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1

2013.11.04

“법보다 의사들 보복이 더 무서워”

제약사들 자사의 약품 처방 중단 공포…표적된 동아제약 2200억 원 매출 손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11-04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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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보다 의사들 보복이 더 무서워”

    국내 1위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의 의약품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한 정부합동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10월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 동아제약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던가. 검경, 국세청 등 각 사정기관과 보건복지부의 불법 리베이트 단속에 대해 각 제약사는 형사처벌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보다 오히려 의사들의 보복을 더 두려워한다. 각 의사단체가 자신들을 밀고한 제보자가 제약사 임직원이라 생각하고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 처방을 실질적으로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한 법원의 일반적 양형 기준과 행정기관의 행정처분 관행상 벌금 및 행정처분(과징금)을 다 합쳐봐야 1억 원 안에서 손해가 끝나지만, 의사들이 자사 약품을 처방하지 않을 경우 매출 규모에 따라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이 법보다 의사를 더 무서워하는 까닭이 된다.

    9월 30일 동아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와 관련해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정식 기소하거나 약식 기소한 의사 105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곧바로 “(해당 제약사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의협은 10월 초 동아제약에 대한 대응지침을 확정해 각 시도 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각 직역단체로 내려보냈다. 핵심은 “동아제약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에게 전달한 대응지침서에는 △학술대회 등 의료계 행사에 동아제약 참여 제한 △동아제약이 주최하는 행사에 의료계 미참석 △동아제약으로부터의 학술, 연구 요청 거부 △동아제약 임직원 의료기관 방문 거부 △동아제약과 모든 사회적 관계 단절 △대체품목 처방 권고에 대해 법률 검토 후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지침에 따라 의협은 내년 6월 예정된 종합학술대회 후원 부스 명단에서 동아제약을 비롯한 CJ제일제당(제약사업본부), S제약 등 쌍벌제 실시 이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제약사를 제외시켰다.

    의사들 사이에 대체약 리스트 나돌아



    의협은 지침서에서 ‘대체품목 처방 권고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의사 사회에서는 동아제약을 비롯해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된 제약사 5곳이 생산 및 판매하는 약들과 성분이 같은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약품 또는 다른 국내 제약사의 대체약 리스트가 나도는 실정이다.

    실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회원들에게 동아제약 약품 대신 다른 제약사 약품을 처방할 수 있도록 대체 의약품 목록을 공지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동아제약에서 박카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문의약품인 위점막보호제 ‘스티렌 정 60mg’ 대신 대원제약 오티렌, 제일약품 넥실렌, 종근당 유파시딘에스, 안국약품 디스텍을 쓰자는 식이다.

    동아제약에 대한 의사들의 실력 행사는 이미 지난해 10월 동아제약 본사 압수수색 직후 시작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100억 원씩 매출 손실이 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일반 영업비가 리베이트로 처리돼 경비처리를 받지 못함으로써 998억 원을 추징당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 10월까지 1년 동안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총 매출액의 20%가 넘는 2200억 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전의총은 1월과 3월에도 ‘동아제약 바꿔스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전의총은 처방약 가운데 동아제약 약품을 환자에게 더 좋은 약으로 대체하고, 동아제약 약품을 많이 처방한 병원이나 의원에 항의하며, 영업사원 출입금지 스티커를 병·의원 입구에 부착하자는 등 구체적인 불매운동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사실 법적 처벌이 무서운 게 아니다. 지금 우리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보한 사람이 회사 내부인이 아니길 기도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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