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3

2014.04.14

만능 해결사 무인기, 어디까지 왔나

정찰 등 군사용부터 택배까지 전 세계 최첨단 무인기 개발 경쟁

  •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입력2014-04-14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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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능 해결사 무인기, 어디까지 왔나

    4월 초 KAIST는 교내 축제 기간 중 잔디밭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무인기로 딸기를 배달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일반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는 구역인 고도 2만m를 유유히 날며 성층권에서 지구를 샅샅이 내려다본다. 인터넷 회선이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사막, 오지 상공을 떠다니며 무선인터넷 신호를 송출한다. 심지어 꽉 막힌 교통정체를 피해 정확한 시간에 집 현관문 앞에 피자를 내려놓는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무인항공기(무인기)다. 최근 서해 백령도와 경기 파주시에서 잇따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태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무인기는 이미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51개국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고, 운용하는 무인기도 150종이 넘는다. 정찰이나 정밀한 타깃 공격 등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재난·재해 감시, 택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인기를 쓸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 등을 보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영상이 흔히 나오는데, 이 역시 무인기를 활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카메라 기자가 직접 헬리콥터를 타고 영상을 찍었지만 요즘은 무인기에 방송용 카메라 등을 부착한 ‘헬리캠’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됐다. 미국 항공우주 관련 연구기관인 틸그룹(Teal Group Corp.)은 2023년 세계 무인기시장 규모가 890억 달러(약 93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만능 해결사 무인기, 어디까지 왔나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무인기 ‘글로벌호크’(오른쪽)와 글로벌호크가 촬영한 아이티 모습.

    무선 컨트롤 시스템으로 조종



    무인기 조종 원리는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형자동차나 모형비행기와 기본적으로 같다. 소형 무인기는 무선 컨트롤 시스템을 이용한다. 리모컨으로 특정 주파수의 전파 신호를 보내면 무인기가 이를 수신해 프로그램된 대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조종할 수 있는 거리는 수백m에서 1km 정도다.

    활동반경이 수백km가 넘는 군용 무인기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군용 무인기는 위성통신 중계 방식을 이용한다. 지상 통제소에서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면 위성이 무인기에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무인기 조종석 위치에 광대역 위성 안테나가 있다. 이 안테나가 받은 신호를 무인기 내 컴퓨터가 분석해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한다.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인식할 때는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활용한다. 이 때문에 2011년 12월 이란이 미국의 무인기 ‘센티넬(RQ-170)’을 포획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란 측은 지상에서 GPS 신호를 똑같이 쏴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게 만드는 ‘GPS 스푸핑’ 기술을 이용해 무인기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를 부인해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무인기의 군용 정찰 능력이다. 현재 전장에서의 임무 수행 능력이나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글로벌호크’는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한 뒤 지표면 굴곡이나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받아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와 가시광선, 적외선을 식별할 수 있는 센서 등을 장착했다. 지상에 있는 30cm 크기 물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감시망이 촘촘하다. 지상에서 움직이는 타깃만을 찾는 기능도 갖춰 더욱 위력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찰용 무인기의 정찰 능력은 고도 500km에 떠 있는 정찰 위성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위성은 지구 궤도를 따라 돌기 때문에 한곳을 24시간 감시하기 어려운 반면, 무인기는 비행시간만 허락한다면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사 정찰용으로 출발한 무인기는 이제 팔방미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유통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최대 2.3kg의 짐을 싣고 최대 16km 떨어진 지역까지 배송하는 무인기를 선보였다. 피자업체 도미노나 세계적 물류 기업 DHL도 무인기를 활용한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만능 해결사 무인기, 어디까지 왔나

    허리케인 내부에 접근해 기상자료를 수집한 미국 무인기 ‘에어로손데’(위)와 태양전지를 날개에 달아 태양열 에너지로 비행하는 무인기 ‘헬리오스’ 견본품.

    기상관측이나 재난·재해 감시 등에도 무인기는 폭넓게 활용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을 때 글로벌호크는 원전 시설에 접근해 적외선 카메라로 내부 상태와 온도 등 필수 정보를 파악했다. 미국 AAI사가 만든 무인기 ‘에어로손데’는 허리케인 내부에 접근해 기상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은 무인기와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사막, 오지 등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가 와이파이(Wi-Fi) 공유기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최근 무인기 업체들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연료 문제 해결이다. 첨단 무인기의 활동 고도는 성층권이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해 연료 효율이 떨어진다. 저·중고도 무인기도 임무를 지속하려면 얼마나 오래 떠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먼저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수소연료전지다. 미국 보잉사의 ‘팬텀아이’나 에어로 바이론먼트사의 ‘글로벌옵서버’는 모두 수소연료전지 모터를 사용해 나흘 이상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작전 수행 능력이 물음표다. 영국 방위산업체 키네틱사의 무인기 ‘제퍼’는 2010년 7월 이륙해 ‘14일 21분’ 연속 비행 기록을 세웠다.

    최근엔 태양전지를 날개에 달아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하는 무인기도 나왔다. 에어로 바이론먼트사의 ‘헬리오스’가 그것이다. 떠 있는 상태에서 연료를 채우는 공중급유 무인기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30년대에는 궁극적으로 조종하는 사람의 의중까지 읽을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무인기끼리 서로 통신하며 편대비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 개발 로드맵을 세워놓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무인기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을 중심으로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를 개발했고, 현재 저·중고도(6~18km)에서 운용하는 무인정찰기와 타격기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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