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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장 모르고 토목공사 반대 박원순 시장 참 답답”

진익철 서울시 서초구청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현장 모르고 토목공사 반대 박원순 시장 참 답답”

“현장 모르고 토목공사 반대 박원순 시장 참 답답”


요즘 서울 서초구만큼 언론의 조명을 받는 기초지방자치단체도 드물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알려진 채모(11) 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으로 열람, 유출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오영 행정관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때문이다.

언론은 청와대, 국가정보원(국정원), 안전행정부의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과 서울시에서 함께 일한 ‘S라인’(서울시 인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에 불만을 품고 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진익철(62) 서초구청장 또한 ‘원세훈 라인’이어서 이를 방조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일부 언론은 조 국장이 국정원에서 서초구청으로 전보됐을 때 진 구청장이 모종의 구실을 했다고 보도했다. 진 구청장은 이를 전면 부인한다.

“내가 영포라인이면 1급 승진을 못 하고 미국으로 쫓겨 갔겠나. (서울시) 문화관광국장 할 때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사업을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하라는 걸 반대하다 송파구 부구청장으로 튕겨간 사람이다. 내 고향은 울산이고, ‘라인’에 속한 사람이 아닌, 그저 직업공무원일 뿐이다.”

우면2지구 모른 척, 해도 너무해



채군 정보의 불법유출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요즘 서초구청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 또 있다. 토목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대립하고 있기 때문. 서초구청은 12월 17일 ‘단지만 지어놓고…서울시 뒷짐에 교통지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기초단체가 광역단체를 비난하는 이례적인 보도자료였다. 12월 17일 오후 진 구청장 집무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인터뷰는 서울시와 대립하는 지역 현안에 대한 것부터 시작했다.

▼ 서초 우면2지구 도로사업을 놓고 서울시를 비난했다.

“우면2지구는 3월 서울시 임대주택 3300여 가구가 입주했지만 강남대로와 연결 도로가 없어 교통지옥이다. 이곳에는 연말 한국토지주택(LH)공사의 보금자리주택 3400가구가 입주한다. SH공사는 2005년부터 50만여㎡(약 15만 평)의 우면2지구를 분양해 입주를 마쳤는데, 2011년에서야 570억 원 예산을 책정했고, 2014년 상반기까지 기존 도로인 ‘태봉로~양재천길 1.1km를 현재보다 2차로 확장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렇게 되면 6차선→2차선(경부고속도로 교각 설치 부분)→4차선→2차선이 돼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양재천변 녹지 4400㎡가 훼손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1km 구간은 상습 정체구간이 된다. 그래서 2012년 주민공청회를 거쳐 양방향 4차로 지하차도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재요청했다. SH공사는 지난해 6월 적극 진행하겠다고 해놓고 뒷짐만 진다. 나도 서울시 공무원이었다. 무턱대고 비난하겠나.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일하는 걸 보면 참 답답하다.”

진 구청장의 불만은 이뿐 아니었다.

“2011년 12월 청계산 서울 추모공원(화장장) 건립으로 주변 집값이 3분의 1이 떨어졌다. 이에 대한 배려로 주변 일대를 2층까지 지을 수 있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서 7층까지 지을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지구단위계획안을 서울시에 냈지만 2012년 5월 보류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4층까지 지을 수 있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 변경안을 냈는데, 서울시는 두 차례나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지구단위계획안 허가를 안 해줘 나도 2011년 12월 추모공원 준공허가를 안 내줬더니 ‘적극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차례 공문을 보내온 터였다. 이를 믿고 준공허가를 내줬는데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 강남역 일대 저류조 문제도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지 않나.

“심각하다. 강남역 일대는 인근 논현동보다 17m나 낮은 곳이라 집중호우 시 물바다가 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일본 도쿄처럼 강남역에 모인 빗물을 반포천을 거치지 않고 저류시켰다가 한강으로 배수하는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이 교대역에서 반포천까지 지름 7m, 연장 1.2km 자연유하식 하수터널을 설치한다며 당초 계획을 틀어버렸다. 이곳에 살아보면 안다. 그럴 경우 반포천 하류가 범람할 위험이 크다. 교대역은 해발 30m, 반포천은 해발 13m 정도 된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강남역 물이 반포종합운동장 쪽으로 흘러가 펌프장에서 이 물을 퍼낸다. 반포천이 범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곳 주민 11만여 명이 당초 계획대로 빗물저류시설을 설치해달라고 탄원했다. 박 시장도 전문가를 데리고 도쿄에 가봤고, 당시 시장 특보도 ‘도쿄의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이 답’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장실에 여러 차례 가서 항의도 하고 건의도 했다.”

내가 원세훈 라인? 턱도 없는 소리

▼ 왜 이런 마찰이 계속 일어나는가.

“박 시장이 토목공사는 안 한다고 했으니까 거기에 매몰된 거 같다. ‘강남 3구는 부자구여서 (허가를) 안 해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책결정자는 현장감이 있어야 한다. 직접 보고 확인한 뒤 자신이 책임지고 일하면 뭐라고 하겠나. 내가 찾아가 얘기하면 뒤에 배석한 국장에게 물어보고 반응하니…. 직원들은 시장 마음에 드는 얘기만 하는 거 같다. 행정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기자는 이즈음 채군 정보의 불법유출 문제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진 구청장은 인터뷰 전 “이 사건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적 관심사여서 다시 확인했다.

▼ 상관으로서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무단 조회하는 것을 몰랐나.

“개인정보 열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혀 몰랐다.”

▼ 일부 언론은 조 국장이 국정원에서 서초구청으로 전보됐을 때 진 구청장이 원세훈 라인이라 서초구청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럼 사실 관계는 명확히 하자. 조 국장이 국정원에서 서울시청으로 복귀하는 동시에 서초구청으로 전입했다. 그때가 2010년 1월 1일로 민선4기 박성중 구청장 재직 시절이다. 나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 1일자로 취임했다. 내가 ‘원 라인’이어서 조 국장을 받아들였다는 게 말이 되나.”

▼ 서울시청 재직 시절 MB(이명박), 원 전 원장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나.

“원 전 원장이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하기 직전 경영기획실장을 했다. MB가 확대 간부회의를 하는데, 을사조약을 체결한 덕수궁 중명전(重明殿) 매입 건으로 부딪힌 적이 있다. 전임 시장이 개인 소유인 중명전을 매입해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하고 예산을 편성했는데, 원 전 원장이 ‘전임 시장 때 한 일이다. 매입하지 말자’고 했다. 나는 예정대로 매입해 근대박물관으로 하자고 맞서다가 MB가 원 실장 편을 들면서 곤욕을 치렀다. MB가 서울시장이 된 뒤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50억 원 무대 공사를 특정 업체에게 수의계약하라고 하기에 안 된다고 버텼다. 그랬더니 이듬해인 2003년 1월 송파구청 부구청장으로 튕겨갔다. 채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에 내가 모종의 구실을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 왜 이런 소문이 났다고 보나.

“선거가 다가오니까. 원 전 원장이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을 할 때 내가 재정기획관을 했다는 헛소문도 퍼트린다. 경찰 정보라인에도 이런 허위사실을 알리면서 나를 MB 라인, 원 라인이라고 낙인찍더라(웃음). 구민이 다 아는데…. 굳이 대응하지 않는다.”

▼ 조 국장은 자신이 불법열람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징계는 없나.

“아직 검찰 수사 중이다. 수사결과 통보가 오면 징계도 할 거다.”



주간동아 918호 (p34~35)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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