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2014.03.10

스치는 바람이 들려주는 歷史의 함성

강화도 마니산 함허동천야영장…전망대 풍광 최고, 주변엔 역사유적 즐비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4-03-10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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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치는 바람이 들려주는 歷史의 함성

    함허동천야영장의 제4야영장. 마니산 중턱 낙엽송숲 아래에 자리 잡았다.

    강화도 남쪽 해안 가까이에 마니산(摩尼山)이 있다.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중심 위도에 위치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딱 중간쯤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아득한 옛날부터 민족 정기가 가득한 성산(聖山)으로 여겼다. 산정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참성단(塹星壇)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매년 개최하는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도 대부분 이곳에서 채화(採火)한다.

    마니산은 해발 472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그런데도 바닷가에 자리해 실제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정상은 일망무제의 천연 전망대다. 거침없이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면 맨 먼저 저어새 번식지이자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천연기념물 제419호)가 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는 바다보다 갯벌이 더 넓어 보인다.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의 총넓이는 435km2(1억3158만 평)에 이른다. 단일 문화재 지정구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

    강화 갯벌 남쪽으로는 장봉도, 시도, 신도, 모도 등 여러 섬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강화도의 너른 들녘과 숱한 산봉우리가 죄다 시야에 들어온다. 강화도 북쪽 한강 하구 너머로는 북녘땅 개성의 송악산이 아스라하다. 마니산 인근을 비롯해 오늘날 강화도의 넓은 들녘은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간척공사의 산물이다. 원래 마니산도 조선 중기까지는 ‘고가도’라는 섬의 한복판에 솟아 있었다. 그러다가 고가도와 선두포, 가릉포 사이 제방을 통해 강화도 일부가 됐다.

    마니산 동쪽 기슭에는 함허동천(涵虛洞天)이 있다. ‘함허’는 조선 초기 승려인 기화선사의 당호(堂號)다. 정수사를 중수한 기화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동천’은 산자락과 물길에 둘러싸여 풍광이 빼어난 곳을 가리킨다. 도교에서는 신선이 사는 별천지를 뜻한다. 명산 지리산에는 화개동천이 있고, 서울 북악산에도 백석동천이 있다. 산 높고 골 깊은 화개동천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함허동천도 강화도에서는 풍광 좋기로 첫손에 꼽히는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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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글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곁들인 아침식사 준비. 함허당 기화선사가 중수했다는 정수사 대웅보전의 꽃살문. 사찰 같은 외양을 갖춘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옛 건물(왼쪽부터).

    4구역에 캠핑 데크만 120개



    함허동천에는 강화군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야영장이 있다.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연 야영장인데도 시설이 낙후하거나 규모가 옹색하지 않다. 총 41만9835㎡(12만7000평) 넓은 대지에 들어선 야영장은 모두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캠핑 데크만 해도 120개에 이른다. 진입로 바로 옆에 줄지어 늘어선 데크가 있고, 산중턱 호젓한 숲에 외따로 놓인 데크도 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 자기 개성과 취향에 따라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크고 무거운 장비가 많은 오토캠핑족은 주차장에서 가까운 제1야영장을 주로 찾는다. 반면 배낭 하나에 모든 장비를 챙겨 넣은 백패커는 대체로 맨 위쪽 제3, 4야영장에 자리 잡는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다와 영종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허동천야영장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약 56km쯤 떨어진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하면 1시간 30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다. 숲이 울창하고 풍광 좋은 마니산 기슭에 자리 잡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곳을 찾은 캠퍼에게 마니산 등산은 필수 코스다. 야영장에서 1시간쯤만 오르면 기대 이상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른 새벽에는 해돋이가 장려하고, 늦은 오후에는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황홀하다. 한낮에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광활한 강화 갯벌을 발아래 굽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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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산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해돋이. 인천 계양산 위로 붉은 태양이 막 솟아올랐다.

    함허동천야영장은 단점도 두드러지는 곳이다. 무엇보다 단체 행락객이 많다는 점이 아쉽다. 야영장 내 족구장, 농구장, 다목적광장, 놀이마당에서는 산악회나 친목모임 등 시끌벅적한 행사가 주말과 휴일마다 끊이지 않는다. 마니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캠핑의 멋과 낭만을 느긋하고 여유 롭게 즐기려면 주말과 휴일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함허동천 주변에는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명소가 많다. 가장 가까운 곳은 천년고찰 정수사다. 산등성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허동천야영장과 이웃한 이 고찰은 신라 선덕여왕 때인 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종 8년(1426)에 기화선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사찰 규모가 작고 건물도 몇 채 없지만, 바다 전망이 시원스러운 데다 산사다운 고즈넉함도 살아 있다. 대웅보전(보물 제161호)의 꽃살문도 인상적이다. 갖가지 화초가 정교하게 조각된 꽃살문으로 정수사는 엄동설한에도 꽃이 피는 봄날처럼 화사하다.

    갯벌…해안도로…전등사

    정수사 입구를 지나 서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금세 화도면 동막해변에 당도한다. 이곳에서 화도면 장화리 장곶돈대까지 11km쯤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일몰과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드라이브코스다. 해 질 무렵이면 붉게 노을 진 바다가 영화 속 풍경처럼 차창 밖에 펼쳐진다.

