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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인디밴드, 자유와 창조 연주

홍대 앞 잔다리 페스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인디밴드, 자유와 창조 연주

인디밴드, 자유와 창조 연주

‘2013 잔다리 페스타’ 포스터

음악 페스티벌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교외 리조트나 농장에 특설무대를 세우는 야외 페스티벌이 있다. 영국 글래스턴베리, 미국 코첼라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 대체로 이런 형태다. 펜타포트, 밸리록 등 국내 페스티벌의 시작도 그랬다. 그다음으로는 도시의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도심형 페스티벌이 있다. 스페인 소나르, 일본 서머소닉 등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슈퍼소닉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타운형 페스티벌이 있다. 대형 무대보다 특정 지역의 클럽, 술집, 카페 등 기존의 소규모 공간을 활용하는 형태다.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프랑스 페트 델라 뮤지크가 그렇다. 다른 형태의 페스티벌이 ‘규모의 경제’라면, 이런 페스티벌은 ‘공동체의 경제’에 비할 수 있다. 주최 측과 지역, 참여 뮤지션이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을 위해 별도의 무대나 시설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인프라가 이미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연 가능한 시설이 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 정도만 있는 곳에서는 아무래도 곤란하다. 지역에 밀착해 활동하는 뮤지션이 없다면 그 또한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이런 조건을 두루 고려하면 한국에서 타운형 페스티벌이 가능한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서울 홍대 앞. 하루가 멀다 하고 쇄도하는 자본과 프랜차이즈 공세에 문화적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지만, 여전히 홍대 앞에는 인디 뮤지션 수백 팀이 활동하고, 그들이 공연할 수 있는 라이브 클럽과 카페가 존재한다. 그리고 공연을 보려고 주말마다 홍대 앞을 찾는 수천 명의 고정 유동인구가 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타운형 페스티벌이 있다. 잔다리 페스타가 그것이다.

10월 11일부터 사흘간 열린 두 번째 잔다리 페스타는 지난해에 비해 양적으로 크게 커졌다. 상시적으로 공연이 열리는 곳은 물론이고 카페, 대안문화공간 등으로 무대가 확장돼 총 33곳을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각 공연장에서 하루 평균 3~4회씩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으니 얼추 뮤지션 300~400팀이 공연한 셈이다. 거대한 무대는 없지만 국내 어느 페스티벌보다 많은 뮤지션이 참가한 축제였던 셈이다.

올해 잔다리 페스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개별의 총화’였다. 홍대 앞에서 꾸준히 열리는 여러 이벤트가 잔다리 페스타와 결합,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다. 유통사인 미러볼 뮤직, ‘인디의 대안’을 표방하는 자립음악조합 등이 기존에 만들어오던 다양한 프로그램이 그 이름 그대로 잔다리 페스타 기간에 개별 장소에서 열렸다. 2010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친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모 무대를 만들었다. 여러 레이블이 음반을 직접 판매하는 부스가 마련됐으며, 홍대 앞 라이브의 역사, 해외 타운형 음악 페스티벌의 현황을 알아보는 콘퍼런스도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한 뮤콘과 같은 기간에 열렸던 덕에 많은 해외 음악산업 관계자가 한국 밴드들의 라이브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쇼케이스와 콘퍼런스 위주의 행사인 뮤콘에 참가한 해외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강조했던 키워드는 ‘지역’과 ‘인디’였다. 즉 지금 이 시대 세계 시장에서 어느 지역 출신인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메이저 음반사보다 인디에서 좀 더 창조적인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인디신에 존재하는 수많은 점을 연결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잔다리 페스타는 현재 시점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창조적 저력을 읽을 수 있는 열쇠말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모방과 영향을 넘어 독자적 색깔을 형성하는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면서 해외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표시한 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이런 음악적 자산을 지녔음에도 한국 미디어와 대중이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K-pop)에만 열광한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싶다.

날이 갈수록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 홍대 앞, 과거 서울 대학로나 신촌이 걸었던 몰락의 길을 따라간다는 이 공간이, 그럼에도 왜 문화를 논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지인지를 똑똑히 보여준 사흘이었다. 주말이면 평균 10여만 명의 유동인구가 홍대 앞을 오간다. 이들 중 홍대 앞 지역 문화를 소비하려고 찾아오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부디 내년 잔다리 페스타가 더 많은 비율의 사람을 적극적인 문화 향유자로 흡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주간동아 909호 (p72~72)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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