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0

2014.03.24

재첩과 벚굴 살살 녹는 불고기 광양은 맛있다

섬진강 봄 먹거리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3-24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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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시작해 전남 광양만에서 바다를 만난다. 광양은 매화로 가장 먼저 봄을 맞는 곳이다. 1980년대 광양에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광양만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 광양은 우리나라 최초로 김을 인공 생산한 곳이다. 김양식법을 개발한 김여익(1606∼1660)의 성을 따 ‘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김양식법은 김을 좋아하는 일본인보다 앞선 기술이었다.

    광양만 끝자락에 자리한 망덕포구는 아름답고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윤동주의 피 같은 시들은 망덕에 살던 친구 정병욱의 손에 의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망덕포구에는 윤동주 시비가 있다. 작은 포구 한쪽에 망덕의 명물 재첩회를 파는 집들이 자리한다.

    재첩은 봄과 가을이 제철이다. 특히 산란을 앞둔 4~5월 재첩은 영양이 가득하고 살이 제대로 올라 있다. 섬진강과 광양만이 만나는 망덕포구 재첩은 굵기로 유명하다. 섬진강 주변에는 봄이면 재첩국이 봄 미각을 깨우지만, 망덕포구에는 재첩국과 더불어 재첩회를 판다. 재첩회는 비빔밥 일종으로 밥에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을 넣은 뒤 그 위에 엄청난 양의 재첩을 올려 비벼먹는다. 재첩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첩이 많다. 40년 넘은 ‘진선식당’이 유명하다.

    광양은 해산물이 넘쳐난다. 가을에는 전어가 특히 인기다. 이곳 전어는 살집이 많고 큰 것으로 유명하다. 포구 옆에는 ‘망뎅이’라 부르는 거대한 전어 조형물이 있다. 포구에 있는 ‘바다횟집’은 광양만에서 잡히는 제철 해산물 요리를 내놓는다. 광양에는 봄이면 대한민국 유일의 벚굴이 난다. 일반 굴보다 5배 이상 큰 거대한 굴의 향연을 오직 봄에만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굴은 참굴이지만 벚굴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만나는 강굴이다. 2월 중순부터 벚꽃이 지는 4월 말까지가 제철인 낭만적인 이름의 벚굴은 봄꽃의 땅 광양과 잘 어울린다. 벚굴 산지는 신방마을이다. 벚굴은 날로 먹는 것보다 구워 먹는 것이 제격이다.

    광양 시내로 들어오면 불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광양 불고기는 서울식 전골불고기 혹은 육수불고기와는 사뭇 다르다. 놋쇠 화로에 구리 석쇠를 올리고 얇게 썬 고기에 간장, 소금, 참기름, 마늘 등을 즉석에서 버무려 내는 즉석불고기다. 얇게 썰어 양념에 재우지 않아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불고기는 1950년대 이전만 해도 숯불 위 석쇠에 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는 쇠고기를 양념에 재워 숙성해 먹었다. 하지만 평양에서는 얇게 저민 쇠고기에 양념을 바르고 구운 뒤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일본 불고기 ‘야키니쿠’는 평양 불고기 문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광양 불고기가 전통적인 평양 불고기와 다른 점은 양념을 발라 굽는 데 있다. 그리고 6·25 전쟁 전 평양에서는 물에 적신 한지를 석쇠 위에 얹어 굽는 간접 방식을 사용한 점도 조금 다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현재 광양 불고기 모습은 오래된 불고기 문화의 원형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광양의 불고기 외식문화는 1960년대 말 시작된 후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80년대 이후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처음 광양 불고기를 선보인 ‘삼대 광양 불고기집’과 ‘한국식당’의 불고기가 맛있다.

    재첩과 벚굴 살살 녹는 불고기 광양은 맛있다

    망덕포구 ‘진선식당’의 재첩회(아래)와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벚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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