    이 해안도로가 지나는 화도면 여차리에는 강화갯벌센터(032-937-5057)가 있다. 강화 갯벌의 생태와 기능, 가치와 역사를 상세히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 곳이다. 갯벌생물을 관찰하는 데크와 철새 탐조대도 설치돼 있고,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해 자녀들의 생태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2014년 3월 5일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을 막으려고 임시 폐쇄한 상태이므로 개관 여부를 미리 확인한 뒤 찾아가는 게 좋다.

    강화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고찰인 전등사도 함허동천야영장에서 약 5km 거리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기에 앞서 지금 전등사 터에 진종사라는 절을 세웠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실 가궁궐(假宮闕)이 들어섰고,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과 왕실 족보를 보관하는 정족산사고가 설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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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갯벌센터에 전시된 도요새 박제.

    전등사를 둘러싼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으로도 부른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 장군 휘하의 조선군이 프랑스 함대를 격퇴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1개월가량 강화도를 점령했던 프랑스군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고 민가를 불태웠는가 하면,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된 문화재와 문서를 약탈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 강화도에는 14개 코스, 15개 구간으로 이뤄진 강화나들길이 개설돼 있다. 총길이가 246.8km나 되는 장거리 트레킹코스다. 전 구간을 섭렵하는 데 적어도 열흘 이상 소요된다. 강화나들길 가운데 딱 한 코스만 걷는다면 제2코스인 호국돈대길이 제격이다. 거리는 17km에 이르지만 난이도는 ‘하’급의 평이한 코스다. 오르막 구간이 거의 없는 데다 조수가 강물처럼 흐르는 염하수로와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또한 갑곶돈대, 강화 외성, 광성보, 손돌목돈대, 용두돈대, 덕진진, 초지진 등 강화도의 대표적인 국방유적을 두루 거쳐가는 코스여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대체로 갑곶돈대를 출발해 대여섯 시간쯤 걸으면 종점인 초지진 주차장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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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돈대길에서 만나는 국방유적 가운데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용두돈대.

    장거리 트레킹 강화나들이길

    몽골이 고려를 침략했을 당시 39년 동안 임시수도였던 강화 읍내에는 강화성, 고려궁터,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 역사유적이 아직 남아 있다. 내성, 중성, 외성 세 겹으로 이뤄져 철옹성을 자랑하던 강화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져 지금은 돌로 쌓은 내성만 남았다. 강화성의 북문 초입에는 고려궁터가 있다. 그 아래쪽 골목에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옛 건물이 자리 잡았다. 전통 한옥과 서양의 기독교식 건축양식이 절충된 독특한 건물이다. 겉모습은 사찰 같지만, 내부는 전형적인 바실리카 양식의 예배당으로 꾸며져 있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부근에는 ‘강화도령’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았던 용흥궁이 있다.

    ‘역사의 땅, 눈물의 섬’ 강화도는 이처럼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유적이 발길 닿는 곳마다 눈에 띈다.

    여행정보

    ● 함허동천야영장 이용안내

    함허동천야영장(관리소 032-930-7066)은 매표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원하는 데크를 선택할 수 있다. 전화나 인터넷 예약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자리를 먼저 잡고 텐트를 설치한 뒤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총 120개 데크 가운데 전기콘센트가 설치된 것은 32개뿐이다. 매표소와 가장 가까운 제1야영장이 전기 사용 전용 야영장이다. 야영장 이용료는 1박의 경우 일반 데크가 1만 원, 전기 사용 데크가 1만8000원이다. 마니산 입장료 1500원(어른)은 별도로 내야 한다.

    야영장에는 차량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차는 매표소 앞 주차장에 세워두고, 캠핑 장비는 배낭에 넣어 짊어지거나 손수레(리어카)로 운반해야 한다. 매표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3야영장까지 거리는 약 700m 된다. 산중턱에 자리 잡은 제4야영장의 맨 위쪽 데크까지도 500m쯤 된다. 매표소와 거리는 제4야영장이 제3야영장보다 훨씬 짧지만, 진입로 경사는 훨씬 더 가팔라서 손수레를 끌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두 곳 모두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제1, 2야영장에 비해 조용하고 한갓진 편이다. 야영장 안에는 매점이 1곳 있고 화장실, 취사장 같은 편의시설은 각 구역마다 잘 갖춰져 있다.

    ● 숙식

    스치는 바람이 들려주는 歷史의 함성

    대선정의 시래기밥 상차림.

    함허동천야영장 입구와 근처에 피크닉펜션(010-6664-0631), 함허동천민박(032-937-7878), 산내들펜션(016-303-6205), 야영장민박(032-937-1451), 무무펜션(010-7180-9065), 남취당의 한옥 이야기(010-9591-0226) 같은 민박, 펜션이 즐비하다.

    함허동천 주변에는 마니산산채(산채정식/ 032-937-4293), 산토끼(손두부/ 032-937-5668), 갯골(간장게장정식/ 032-937-7411) 등의 음식점이 많다. 강화도 맛집으로는 초지대교 옆 대선정(시래기밥, 메밀손국수/ 032-937-1907), 강화풍물시장 내 옛날집(순댓국, 밴댕이회덮밥/ 032-934-9449), 강화 읍내 우리옥(백반/ 032-934-2427) 등을 꼽을 수 있다.

    ● 가는 길

    서울 올림픽대로→김포한강로(제방도로)→김포신도시교차로→검은다리교차로(강화 방면)→누산3교교차로(356번 지방도, 양촌 방면)→초지대교→장흥교차로(좌회전)→함허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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