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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보조금 대란

가입자 빼앗아오기 1명당 최대 100만 원 투하…가격 거품 있는 한 시장 혼탁 반복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참을 수 없는 보조금 대란

참을 수 없는 보조금 대란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www.ppomppu.co.kr)에 올라온 사진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1·23대란, 2·11대란.’ 올해 들어 이동통신사(이통사)들이 대규모 휴대전화 보조금을 살포한 날을 두고 일부 누리꾼이 붙인 명칭이다.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려는 사람과 정보를 찾는 사람이 온·오프라인에 몰리면서 마치 ‘대란’처럼 혼란스러웠다는 의미다.

실제로 두 번의 대란 동안 1명당 최대 100만 원이 넘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일부 휴대전화는 구매자에게 되레 돈을 얹어주기도 했다. 이통사 간 경쟁이 가열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 원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시장에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강력한 제재방침을 내놨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방통위 시정명령을 위반한 이통사에 제재를 내리고, 이와 별도로 방통위도 불법보조금 지급에 대해 추가 제재를 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장기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이어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연초 이통 3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 수성이 목표고, KT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장 주도권 회복이 과제다. LG유플러스는 롱텀에벌루션(LTE)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현 20% 수준인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을 올해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포화상태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이통 3사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로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방법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 회사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번호이동(MNP)에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높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올해 마케팅 예산을 새로 확보하면서 보조금으로 쓸 수 있는 ‘실탄’까지 넉넉히 확보했다.



반복되는 ‘대란’…가짜 ‘대란’까지

결국 서서히 달궈지던 보조금 시장이 1월 23일 폭발한 것이다. 이날 출고가 106만7000원인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가 19만 원에 판매됐다. 출고가 81만4000원인 아이폰5S는 마이너스폰으로 팔렸다. 구형 제품이나 중저가 제품 역시 공짜 또는 마이너스폰으로 판매됐다.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자 방통위가 즉각 이통사 담당 임원에게 경고했고, 시장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11일 다시 한 번 보조금이 대규모로 살포됐다. 이번엔 1·23대란보다 더 많은 보조금이 투입됐다. 갤럭시노트3가 10만 원 이하에 판매되기도 했다. 다시 방통위가 경고했고, 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소비자의 혼란은 계속됐다. 이미 많은 보조금을 경험한 소비자는 또 보조금을 기대했다. 이를 이용해 실체 없는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2·28대란, 3·1대란이다. 2·28대란은 일부 유통업계가 마케팅을 위해 사용한 것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는 어디서 휴대전화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찾기 시작했고, 이것이 언론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슈가 됐다. 그다음 날인 3월 1일에도 실체 없는 대란으로 온라인이 들썩였고, 이후에도 대란설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심지어 대란을 마케팅 용어처럼 사용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다.

‘사상 초유’ 장기 영업정지 현실화

반복되는 보조금 대란에 정부는 강력한 칼을 빼들기로 했다. 정부가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이유는 이용자 차별 때문이다. 이통사가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높이면 이 기간에 구매한 소비자는 혜택을 보지만, 기존 가입자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 즉 기존 가입자가 낸 요금으로 신규 가입자의 보조금을 충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래부는 ‘이용자를 차별하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방통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통 3사에 대해 45일 안팎의 장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역대 영업정지 기간 중 최장인 데다 이번에는 2개 사 동시 영업정지로 제재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또 번호이동과 신규가입만 제한했던 이전 영업정지와 달리 기기변경까지 중단하게 하는 고강도 제재를 검토 중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고 휴대전화 분실이나 파손 경우에만 기기변경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별도로 방통위도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이통사를 제재할 예정이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처벌 수위가 결정되겠지만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1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영업정지 제재가 더해지면 이통사별로 최장 2개월 이상의 영업정지라는 초유의 처벌이 내려진다.

고강도 영업정지 제재를 앞두고 시장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제조사와 유통업계다. 영업정지 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조사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최근 미래부에 이통사 영업정지 수위 완화를 건의했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잘못은 이통사가 했는데 처벌은 제조사가 받게 됐다”면서 “2개 사 동시 영업정지에 기기변경까지 제한하면 판매량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업계도 소상공인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영업정지에 반대했다.

제조사와 유통업계 주장처럼 영업정지는 제재를 받는 대상과 피해를 보는 대상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의 장중혁 부사장은 “보조금 대란 원인은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에 거품이 있기 때문”이라며 “부풀려진 거품이 곧 보조금 재원인데, 이 거품을 빼는 일이 실질적인 제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영업정지는 거품을 빼는 제재가 아니다”면서 “간접 피해자인 기존 가입자에게 보상 등을 통해 피해를 보전해주는 쪽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영업정지가 보조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이통 3사 영업을 모두 제한하는 영업정지라면, 영업정지 이후 또다시 보조금 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영업정지 사례에서도 나타났다. 결국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제시된 대안 가운데 가장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국회에 계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보조금 규모를 공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통사는 물론, 책임 있는 제조사와 유통업계까지 제재하는 것이 골자다. 단통법 시행에 맞춰 보조금 액수를 현실화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간동아 928호 (p38~39)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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