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2014.05.07

‘자녀 리스크’ 세 가지 예방책이란?

고령화·저출산 시대 자녀 양육 비용과 노후 자원 배분 필수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5-07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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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리스크’ 세 가지 예방책이란?

    초산 평균 연령이 높아진 만큼 자녀 교육비는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자녀 리스크’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20여 년 앞서 고령화 과정을 겪는 일본에서 넘어온 말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자녀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란 경제적 부담을 의미한다. 자녀 리스크로 노후 준비를 못 하거나 모아놓은 돈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은퇴 후 자녀와의 동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거 기간을 결정하는 요인은 초혼 연령이다. 초혼 시점이 빠를수록 분가 시점도 빨라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초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다. 1990년만 해도 남성과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각각 27.79세, 24.78세였다. 그로부터 22년 후인 2012년 기준으론 32.21세와 29.59세로 약 5년 늘었다. 초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성인 자녀와 동거하는 노년 가구 증가, 다른 하나는 첫아이를 낳는 초산 평균 연령의 상승이다.

    성인 자녀와 동거하는 노년 가구부터 살펴보자. 60대 가구주 가운데 26.4%는 미혼 자녀와 동거하며, 24.0%는 학업 중이지 않은 20세 이상 자녀(성인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표 참조). 즉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자녀 대부분은 학생 신분이 아니라는 얘기다.

    초산 평균 연령 상승과 교육비

    미혼 자녀와 동거는 은퇴자의 생활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도, 광열비 등 가족 공동 비용에서 18세 이상 자녀 한 명이 차지하는 몫과 식료품비, 보건 의료비 등을 고려하면 월 90만 원이 성인 자녀의 생활비라고 한다(보건사회연구원, 2013년). 다 큰 자녀와 같이 살면 생활비가 자녀 1인당 90만 원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은퇴 생활 와중에 자녀가 결혼이라도 하면, 그 비용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자금은 남성 7546만 원, 여성 5227만 원이다. 이 중 부모가 지원하는 금액은 각각 4631만 원, 3058만 원이다(보건사회연구원, 2012년). 항간에 ‘아들 낳으면 평생 고생’이라는 말이 도는 이유도 결혼 자금의 남녀 간 차이 때문이다.



    초산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자녀 교육에 대한 자금 투입량도 늘어난다. 초산 평균 연령은 2007년 30.5세, 2009년 30.9세에 이어 2011년 31.4세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산모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는 30~34세로 전체의 50.9%다.

    초산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자녀를 적게 가질 확률이 높다. 물론 초산 연령이 저출산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늦은 초산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초저출산 국가다. 인구학자들이 말하는 ‘저출산 덫’의 기준은 1.3명인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13년 연속 1.3명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자녀 리스크’ 세 가지 예방책이란?
    출산율이 낮아지면 자식을 잘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자녀에 더욱 집중되면서 양육비와 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 여기에 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등교육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 교육비 투입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와 많은 논란이 있지만 대졸자가 고졸자 이하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린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자녀가 가정에서 비용 요인으로 등장한 데는 사회적 부양 시스템의 변화도 한몫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과거에는 가족, 이웃, 마을이 양육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이제 아이 양육은 온전히 부모 몫이자 비용이 됐다. 한 마을이 할 일을 국가 차원의 양육 인프라로 구축해놓지 않은 나라에 살수록 부모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예다.

    경제적 독립관계 방향 정해야

    ‘자녀 리스크’ 세 가지 예방책이란?

    ‘자녀 리스크’ 문제가 대두하면서 자녀의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 ‘어린이 경제교실’ 모습.

    자녀 리스크라는 말의 등장은 가족관계가 사랑과 애정에 기초한 관계에 더해 경제적 관계까지 고려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농촌기반 사회에서 다산(多産)은 생산력을 의미했고, 고성장·산업기반 사회에서 교육은 소득 증가를 뜻했다. 하지만 저성장·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거 같은 방정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적 맥락에 맞는 가족관계 정립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오해하지는 말자. 가족의 기초는 사랑과 애정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자신의 노후와 자녀 교육에 대한 자원 배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성장 시대에는 자녀 교육에 대한 자원 배분의 비중이 컸다. 그리고 그것이 옳았다. 교육은 가족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교육이 보장할 수 있는 삶의 개선 범위는 그리 크지 않다.

    둘째, 자녀 교육비는 미리 준비해두자. 어린이 펀드 등 어린이 금융상품을 이용해 미리미리 준비하고, 자녀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줘야 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초산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는 부모가 퇴직한 후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는 상황이 일반화할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

    셋째, 은퇴 시점이 되면 자산을 연금화해 돈을 자녀로부터 분리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만으로 자산을 소유하면 자녀의 경제 사정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을 연금화해두면 이런 문제에서 비켜서 있을 수 있다.

    서글픈 얘기지만 가족이라 해도 물질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 가족 사이에 제대로 된 기준과 합의가 없어 생겨나는 문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사랑과 애정을 근간으로 해 서로 경제적으로 독립된 관계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고령화·저성장 시대 우리 가족과 자녀에게 일어나는 사회, 경제적 변화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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