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2013.10.14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중요성

명확한 기준 설정 반드시 필요…근로기준법 개정안 노사정 이해와 양보 필요

  •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jimanlee@yonsei.ac.kr

    입력2013-10-14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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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중요성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간사 등 의원 및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당정협의가 열렸다.

    10월 7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현재 근로시간은 주당 법정근로 40시간, 주중 연장근로 12시간, 토·일요일 휴일근로 16시간을 포함해 주당 최장 68시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주당 근로시간은 최장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입법화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사실 노사정 이해관계자 간에는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오래전부터 형성돼왔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400시간이나 더 많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해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까지 단축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휴일근로 연장근로에 포함 △근로시간 특례제도 개선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 △연차 휴가 사용 확대 등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있음에도 굳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카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애매하게 규정된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법적 애매함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별개로 운영되는 관행이 존재해왔다. 최근 법원에서는 기존 행정해석과 달리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잇달았다.

    향후 경영과 근로자에 큰 영향

    이번 최장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향후 기업경영과 근로자에게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따라서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경영 측면에선 생산성 저하와 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생산성은 23.5%가량 떨어지게 된다. 물론 휴식시간의 증가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감소된 생산 물량은 일정부분 회복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감소된 생산성을 보완하려면 신규인력 채용이나 설비 효율화 및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결국 기업에겐 인건비 혹은 설비 투자비의 증대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신규인력 채용이 어려워 생산성 저하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근로자 역시 근로시간 단축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임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조건부 수용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감소할 경우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할증률이 적용되는 임금이 줄어든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기업 측과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노동조합(노조) 측의 분쟁 발생 여지가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 법안 시행을 기업 규모에 따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이유도 기업경영 및 근로자의 임금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299명 기업은 2017년부터, 30명 미만 기업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다. 법안 시행 시기 유예와 기업 규모별 단계적 실행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은 크지 않다.

    문제는 예외적으로 연중 6~12개월간 주당 총 20시간 특별 연장근로시간을 인정하는 단서조항이다. 여기에 대해선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단서조항은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으로 야기되는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 증가, 그리고 근로자의 임금감소 등을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계는 “주당 최장 60시간까지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단서조항은 장시간 근로 개선의 효과가 없다”면서 강하게 반대한다. “연장근로가 주당 12시간 이상이면서 휴일에도 일하는 약 144만(전체 근로자의 12.6%) 근로자의 주당 평균 휴일근로가 7시간인데, 주당 60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단서조항은 근로시간 단축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고용률 70% 위해 모두 머리 맞대야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중요성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실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10월 7일 오후 3시께 아반떼 등을 만드는 3공장에서 퇴근 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경영계는 법 개정을 통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만약 법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기업 비용 부담과 근로자 임금 감소 완화를 위해 단서조항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년 중 6개월이 아니라, 1년 내내 주당 연장근로를 20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한다. “이 단서조항은 60시간 이상 근로하는 과중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감축하는 데 기여한다. 향후 노동 생산성과 기업 생산성이 회복된 시점에서 점차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줄여갈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201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발주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로드맵 작성 및 정책적 제언’ 연구에 따르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연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될 때 48.4시간, 60시간으로 단축될 때 13.5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에도 실행 방법에 대한 노사 간 의견 대립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노사정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안착 방안, 그리고 이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만약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느냐 마느냐 하는 해석의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근로자의 할증임금과 관련한 법적 쟁송이 늘어나고 노사갈등의 원인으로도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근로기준법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지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일만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까운 장래에 노사갈등이 폭발할 불씨를 미리 찾아 제거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이 과정에서 유예기간 설정,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확대, 그리고 노사의 자율적 합의 시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절충적 방안 모색은 당연하다. 그리고 다양한 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특별 연장근로시간 한도의 법적 테두리를 설정한 후, 이 테두리 안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결정하게 해 점진적으로 주당 최장 52시간 근로 시대로 나아가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최종 목적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 70% 달성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당장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단축된 근로시간에 적합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만 계속 발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여지는 커 보인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근로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창출, 그리고 고용률 70%는 노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일방의 노력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협력과 양보를 통해서만 달성 가능한 사회적 해결과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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