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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두부

  • 유병록

두부

두부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

따뜻한 살갗 안쪽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

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부는 식어간다

이미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



차가워지는 가슴에 얹었던 손으로 이미 견고해진 몸을 붙잡고 흔들던 손으로

두부를 만진다

지금은 없는 시간의 마지막을, 전해지지 않는 온기를 만져 보는 것이다

점점 사이가 멀어진다

피가 식어가고 숨소리가 고요해지는 느낌, 영혼의 머뭇거림에 손을 얹은 느낌

이것은 지독한 감각, 다시 위독의 시간

나는 만지고 있다

사라진 시간의 눈꺼풀을 쓸어내리고 있다

두부를 도마 위에 놓고 칼로 썰다 보면 사이가 보인다. 두부 한 모가 열 조각, 스무 조각으로 나누어지면 덩어리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조각난 상처가 그 사이에서 땀이나 때론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건 내 삶의 조각이기도 하다. 두부를 썰면서 살을 만지는 느낌을 아는 시인과 공감한다. 덩어리진 인생은 조각날 때 맛이 있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927호 (p6~6)

유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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