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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문고리 3인방’ 외교안보 실세?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 중 한 명 8월 남북 비공개 접촉設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문고리 3인방’ 외교안보 실세?

‘문고리 3인방’ 외교안보 실세?

박근혜 대통령이 9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왼쪽). 정호성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상자 안 왼쪽부터).

서울 외교가에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9월 중순 무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던 대통령비서실 소속 비서관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8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고위관계자와 비밀접촉을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이나 당국자들 할 것 없이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정호성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흔히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부르는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박 대통령이 1998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15년 가까이 의원 보좌관으로 곁을 지켰던 이들은 대통령선거 기간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춘상 보좌관과 함께 박 대통령의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듣곤 했다. 집권 후에도 이들은 대통령의 면담 일정이나 동선, 실무부처의 보고서 상신 등을 교통 정리하는 주요 직책을 맡았다. 직급은 비서관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수석비서관급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이산가족 상봉 연기

남측과의 비밀접촉에서 주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상대하는 것을 선호해온 북한의 그간 행동방식에 비춰보면,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비공개 대화창구를 맡았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다. 이전 사례에서 평양은 늘 직책이나 업무에 관계없이 권력 핵심의 뜻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이 테이블에 나오기를 요구해왔기 때문. 한마디로 ‘누가 대통령의 귀를 차지하는가’가 첫 번째 요건이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식은 한층 구체화됐다. 이 비공개 접촉에서 논의됐다는 주요 의제들이 함께 거론되기 시작한 것. 개성공단 활성화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현안 논의와 더불어, DMZ(비무장지대) 평화공원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어젠다를 북측에 타진하는 작업도 이뤄졌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이 무렵 속도를 내던 남북 유화 분위기의 사전 조정작업이 당시의 비공개 접촉을 통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9월 21일 추석 연휴기간에 열릴 예정이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북측이 돌연 연기한 후 소문은 한 차례 변주를 겪는다. 북측이 대외적으로 밝힌 공식 연기 이유가 여러모로 석연치 않았기 때문. 북한 매체들은 ‘최고존엄’ 모독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사건, 전쟁도발 책동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남측 책임이라고 연일 주장했지만, 8월 하순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에도 침묵을 지키던 것에 비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상봉행사 돌연 연기 결정에 뭔가 공개되지 않은 ‘중요 연결고리 하나가 빠진 것 같다’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초 8월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오간 이야기 가운데 일부가 어긋났거나, 이후 의사소통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과 달리 매우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하자 북측 당국자들의 심기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날이 갈수록 소문은 커져갔지만, 대통령 본인과 창구 구실을 맡은 1인 외에는 누구도 확인하기 어려운 남북 간 비밀접촉의 특성상 소문은 한동안 그저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역대 정부마다 유사한 접촉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청와대 공식 홍보라인이나 당사자를 막론하고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고, 사안 성격상 이를 탓하기도 어렵기 때문.

물밑으로 흐르던 ‘설(說)’은 이내 무대 위로 올라왔다. 10월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게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 8월 1일 중국에서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고위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정 비서관이 이 고위관계자와 △경평(京平)축구 재개 △남북 고위급회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내용을 논의했다는 게 정 의원 측 주장이다. 요컨대 주요 현안 논의에 더해 6월 개최를 합의했다 좌초된 고위급 당국회담을 조속히 다시 열고, 같은 시기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한 상호방문 축구 행사를 개최하자는 아이디어가 오갔다는 것이다.

뚜렷한 원칙 없는 의사결정도 한몫

질의를 받은 남재준 원장은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답했고, 청와대도 이내 부인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인도네시아에서 브루나이로 출국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호성 비서관을 비롯한 3인방 모두 남북관계에 전문성이 없고, 세 사람 중 한 명에게 중대사를 맡기면 이들 사이의 균형이 깨지므로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했을 개연성은 적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국회 보좌관 시절과 선거 기간에 정호성 비서관은 연설문 작성 및 정무기획 분야, 이재만 비서관은 공약과 정책 부문, 안봉근 비서관은 경호와 일정을 책임졌다. 남북문제나 안보 이슈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일견 수긍할 만하지만, 거꾸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 오랜 기간 재직했던 박 대통령의 이력을 감안하면 정반대 시각도 가능하다. 한 학계 전문가는 “전임 정부에서 비밀접촉 창구역을 맡았던 인물은 모두 남북문제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 시절의 문성근,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임태희가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보 이슈의 정점이라 할 남북 비공개 접촉과 관련해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최근 안보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의 의사결정이 돌연한 방식으로 이뤄졌고, 결정을 내린 배경이나 검토 과정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것과 관계가 깊다는 견해가 있다. 비밀접촉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면, 다른 사안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작동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9월 24일 당초 예상과 달리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차기전투기(FX) 도입사업의 최종 후보 기종으로 상정된 보잉의 F-15SE 선정안을 부결한 것이나, 이튿날 발표된 군 대장급 인사에서 국방부 인사안의 1순위였던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대신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으로 발탁된 것이 대표적 사례.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는 “주요 안보당국이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엉뚱한 그림을 들고 왔다가 스텝이 꼬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 전직 외교안보 고위당국자의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청와대가 내린 외교안보 이슈 관련 정책결정에서 뚜렷한 방향성이나 원칙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실무부처는 뒤늦게 ‘윗분의 뜻’을 확인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런 시선은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간동아 908호 (p46~47)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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