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5

2014.02.17

김승연 회장 경영 복귀는 언제?

총수 석방에 한화그룹 활기… 당분간은 건강 추스리며 사업 구상할 듯

  • 김윤희 헤럴드경제 기자 ekf08@naver.com

    입력2014-02-17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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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회장 경영 복귀는 언제?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월 11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라크의 300조 건설 시장이 열렸습니다.”

    한화그룹(한화) 관계자는 김승연(62)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직후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2017년까지 주택에 800억 달러, 교통 인프라에 469억 달러 등 총 275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김 회장의 경영 복귀로 프로젝트 수주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 5월 8조5000억 원짜리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추가 수주에도 뛰어들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김 회장을 직접 만나 발전 및 정유시설, 학교, 병원, 태양광 사업, 군시설 현대화 등 10조 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검찰이 김 회장을 기소한 후 3년 넘게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이라크 사업은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 2012년 하반기부터 국내 업체가 이라크에서 수주한 공사는 총 5조 원에 달하는데 한화만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이 시기 한화의 경우 이라크를 포함한 해외 수주 실적도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룹 실무진에서는 “이라크 담당자들이 김 회장을 제외하고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조차 만나주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화는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이라크 재건사업 추가 수주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해 ‘한·이라크 경제포럼’에서 “김 회장의 쾌유를 빌며 조속한 복귀를 희망한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라크 현지에서 ‘한화는 외국 기업이 아닌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오갈 만큼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다. 김 회장 복귀로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재건사업 탄력 붙을 듯

    한화가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태양광 사업에도 차츰 볕이 들 전망이다. 태양광 사업은 해외 수주와 해당 국가의 정부보조금 지원이 결정적이다.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서 협상에 임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독일,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한 한화의 협상력이 떨어지면서 해당 국가의 정부보조금 지원도 뒤로 미뤄졌다.

    한화는 올해를 기점으로 태양광 사업의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보고, 이 부문에만 2조 원을 투자했다. 장남인 김동관(31)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까지 투입했지만 대규모 사업을 총괄하기엔 아직 연륜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태양광 사업이 곤두박질쳤는데 이 정도 꾸려온 것만 해도 잘했다”면서도 “김 실장이 한화를 대표해 해외 정부부처, 각 그룹 CEO와 협상을 이끌어가기엔 아직 연륜과 경험이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한화는 김 회장의 조속한 경영 복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 임원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조차 받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했다. 당분간 서울대병원에 머물며 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2월 12일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입원했고 사장단을 포함한 회사 관계자의 면회를 일절 받지 않았다.

    김 회장은 만성폐질환, 조울증, 당뇨 증세를 보여 지난해 1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재계 총수에 대한 악화한 여론을 수습하는 것도 급선무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 결정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재벌 봐주기’ 논란에 불이 붙었다. 따라서 김 회장도 당분간은 건강 회복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여론을 추스른 뒤에야 차츰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화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서도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의 그룹 경영 방법은 이번 선고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먼저 김 회장은 한화와 한화건설을 비롯한 6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직 사임이 불가피하다.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등기이사에 등재할 수 없다는 우리나라 상법 규정 때문이다. 김 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등검찰청(서울고검)이 재상고하지 않고 판결을 확정하면, 김 회장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

    한화는 조만간 임원급 회의를 열고 김 회장의 경영 복귀 방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지금으로선 대주주로서 경영진에게 조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화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감안해 김 회장이 그룹 경영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승연 회장 경영 복귀는 언제?

    2013년 5월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서 진행된 ‘비스마야 신도시 10만 채 건설계약 체결 기공식’에 참석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알말리키 총리 왼쪽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 있다(왼쪽).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이달 그룹 인사 통해 분위기 쇄신

    그럼에도 한화는 아직 김 회장의 후계 구도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처지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이 여전히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장악하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악화한 건강을 조만간 회복하면 직접 해외 곳곳을 누비며 협상에 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장남 김동관 실장이 2011년 한화솔라원 입사를 계기로 경영수업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차남 김동원, 삼남 김동선 씨는 아직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동선 씨는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활동 중이다.

    김동관 실장이 한화의 태양광 사업 해외마케팅 부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만,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뛰어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 회장의 공백으로 꾸려진 비상경영위원회는 당분간 그대로 운영된다. 한화는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검이 재상고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화는 지난해 4월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4인 체제의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부회장과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가 주축이 된 컨트롤타워다. 최금암 한화 경영기획실장이 실무총괄을 맡았다. 의사결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실시한 임원인사를 제외하면 그룹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 전무하다. 기업 인수, 신사업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이렇다 할 경영 로드맵을 발표하지 못했다.

    한화는 이달 말께 단행될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그룹 분위기를 쇄신할 방침이다. 그동안 외부환경에 수세적으로 대응해오던 관행을 깨고, 다시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하려는 방책이다. 그만큼 정기 임원인사 폭도 상당할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이후 제대로 된 인사가 전무했던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한화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한화건설과 한화큐셀 부문의 인적 쇄신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사 영입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또 2~3년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일부 CEO에 대한 문책성 인사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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