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5

2014.02.17

“대북 억제 전력 한 치 소홀함도 없을 것”

백승주 국방부 차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4-02-17 09: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북 억제 전력 한 치 소홀함도 없을 것”
    2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외교안보 부처 합동 업무보고 회의장은 국방부 청사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무보고 전체 진행도 국방부가 맡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은 데다, ‘안보가 모든 것의 기본’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국무조정실의 부처별 국정과제 종합평가 결과 국방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 관심은 국방부에 쏠렸다.

    국방부는 이날 튼튼한 국방을 통해 통일시대 안보 기반을 보장하겠다는 업무보고로 호평받았다. 업무보고를 끝낸 백승주(53·사진) 국방부 차관을 박근혜 정부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던 2월 12일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반 구축

    ▼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부터 북한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1년을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소명의식을 갖고 일한다. 북한 전문 ‘가게’(한국국방연구원)에서 일하다 ‘백화점’(국방부) 경영을 하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도 중압감은 여전하지만, 실수를 경계하기보다 박근혜 정부가 설정한 국방과제 수행을 위해 변화,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언론 인터뷰를 할 시간도 없었다.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정책 설명을 한 적은 있지만, 언론 인터뷰는 ‘주간동아’가 처음이다.”



    ▼ 1년 전 오늘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했는데 올해는 같은 날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한미연합군사훈련(키리졸브 훈련) 연기를 주장하는데.

    “성과를 내면 좋겠다. 그런데 국가안보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군사훈련과 인도주의적 목적의 이산가족 상봉을 서로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은 2008년부터 연례적으로 해온 방어 훈련이고, 한국과 미국이 합의해 이미 미국 본토 미군도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이런 연례 훈련을 부당하다고 할 권리와 이유는 없다.”

    ▼ 박근혜 정부 1년간 대북정책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통령 표현대로 ‘북한이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보나.

    “크게 세 가지 차원의 중요한 변화를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먼저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 태도를 바꿨다. 개성공단 중단과 재가동 과정을 보면 북한이 남북관계의 특별한 상황을 만들고 우리가 끌려가는 그동안의 패턴을 바꾸지 않았나. 여기에 ‘통일대박론’을 통해 통일 주도권을 장악했고,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더는 대한민국의 통일 의지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북정책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필요한 역사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

    ▼ 그만큼 지난해 한반도 정세가 긴박했다는 건데.

    “그렇다. 현재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추가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 준비는 예상되지만 현 상황에서 임박하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분간 발사 수단 고도화, 탑재 능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북한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 능력을 대남정책 및 대외정책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공산이 크다. 국방부는 핵 보유 노력이 전술적으로 의미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나갈 것이다. 추가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 국제 제재를 더욱 촘촘히 하는 등 국제 공조도 강화해갈 것이다.”

    킬 체인과 KAMD 강화

    ▼ 올해 업무보고 핵심은 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비다. 북한의 전면전 및 국지 도발에 대비하려고 억지 능력을 확충하고, 한미(韓美) 동맹관계도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특히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비해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맞춤형 억제 전력을 강화할 것이다.”

    ▼ 킬 체인과 KAMD라면.

    “북한 위협에 대비하려고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킬 체인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발사하기 전 발사 시설과 발사 수단들을 무력화하는,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KAMD는 발사 이후 요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건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다. 정찰위성 등 미국의 정보 자산과 우리의 정보를 바탕으로 운용한다.”

    ▼ 지난해 말 대학생 동원훈련 보류 기간 축소 계획이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는데.

    “대학생 동원훈련 보류 기간을 4년제 일반대 기준 8학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1971년부터 학습권을 보장하려고 예비군 훈련 일부를 보류했지만, 3~5일 훈련받는 일반 예비군과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훈련을 연 1회 8시간 받는 사람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형평성과 향토방위부대 건제(建制) 유지 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해 시행하고 있다. 정책 취지와 변경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국회의원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볼 수 있겠다. 국회의원, 시장, 시도교육감 등 사회지도층도 예비군 훈련을 받게 했는데. ‘비정상의 정상화’ 때문인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이라기보다 현행법과 시행령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향토예비군 설치법령과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안보나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경우 향군 훈련을 보류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은 이 규정에 따라 훈련이 보류돼왔다. 병역 형평성 차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차원에서라도 보류 대상자를 좀 더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 정부의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북한이 수용할 경우 지뢰 제거 등 비무장화 같은 군사적 보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려는 정부의 구상 가운데 하나가 DMZ 세계 평화공원 조성이다.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군사적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먼저 유엔사와의 협력 문제, 지뢰 제거 등이 될 거다. 개성-문산 간 남북 공동관리구역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활용하면 된다.”

    ▼ 주변국 외교도 신경 쓰일 거 같다. 일본의 잇따른 우경화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는 어떻게 보나.

    “일본 지도자가 집단자위권을 언급하는 것은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자위권을 강조하기보다 역사적 진실에 기초해 주변국과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 중국 역시 경제적 성공,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적 투사 능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북아 안보 정세에서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자신감으로 안보에서도 새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62년 만에 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한 것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한편으론 한반도 긴장이 주는 부담을 고려할 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가 매년 실시하는 서울안보대화(SDD)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