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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 조이영의 클래식 산책

“늘 마지막 기회, 최선의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늘 마지막 기회, 최선의 연주”

“늘 마지막 기회, 최선의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20대 초반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1920~2001)의 연주를 봤다. 그런데 스턴이 연습을 하지 않은 탓인지 음정이 정확지 않았고 실수도 잦았다. 연주가 끝난 뒤 정경화는 스턴에게 찾아가 “어떻게 이렇게 관객을 무시하는가”라며 당돌하게 화를 냈다.

정경화는 젊은 시절 명성 있는 지휘자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기죽지 않고 대차게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드래건 레이디’. 무대에서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백스테이지에 돌아와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오직 음악에만 헌신하던 정경화는 연습벌레였고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2005년 갑작스러운 손 부상으로 그는 바이올린을 내려놓아야 했다.

“내 모든 것이 다 없어졌다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그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가르치고, 강아지 두 마리 데리고 그렇게 지냈어요. 그런데 ‘나는 (바이올린 연주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돼’라고 생각했더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5년간 바이올린을 건드리지도 못하던 정경화는 2010년 5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하며 다시 무대에 나타났다. 이듬해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고, 같은 해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9년 만에 독주회를 열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대관령국제음악제 무대에 섰다.

“내게 바이올린은 의무이자 열정이었어요. 거기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죠. 하지만 그 자유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찾아왔습니다. 늘 무대에 오를 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야말로 하나님이 나에게 기적적으로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정경화는 5월 일본 4개 도시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고, 10월 18일부터 베이징, 타이베이,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7개 도시 투어를 펼친다. 중국 연주는 2002년 이후 11년 만이다. 국내에서도 중국 투어 전후로 5회 공연이 잡혀 있다.

일본에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프로코피예프, 바흐를 들려줬고, 중국과 한국에서는 베토벤, 그리그, 프랑크, 포레 소나타를 준비하고 있다. 프랑크 소나타는 정경화가 꼽는 자신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포레 소나타 1번은 처음으로 연주하는 작품이다.

“프랑크는 예순이 넘어서,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이 소나타를 썼습니다. 예전에는 연주할 때마다 이 곡에 왜 이렇게 비극적인 감정이 많지 했는데, 프랑크가 이 소나타를 썼던 나이에 그것을 연주하니 그 곡조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포레 소나타 1번은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어요. 포레가 20대 때 쓴 곡으로 인생을 희망적이고 꿈같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곡이죠.”

피아노 반주자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정경화의 곁에는 쇼팽 콩쿠르 우승 경력을 지닌 케빈 케너가 있다. “잘 맞는 피아니스트를 만나는 일은 일생의 천생연분을 찾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케너에게는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않는다. 케너와는 훗날 슈베르트와 슈만 곡도 함께 호흡을 맞출 계획이다.

정경화는 요즘 비올라를 배운다. 고음도 저음도 아닌, 비올라의 부드러운 중간 음역대 소리에 한껏 끌렸기 때문이다. 꿈도 꾸고 있다. 언젠가 모차르트 후기 작품인 비올라5중주에서 그가 비올라를 연주하는 것이다.



주간동아 908호 (p70~70)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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