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2014.05.26

“법률혼 굴레 NO!” 새 부부관계 법이 적극 따라가야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5-26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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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관계가 많이 달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밀회’에서 여주인공 오혜원은 남편과 ‘쇼윈도 부부’로 지냈다. 이처럼 자식 결혼이나 사회적 지위, 체면 유지를 위해 부부라는 형식만 유지하며 사는 이가 늘고 있다. 같은 방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다른 집에 사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으로 법률상으로는 두 종류의 부부관계만 존재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생활하면서 혼인신고도 한, 정식 부부관계가 하나이고, 부부로 생활은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내연(內緣)의 부부관계가 다른 하나다. 보통 ‘내연의 처’는 첩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이는 본래 뜻과 전혀 다르다. 내연의 관계는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관계가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실혼관계라고도 부른다. 사실혼관계 부부에게는 상속법과 간통죄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위장결혼은 실질적인 결혼 상태가 아니면서 법률혼만 성립한 것으로, 탈법적 상태라 하겠다.

    우리의 사실혼은 굳이 표현하면 동거관계의 일종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를 일시적 결합, 결혼하기 전 실험, 자유로운 결합, 안정적 결합, 예비결혼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시민연대계약’이라는 별도 제도를 통해 보호한다.

    이처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가족부양, 재산관리, 상속 등과 관련한 많은 규율 안에 놓이게 된다. 이는 부부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속박인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법률혼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거나 사실혼에 대한 제도가 없다. 우리 민법은 결혼하여 자식과 재산을 얻으며 살아가는 전통적인 부부를 상정하고 제정했다.

    최근 법무부는 상속이 발생할 경우 배우자에게 50%를 선취할 권리를 주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부부가 이혼 시 순재산의 약 절반에 대해 재산분할이 가능하고, 상속세도 배우자 몫을 다시 자녀들이 상속받을 때 부과하면 되므로 국가 관점에서 볼 때 위 개정안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전통적인 부부관계인 경우에만 타당하다. 사실혼이나 동거관계의 배우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달리 설명하면 법무부 개정안은 법률혼의 문턱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상속제도를 개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법률이 개정될 경우 자녀들은 아버지가 말년에 만나는 여성과 법률상 부부관계를 맺으려는 데 크게 반대할 것이다. 전통적 부부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결혼이 당사자 사이의 결합으로 변화하는 세태와 맞지 않는 듯하다.

    드라마 ‘밀회’는 재벌의 재산관리인, 대학교수 등 상류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실제처럼 그려냄으로써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밀회’가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부부관계만 존재하리라는 믿음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믿음이 점차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법을 회피하는 수단을 찾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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