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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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편지

  • 박용재

    입력2014-03-07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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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의 편지
    꽃들이 툭툭 떨어져

    대지의 품으로 안기는 봄밤

    낡은 볼펜으로 편지를 쓴다.

    그대와 걸었던 길들을 따라

    자욱하게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의 떼들이 달려오고

    그대를 사랑한다는 서투른 맹세도

    바람처럼 다가온다.

    세월 속으로 꽃들은 조용히 왔다가 갔다.

    이 쓸쓸한 봄밤 내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를 그냥 곁에 두고 싶은 편안함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

    함께 가던 영화관의 퀴퀴한 냄새를 잊지 못한다.

    그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일상이 기억 속에서 재빠르게 지나간다.

    과거로부터 편지들이 배달되고

    다시 그대에게 답장을 쓰는 것은

    내가 지고 가야 할 운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 짐을 덜어줄 동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벽이 저만큼 등불을 켜고 걸어오는 봄밤

    그대의 깨질 듯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봄밤엔 몸 풀린 강물이 뒤척이면서 흘러온다. 사나운 겨울의 발톱이 할퀴고 간 흉터에 강물이 축축하게 스며들어 꽃 피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디선가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나를 보는 환한 고양이 눈동자가 하늘에 떠 있다. 한겨울에 얼어터진 발바닥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여, 정말 신기한 웃음소리가 개나리, 진달래로 피어난다. 그건 먼 곳에서 온 따뜻한 종이 편지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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