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1

2013.11.04

쇠고기 육수에 암퇘지살코기 듬뿍

밀양 무안면 돼지국밥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3-11-04 10: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쇠고기 육수에 암퇘지살코기 듬뿍
    경상도에는 돼지국밥이 널리 퍼져 있다. 부산, 대구, 창원 같은 대도시는 물론 밀양 같은 소도시까지 퍼진 돼지국밥은 경상도 서민이 가장 즐겨 먹는 국밥 음식문화다. 돼지국밥이 가장 성행한 곳은 부산이다. 6·25전쟁 이후 북한 출신 실향민의 영향으로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여러 돼지국밥 기원설 가운데 가장 큰 지지를 받는다.

    1950년대 초반 시작됐다는 돼지국밥의 부산 기원설과 더불어 또 하나의 유력한 기원설이 전해지는 곳은 밀양이다. 경상도 전 지역에서 ‘밀양 돼지국밥’이란 브랜드를 단 돼지국밥집은 흔히 볼 수 있다. 밀양시내에도 전통시장과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으로 돼지국밥집 19개가 성업하지만 돼지국밥이 시작된 곳은 밀양시내가 아니라 시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진 무안면이다.

    무안면사무소로 가는 뒷길 앞쪽에 ‘제일식육식당’이 있다. 식당에 붙은 가게 한쪽에 ‘제일식육점’이라는 간판과 함께 최고급 한우인 ‘투 플러스 등심’이 눈을 맞은 듯 하얀 마블링을 자랑하며 진열돼 있다. 메뉴를 보니 소국밥, 소곰탕 같은 쇠고기 메뉴가 상단을 장식한다. 이 집의 유명 메뉴인 돼지국밥은 맨 밑에 적혀 있다. 소국밥과 돼지국밥 가격이 모두 6000원이다. 맑고 진한 국물 안에 비계가 적당히 붙은 돼지살코기가 넉넉히 들었다. 부산에서는 돼지국밥과 한 몸처럼 나오는 부추가 무안면 돼지국밥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도 특징이다. 파가 부추 구실을 대신한다.

    이 집 근처에 자리한 ‘동부식육식당’, 길 건너편 ‘무안식육식당’ 모두 쇠고기 양지로 육수를 만들고 돼지고기를 꾸미로 넣는 독특한 방식의 국밥을 만들어 판다. 제일식육식당에서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동부식육식당이 나온다. 밀양 돼지국밥을 이야기할 때 항상 먼저 거론되는 집이다.

    쇠고기 육수에 암퇘지살코기 듬뿍

    한결같은 돼지국밥 맛을 자랑하는 제일식육식당.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제일식육식당 같은 정육점식당이다. 돼지국밥을 시키면 맑은 국물 위쪽으로 파가 둥둥 떠다닌다. 조금 많은 듯한 양의 파 밑을 숟가락으로 뜨자 암퇘지살코기가 하얀 속살을 내비친다. 국물은 소 사골과 양지 부위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진한 육수와 적당한 온도의 밥, 깔끔한 암퇘지살코기에 시원한 파가 잘 어울린다. 부드럽게 씹히는 깍두기의 단맛과 산도도 국물과 제법 어울린다. 제일식육식당의 김치처럼 이 집의 김치 맛도 좋다.



    왜 두 식당이 이토록 닮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이 두 집과 길 건너편 무안식육식당까지 포함한 무안면 돼지국밥집은 밀양식 돼지국밥을 완성한 최성달 씨 손자들이 운영하는 가게다. 최씨는 1940년 ‘양산식당’이란 가게를 시작하면서 지금 같은 돼지국밥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육수도 초창기부터 사용했다는 게 직계후손인 식당 주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쇠고기로 육수를 만드는 무안면 돼지국밥을 돼지국밥이라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논란이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