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2014.03.10

“잘난 자식 결혼시키려면 네비게이터 부모 돼라”

19년 차 ‘중매고수’ 홍유진 커플매니저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03-10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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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난 자식 결혼시키려면 네비게이터 부모 돼라”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도 결혼하지 않고 싱글의 삶과 여유를 즐기는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들 골드 싱글족은 30대 중반 이상 미혼 남녀 가운데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다 큰 자녀의 싱글생활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부모가 많다. 우리나라 커플매니저 1호로 19년간 커플 1000쌍을 결혼으로 이끈 ‘중매고수’ 홍유진(더원노블 행복출발 부대표·커플매니저협회 회장) 씨는 “요즘 나이 든 자식 몰래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노부부가 많다”며 “우리 회사 상담실마다 갑휴지가 놓여 있는데, 자식 때문에 속 끓이다 상담하러 온 부모가 하소연하며 눈물을 쏟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를 만나 골드 싱글 자녀를 결혼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요즘 골드 싱글은 35~44세

    ▼ 정말 부모가 자식 몰래 결혼문제를 상담하러 찾아오나.

    “그렇다. 얼마 전에는 쉰 살 된 자식이 아직 장가를 못 가고 있다며 여든 살 부모가 찾아와 한바탕 울고 갔다.”



    ▼ 부모가 자녀 결혼을 대신 상담하는 게 효과가 있나.

    “물론이다. 나는 이곳에 오는 분에게 일단 자식이 왜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겠다고 하는지 알아보라고 조언한다. 알고 보면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상대가 부모 마음에 안 들까 봐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봐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네가 만나는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제안할 경우 자식이 끝까지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다 자신과 부모 모두 만족하는 짝을 찾아 결혼한 사례가 있다. 반대로 많은 사람을 소개받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자 결국 부모가 자식이 사귀는 사람을 받아들여 양가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린 경우도 있다. 문제를 알아내고 함께 노력하면 해결책이 생긴다.”

    ▼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꺼리는 이도 많지 않나.

    “그건 아마도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골드 싱글은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 과거처럼 동네마다 ‘매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이 나서서 짝을 소개하는 일도 드물지 않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 골드 싱글은 왜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기 힘든가.

    “골드 싱글은 보통 35~44세를 말한다. 이 연령대에서는 특히 골드 미스가 짝을 찾는 게 좀 더 힘들다. 남자는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2세를 생각해 연하 여성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 결혼정보회사는 자체적으로 등급표를 갖고 있어 웬만한 학벌과 직업이 아니면 좋은 짝을 만나기 힘들다는 얘기가 있던데.

    “업체들이 ‘VIP’ 혹은 ‘First’ 클래스를 강조하다 보니 생긴 오해다. 평범한 대한민국 미혼 남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렸다고 보면 된다. 다만 터무니없는 조건을 요구하면 맞선을 볼 상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서 누구나 자신보다 좀 더 조건 좋은 짝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 허황되게 눈이 높은 사람이 많은가.

    “자식은 선본 상대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 부모가 반대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는 대개 자기 자식이 최고라고 생각해 어떤 상대를 소개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산 좋고 정자 좋고 물까지 맑은 데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구 자식은 우리 애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는데 좋은 집안 사람과 결혼했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내세우고, 이것저것 다 따지다간 자식 결혼 못 시킨다.”

    자식 행복에 최우선순위 둬야

    “잘난 자식 결혼시키려면 네비게이터 부모 돼라”

    홍유진 커플매니저가 고객을 상담하고 있다.

    ▼ 요즘 부모가 원하는 사윗감, 며느릿감은 어떤 사람인가.

    “사윗감으로는 전문직 종사자를 선호한다. 공무원도 최고 신랑감으로 꼽힌다. 예전엔 의사나 사법시험(사시) 통과자, 은행원이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요즘엔 사시 출신이나 대기업 직원을 비슷하게 본다. MBA 출신은 재산이 웬만큼 있고 사고방식도 여유롭다고 여겨 좋아하는 분이 많다. 며느릿감으로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정규직을 원하는 편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직업 선호도가 변하기 때문에 외형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그럼 자녀의 짝을 고를 때 뭘 중점적으로 봐야 하나.

    “우선 사윗감 혹은 며느릿감이 내 자식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자식 행복을 우선순위에 둬야 결혼생활도 원활하다. 둘째 ‘헬리콥터 부모’보다‘네비게이터 부모’가 돼야 한다.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할 게 아니라 조언자 구실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결혼 논의가 진행될 때 아들을 둔 부모라면 자식 의견을 70~80% 따라 주고, 딸 둔 부모는 부모 의견을 70~80% 따르도록 하는 게 좋다. 남자는 결혼할 때 대체로 부모 말을 잘 듣는 편인데, 막상 결혼한 뒤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자는 친구나 주변 사람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부모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 결혼 적령기는 언제인가.

    “요즘에는 부모가 자식 한두 명을 정성을 다해 키우다 보니 품에 끼고 놓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도 ‘배울 만큼 배우고 괜찮은 직장도 잡았으니 짝이 나타나겠지’ 하며 방치하다 자식이 30대가 넘은 뒤에야 초조해하면서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이가 많다. 결혼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사회생활 1~2년 차일 때다. 커플매니저는 여성 28~32세, 남성 30~34세를 적령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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