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6

2014.02.24

“伊 일자리 창출”… 청바지 총리 행보

39세 마테오 렌치 총리 지명자 100일 개혁 과제 공개에 높은 기대감

  • 김지영 동아일보 기자 kimjy@donga.com

    입력2014-02-24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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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바지 정치가’가 이탈리아를 구할 슈퍼맨이 될 수 있을까.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은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2월 17일(현지시간) 집권 민주당의 마테오 렌치(39)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위임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날 렌치 총리 지명자는 수일 내 연정 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내각이 상·하원 신임 투표를 통과하면 렌치 지명자는 총리로 임명된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에서는 1922년 같은 나이에 총리가 된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최연소 총리가 탄생한다.

    렌치 지명자는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등 격식 없는 스타일로 조명받은 스타 정치인이다. 그는 29세에 피렌체 시의회 의장, 34세에 피렌체 시장에 당선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거침없는 언행으로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난달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4%가 그의 정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답해, 민주당 자체 인기도(25%)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렌치 지명자의 별명은 공교롭게도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파괴자)’. 이탈리아를 수렁에 빠뜨린 구태와 부패를 파괴하겠다고 공언해서다. 그의 총리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8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해 그가 내세운 과감한 개혁에 대한 기대를 짐작게 했다.

    ‘정가 아웃사이더’ 비관론도



    렌치 지명자는 이날 “이탈리아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보다 ‘일자리와 절망감’”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유럽에 휘몰아친 경제위기에 시달리다 최근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서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0.1%)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평균 실업률은 12.7%, 청년실업률(15~24세)은 41.6%에 이른다.

    렌치 지명자는 전임 엔리코 레타 총리가 정치 개혁에 실패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렌치 지명자는 선거법과 노동시장, 공공행정, 세제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새 정부의 100일 개혁 과제를 공개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제1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렌치 지명자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총리가 되려면 연정 파트너인 신중도우파당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젤리노 알파노 신중도우파당 대표는 “우리가 노(No)라고 말한다면 새 정부는 구성되지 못할 것”이라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렌치 지명자가 중앙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피렌체에서 나고 자라 활동한 그는 중앙 정계에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참신한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정치적 경험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가에서 ‘아웃사이더’인 렌치 지명자가 이탈리아의 부패한 중앙정치 구조에서 정부 구성에 성공해 경기침체와 실업을 해결할지 기대와 의혹의 시선이 공존하는 이유다. BBC는 “이탈리아 유권자는 정치적 변화를 절박하게 요구하며, 렌치의 젊음과 에너지, 그가 내세우는 파격적인 개혁이 그를 중앙 정치무대 한가운데 서게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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