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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은행도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2007년 당시 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 1900억 원…고객들 “원금 손실 없는 상품이라고 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우리은행도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우리은행도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파이시티피해자모임’(피해자모임)은 10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의 특정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권영일 피해자모임 고문,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이학영 민주당 의원, 이상선 피해자모임 대표, 정호준 민주당 의원, 백주선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실행위원.

동양증권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은행도 신탁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함으로써 고객 손실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10월 초 판매사 우리은행을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신고한 것.

권모(61) 씨 등 피해자들은 우리은행이 2007년 7~8월 특정금전신탁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C2)’(하나UBS투자신탁)를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 걱정 없는 상품” 등으로 소개했다며 금감원에 이 문제를 조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돈을 맡길 때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사달라고 지정하는 상품을 가리키는 말. 금융기관은 이 돈을 고객이 지정한 방법 및 조건에 따라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한다. 운용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원금을 손해볼 수 있고, 예금자보호도 받지 못한다.

지난 3년간 수익률 -74.5%

그러나 우리은행은 하나UBS투자신탁 판매 과정에서 먼저 투자처를 정한 뒤 고객 자금을 모집했고, 가입자에게 투자 위험성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퇴직금 3억 원을 투자했다는 이모(64) 씨는 “내 돈이 파이시티 개발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상품 가입하고 2~3년 후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고모(61) 씨는 상품 가입 당시 안내 직원에게서 “지하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 문제될 것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약 1500명에게 1900억 원 규모의 하나UBS투자신탁을 팔았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900억 원과 개인들의 직접 투자액 1100억 원을 합치면 하나UBS투자신탁의 전체 설정 규모는 3900억 원에 이른다. 이 돈은 파이시티 개발 사업에 투자됐다. 그러나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에 지하 6층, 지상 35층 규모의 복합유통센터를 짓는다는 내용의 이 프로젝트는 인허가 지연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난항을 겪었고, 2011년 12월 시행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당초 2009년 2월로 예정됐던 하나UBS투자신탁의 만기는 수차례 연장돼 2015년까지 미뤄졌다. 1년 6개월짜리 단기상품으로 알고 가입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원금 손실 위험도 있다. 하나UBS자산운용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상품의 3년 수익률은 -74.58%이다. 가입자들은 수익배당은 커녕 원금의 몇 %를 회수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피해자들은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개발 사업의 주간 금융사로서 상품 판매 당시 이미 사업 진행의 난맥상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이를 가입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파이시티 개발 사업은 2004년부터 추진됐지만 2006년 5월 비로소 토지 용도변경이 허가됐고, 건축허가는 그로부터 3년여가 더 흐른 2009년 11월에 나왔다. 그사이 공사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이 커지자 파이시티 관계자들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게 수억 원대 뇌물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2007년 우리은행이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할 때 이런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가입자들의 생각이다.

피해자 권씨가 우리은행에서 받은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개발사업 관련 특정금전신탁 투자 제안서’(2007년 7월 작성)에 따르면, 은행 측은 이 상품의 투자 메리트로 ‘안전성’을 꼽으며 시공사인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채무의 60%를 인수하기로 계약했고, 미채무인수분 40%에 대한 담보로는 사업부지 담보신탁 1순위를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10년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상품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사업토지의 가치 또한 크게 떨어진 상태다.

파이시티 개발 사업은 현재 매각과 청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파이시티 개발 사업 채권 금융사들로 구성된 대주단은 당초 매각을 추진했지만, 8월 입찰 결과 STS컨소시엄이 낙찰가 4000억 원에 사업권을 받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나UBS투자신탁 자금 3900억 원과 우리은행 대출금 1880억 원을 포함해 8700억 원에 이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원금의 절반도 회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대주단이 예상한 낙찰가는 6000억 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주단은 STS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확정 짓기 전 사업토지 공매를 타진하고 있다. 10월 14일부터 진행할 공매의 최소입찰가격은 4500억 원. 최대입찰가격 1조400억 원에서 경매를 시작해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매에서 사업 매각 대금보다 더 높은 값을 받게 되면 땅을 팔고 사업을 청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경기를 볼 때 땅값이 사업 전체 매각 대금보다 높게 매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양증권에서 이 상품에 가입한 김모(49) 씨는 “담당직원으로부터 매각이 잘 진행돼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 (원금의) 35%, 공매를 해서 땅을 처분하면 20% 정도 받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소송 추진 등 공동 대응 시작

“우리은행도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토지 전경.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하나UBS투자신탁 가입자들의 금감원 신고를 대리한 백주선 변호사(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실행위원)는 손해배상 소송을 언급했다. “감독당국이 금융사에 상품 설명 의무를 지우는 이유는 고객에게 투자 위험성을 알려 손실 위험을 이해하고 이를 감수할 사람만 상품에 가입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상품의 안전성을 과장하고 위험성은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또 상품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뜻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대리권을 행사해 2차 피해를 입힌 정황도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2005년에도 펀드를 팔면서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해 패소한 적이 있다. 이미 5월 하나UBS투자신탁 가입자 6명이 우리은행과 하나UBS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현재 이 소송과 금감원 신고 사건 처리 결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시티피해자모임의 이상선 대표는 “그동안 이 상품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은행만 바라보며 기다려온 50~70대 투자자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다. 소송에 참여하겠는 사람이 5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는 피해자들의 금감원 신고와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대형 금융피해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장흥배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간사는 “그동안 KIKO 사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판매 사태 등이 반복되면서 많은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당했다. 은행 측이 투자상품의 안전성을 과장하고 고객을 현혹시키지 못하도록 모든 금융상품의 위험성 등급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구분해 상품 구매자가 한눈에 위험 정도를 식별토록 하자는 것이 이 법의 골자”라고 소개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은 원래 고객이 투자 결과를 책임지는 상품으로 상품설명서 등에 이 내용이 명시돼 있다. 판매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현재 금감원이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인 만큼 이에 충실히 응하고, 가입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908호 (p24~2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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