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3

2013.11.18

청년 창업 뜯어말리는 부모 세대

한 번 실패 시 재기 어려운 사회로 인식…모험보다 현실 안주로 한국 경제 활력 잃어

  •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hahus@hri.co.kr

    입력2013-11-18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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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창업 뜯어말리는 부모 세대

    연세대 창업선도대학 수업 장면.

    최근 국내 창업의 활력 정도를 나타내는 기업신생률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동사업자 대비 신규사업자를 의미하는 기업신생률은 새로운 기업이 얼마나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2001년 28.9%에서 2011년 20.2%로 하락했으며, 2002년 123만9000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내 신규사업자(사업자 등록 기준) 역시 2007년 이후 100만 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창업 관심 높지만 주저하는 모습

    전반적으로 침체된 창업 열기 속에서 청년들의 창업이 저조하다는 사실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의 창업 현황을 살펴보면, 20대 이하 자영업자 수는 2011년 28만 명 수준으로 50, 60대 이상 연령층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며, 30대의 경우 자영업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이들의 창업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50대 이하 전국 성인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10월 7~11일 전화조사, 최대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43%p). 그 결과 창업 열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창업에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창업한 사람을 제외하면 10명 중 4명(39.6%) 정도가 창업에 관심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은 21.7%에 달했다. 대체로 여자보다 남자, 지방보다 서울, 비(非)이공계열 출신보다 이공계열 출신이 창업을 좀 더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에 대한 이런 높은 관심에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따라서 사람들이 왜 창업을 꺼리는지에 대해 몇 가지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다. 이는 자녀의 창업에 반대하겠다는 사람이 과반수(52.1%)라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미 창업한 사람의 경우 자녀의 창업에 대해 오히려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사회적으로 창업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생겨난 가장 큰 이유는 창업 실패가 기업 파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대부분 창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창업에 나서지 않는 개인을 탓할 수는 없을 듯하다.

    둘째, 창업 실패 후 재기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로 인식(75.5%)되는 것이다. 이런 요인 때문이겠지만, 조사 대상자 10명 중 9명 정도는 우리나라의 창업 여건을 나쁘다고 인식했다.

    청년 창업 뜯어말리는 부모 세대
    셋째, 창업을 어렵게만 여겨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의 인식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창업하려는 사람과 실제 창업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의 프로세스를 비교해보면, 창업을 준비하는 관심자 그룹이 의외로 창업을 어렵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이들은 창업하려면 최소한 4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데 반해, 이미 창업한 사람의 경우 평균 3년 정도면 충분했다고 응답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그만큼 창업을 힘들게 생각하는 것이다.

    창업자금에 대해서도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은 최소 1억5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이미 창업한 사람은 1억1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응답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창업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창업자금을 본인(62.0%)이 다 마련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본인 스스로 창업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또한 창업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누구와 상담할지 모르는 사람도 10명 중 2명 이상(22.4%)이었다. 이는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최근 침체된 경제여건도 창업 부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창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노년에 대한 불안이 극심한 최근 세태를 반영하듯 노후에도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4.2%로 가장 많았다.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 창업을 선택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이런 현실을 반영해 창업 열기를 북돋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표1’ 참조).

    창업 열기 확산 분위기 조성 필요

    침체된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첫째, 창업과 관련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어려서부터 제공함으로써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등 정규교육을 통해 창업 관련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아(14.8%)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조차 이를 창업과 연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82.3%)가 다반사다. 창업 관련 학교 교육의 부재가 창업 방법에 대한 무지로 이어지고, 창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교육을 활성화해 어려서부터 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해주는 컨설팅이나 멘토 제도 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해주는 컨설팅(36.9%)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창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1.2%로 두 번째로 많았다.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으로 연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멘토 연결 등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전통적인 생계형 창업보다 정보기술(IT)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혁신형 창업을 확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혁신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숙박업 및 식음료업과 도소매 유통업 등 전통적인 생계형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69.9%인 반면, IT나 바이오 등 혁신형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16.7%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계형 창업에 몰릴 경우 이미 포화상태인 전통 분야의 경쟁을 더욱 심화해 현재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IT나 바이오 등 혁신형 창업으로 창업자들을 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부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넷째, 청년들의 소극적인 창업 열기를 고취해 청년실업문제를 극복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와 관련해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고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30세대의 경우, 4050세대에 비해 오히려 IT나 바이오 분야 등 혁신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표2’ 참조). 도전해야 할 청년들이 모험보다 현실 안주에 급급해하는 모습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특히 혁신형 창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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