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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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과 ‘라인’ 공룡이 사라지면

反강제 인간관계 모바일 메신저 피로 현상 곳곳서 목격

  •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에디토이 대표 goodhyun@editoy.com

    입력2014-05-12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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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과 ‘라인’ 공룡이 사라지면

    국내에서만 35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첫 화면.

    스마트폰을 처음 만지는 신규 고객에게 무선통신 대리점이 으레 해주는 일을 관찰한 적 있다. 거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진 듯한 요즘에는 많이 줄어든 풍경이지만, 하나는 구글 계정을 대신 만들어주는 일이고, 또 하나는 ‘카카오톡’(카톡)을 깔아주는 일이었다.

    “아버님, 카톡은 쓰셔야 하잖아요. 깔아드릴게요.”

    카톡 확산은 이처럼 제3자가 하고 있다. 해당 ‘아버님’은 대리점 직원이 친절히 만들어준 구글 계정 비번을 아마 기억하지 못할 테고,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스스로 설치하는 일도 없을 듯 보였다. 그래도 카톡은 스마트폰 구매 첫날부터 ‘아버님’의 전화번호부를 접수해 서버로 가져가 인맥을 분석하고, 첫 화면에 아이콘을 꽂아놓는다. 모두 쓰니까 나도 쓸 수밖에 없는, 아니 모두가 쓰니까 당신도 쓸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제3자가 참견하듯 깔아주는 성장 전략에 당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전

    “어, 카톡 안 쓰시나요? 이름이 안 뜨더라고요.”



    소규모 집단의 친절한 참견은 일종의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된다. 또래 따위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라면 모를까, 외로움이 두려운 청소년이나 은퇴 세대는 이 참견을 허투루 여겼다가 또래로부터 소외될까 봐 마음이 불안해진다. 결국 카톡에 (이름이) 뜨지 않을 용기를 내기 어렵고, 이 마음을 대리점 직원은 잘 안다. 심지어 카톡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사는 일까지 벌어진다. 일단 대세가 되면 모두가 총동원돼 완전 점령할 때까지 전진을 계속하는 것, 1등만 살아남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전. 한국은 이런 게임이 유난히 잘 통하는 시장이다.

    비슷한 곳으로 일본이 있다. 일본에서 한국의 카톡 같은 위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메신저는 단연 ‘라인’. 우리는 네이버 계열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고, 사실 그럴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 라인 입지는 우리의 카톡과 마찬가지다. 일본인은 라인을 ‘LINE주식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여기고, 대부분 일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한 곳이 일본이라 일본제가 맞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카톡도, 라인도 자국에서 크게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카톡은 네이버 라인은 물론, 다음커뮤니케이션 ‘마이피플’ 등 다양한 경쟁자를 가볍게 제치고 있다. 일본 라인도 파죽지세로 성장하며 경쟁자의 참전 의욕을 꺾은 지 오래다. ‘카카오 저팬’은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저팬이 주식 50%를 취득하는 등 확실히 밀어주고 있음에도 메신저 확대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DeNA의 ‘콤(Comm)’도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회원 확장을 포기한 듯하다. 네이버나 야후저팬이 자국민을 이해하는 살가운 서비스로 패권을 차지했듯 카톡과 라인도 비슷한 방식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카톡’과 ‘라인’ 공룡이 사라지면

    일본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통하는 네이버 ‘라인’.

    그렇지만 그 방식이 포털사이트가 취한 것과 똑같지는 않다. 네이버와 야후저팬의 성공방식은 철저히 자국민에게 맞는 콘텐츠를 잡지처럼 제공하는 것이라 그 규모와 물량, 역량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카톡과 라인의 성공방식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공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카톡 이전에도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가 있었으나 유료였다. 채팅이든 문자든 통화든 말이다. 두 번째는 스티커·스탬프의 매력이다. 이는 자국민의 감성과 취향을 빨리 읽어내야 한다는 면에서 포털사이트 전략과 흡사하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는 문자메시지나 e메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리듬감으로, 이용자를 중독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이 세 가지 전략은 카톡과 라인, 그리고 기타 경쟁자도 거의 완전히 동일하게 취하고 있다.

    선두그룹과 후발그룹 간 전략 격차가 이렇게 미미한 시장도 아마 없을 것이다. 차별점은 오로지 회원 수와 회원 증가 속도 차이뿐이다. 그러나 앞서 목격한 이유 때문에 이 차이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충분한 회원이 모인 후에는 게임 등 전형적인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마음껏 확대할 수 있다. 이 점 또한 모두 다 알고 있다.

    서비스 사라져도 지구는 굴러갈 것

    그렇다면 이제 카톡이 점령한 한국과 라인이 점령한 일본은 그렇게 영원히 행복하면 되는 것일까.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 앞으로 관전 포인트다. 회원 수와 회원 증가 속도가 어느 지점에 달하는 순간, 마치 과도 증축한 건축물에 피로파괴가 일어나듯, 회원 간 피로에 의한 균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이를 목격해왔다. PC통신, MSN 메신저, 싸이월드 같은 사례를 통해 회원 수와 회원 증가 속도가 결코 미래 보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배운 것이다.

    지금도 모바일 메신저에 의한 피로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카톡과 라인의 강점인 ‘읽음’ 확인 기능, 그룹 채팅 기능은 ‘빼도 박도 못 하는’ 부담이 돼 인간관계의 피로감을 증진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게임이 남발하는 초대 메시지는 피로파괴로 금이 가는 벽에 망치질을 해대는 격이다.

    과연 이 두 공룡 서비스의 피로파괴는 언제 일어날까. 그리고 그 뒤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많은 이가 이 두 질문을 던진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을 동시에 들고 다니는 내게도 이 피로는 거북하다. 그래서 내 스마트폰에는 카톡도 라인도 깔려 있지 않다. 그러나 애플 아이메시지와 구글 행아웃은 내가 하지 않았어도 깔려 있다. 게다가 문자마저 흡수해버렸기에 쓰는 김에 쓸 수 있다.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적절히 쾌적하니 조용하다.

    이 쾌적함을 잠시 엿보니 공룡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일말의 아쉬움 없이 지구는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오지 않은 이 일상의 느낌이 카톡과 라인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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