다에 던졌다. 거센 물살 속에서 아이 80여 명은 서로 손잡고 띠를 만들어 겨우 물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5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이튿날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 숙이며 약속했다. 장관 명예를 걸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철저히 보상하겠다고.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같은 약속을 했다.

판박이 세월호 참사 가슴 아파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책임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하청 업무를 맡은 여행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 4월까지 정상 영업했다. 올해 들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등 어린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연이어 일어났다.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묵묵히 싸우는 이씨를 5월 21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를 검색하고 있었다. “아직도 실종자가 17명이네요.” 그가 한숨 쉬듯 말을 뱉었다. 그의 왼쪽 가슴팍에서 작은 노란리본이 조용히 흔들렸다.



▼ 세월호 참사 초기 진도 팽목항에 다녀오셨죠.

“네, 마음이 아파 안 갈 수 없었습니다. 실종자 구조가 먼저니까 저희야 유가족 대표들이랑 몇 마디 나누고 그냥 묵묵히 울다 왔죠.”

▼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부터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까지 귀한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지난해 사고를 겪었으니 최소한 학생들 수학여행, 수련회 가는 이동수단이나 숙소에 대해서라도 철저히 검증하고 안전대책을 세웠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죠. 내 아들이 희생됐을지라도 안전을 강화해 또 다른 사건을 막는 계기가 됐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사실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는 판박이입니다. 돈벌이에 눈이 먼 업주가 안전을 무시한 채 사설업체에 일괄 위탁하고, 자질이 부족한 직원들은 사고가 난 후 도망치고 변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정부 기관은 부패해 자질 없는 기업이 운영하도록 사실상 용인했고 사고 이후 관계부처끼리 책임을 떠넘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요.”

▼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의 1심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직접 사건에 개입한 교관들만 과실치사로 1년 반~6개월 형을 받고 항소했고, 하청받은 여행사 대표는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 청소년수련업체, 하청 여행사 대표에게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 않나요.

“업체가 학교와 계약할 때 안전 관련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로 했고, 이들이 불법 사설 해병대 캠프를 고용했으니 법적 책임이 당연히 있죠. 하지만 판사가, 하청을 줘 일어난 사고에서 원청회사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공사현장의 판례를 적용했어요. 실질적으로 면책해준 거죠. 전직 해양경찰청장과 대형 로펌에서 피의자 변호를 맡았으니, 우리가 당해낼 수 없었어요.”

담당 군청 과장 오히려 진급

“참사는 터지고 또 터지는데 달라진 것 하나 없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일어난 해병대 캠프 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해당 수련업체는 사고 발생 이전에도 문제가 많았다면서요.

“업체는 불법식당 운영 등으로 경고 2번과 과태료 4번을 받았어요. 청소년수련법에 따르면 ‘두 차례 잘못으로 과태료를 받으면 영업취소허가사항이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태안군청은 영업 취소하지 않았어요.”

▼ 사고 지역은 조류가 심하다던데, 어떻게 캠프 운영을 할 수 있었나요.

“바다에서 청소년 수련활동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2012년 국립공원 측은 ‘사적 업체가 국립공원 앞에서 이익 창출을 할 수 없고 조류와 물살이 세다’며 해당 지역의 허가권을 폐지했어요. 그런데 태안군청과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편법으로 해당 지역에서 1km 떨어진 안면도파출소 앞바다에 다시 허가를 해준 거죠. 정작 사고가 난 지점은 2012년 허가권이 종료된 곳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재판에서 다뤄지지도 않았어요.”

▼ 재판 과정에선 어떤 얘기가 다뤄졌나요.

“우리는 수사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재판에 임했어요. 재판 두 달 후에야 겨우 수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죠. 재판은 매번 20분 남짓만 진행됐고요. 검사는 ‘죄인이 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심문이 필요 없다’며 심문도 안 했답니다.”

▼ 사고 이후 태안군청은 뭐라던가요.

“사고 보름 후인가, 태안군청에 전화했는데 주민복지과 등 사고와 관련한 부서 직원들이 모두 인사 이동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특히 청소년수련기관 관리 업무를 맡은 주민복지과 과장은 안면읍장으로 사실상 진급했습니다. 상위기관인 여성가족부에 질의했더니 ‘수사 과정 중에 인사 이동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 하지만 인사는 태안군청 권한이고 우리는 권한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어요.”

▼ 유가족 대표들은 장례 직전 교육부와 6개 합의 내용을 작성했는데요.

“사실 어떻게 합의해야 하는지 몰라 경황이 없었는데 장례 전날 유가족이 모이자 갑자기 교육부 관계자가 찾아왔어요. 결국 등 떼밀리 듯 그 사람과 6개 사항에 대해 합의 내용을 작성했죠. 특별보상금 등 지급, 국가 차원의 의사자 지정, 명예졸업장 제공,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노력하겠다’는 수준이고 이 중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장례를 치를 때는 정치인, 유명인 모두 몰려와 철썩같이 약속하더니 장례 후엔 유가족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냥 장례 끝나기만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참사는 터지고 또 터지는데 달라진 것 하나 없다”

2013년 7월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유가족들이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하루 앞둔 4월 17일 대전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 교육부는 사고 이후 사고대책본부를 운영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교육부가 사고 직후 나승일 차관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운영했다고 언론에 발표했더군요. 각자 사고 수습, 보상 등 구체적인 담당 업무도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는 전혀 몰랐어요. 사고 한 달 후에야 대책본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즉 실질적으로 대책본부가 운영되지 않았던 거죠. 그냥 언론, 정부 상위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면피용이었던 겁니다.”

▼ 보상금은 왜 안 받으셨어요.

“재발 방지가 먼저이기 때문에 보상금 협의는 아직 안 했어요. 주위에서는 ‘보상금 많이 안 받았나’ 하는데, 대답하기도 싫어요. 보상금 안 받아도 되니 내 아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끝까지 정부 감시자 구실 할 것

▼ 5월 19일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 특별담화를 발표했는데요.

“정말 무능해요. 책임지고 해결한 후 개각을 해야 합니다. 저는 교육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책임자가 본인 월급, 연금, 특권 모두 내던지고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부터 지금까지 15년간 대형 사고로 사망한 무고한 국민이 1600명에 달해요. 이걸 어떻게 다 보상할 겁니까. 단순히 해양경찰 없애고 개각한다고 그 한이 다 풀립니까.”

▼ 세월호 사건 이후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데요.

“일괄적인 정신과 치료는 효과 없어요. 정신병자도 아닌데 향정신성의약품을 자꾸 먹으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야 약 먹으면 낫지만, 내 자식은 평생 돌아오지 않는데 어떻게 약 먹는다고 낫겠습니까. 기계적 해결로 치료될 일이 아니죠.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끼리 대화하는 거예요.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새로운 가족이 되는 거예요. 우리 태안 참사 유가족들도 1년에 4차례 이상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서로 상처를 보듬고 정부의 감시자 구실도 하려고요.”

5월 27일 이씨는 씨랜드 화재,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등 대형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유가족이 주축이 된 ‘재난 안전 가족협의회’를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참사 유가족들이 재난 대책과 관련해 정부 당국을 감시하고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단 두 가지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자녀의 죽음이 ‘안전 대한민국’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어버이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주간동아 940호 (p40~42)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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