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0

2013.08.12

창업? 멀리 보고 진심을 팔아라

‘백년의 가게 : 명가의 비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8-12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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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멀리 보고 진심을  팔아라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지음/ 샘터/ 344쪽/ 1만5000원

    나라와 업종, 역사는 달라도 100년 넘게 이어온 오래된 가게는 공통적인 경쟁력을 지닌다. 그들은 모두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본업에 충실하며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혁신을 거듭하는 것이다. 즉 시대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려고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지킬 것과 바꿀 것을 아는 일 또한 오랜 세월을 거치며 얻은 노하우일 터.

    이탈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피자다. 화덕에 구워 바삭바삭한 나폴리피자는 그 뛰어난 맛에 비해 재료가 단순하고, 단 5분 만에 굽지만 그 맛은 아무나 흉내 내기 어렵다. 나폴리 마테르데이 거리에 자리 잡은 피자가게 ‘스타리타’는 지난 111년 동안 매력적인 맛을 지켜왔다. 자꾸만 먹고 싶게 만드는 이곳의 맛 비결은 4가지를 철저히 지키는 데 있다. 전통적이고 신선한 재료, 대대로 내려온 도우 반죽과 자연 숙성, 한 몸처럼 움직이는 직원들, 변화와 새로운 시도로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는 열정이 그것이다.

    열정의 도시 스페인 마드리드엔 4대째 전통을 이어온 쇠고기 전문 정육점 ‘솔로부예’가 있다. 쇠고기 외에도 돼지, 악어, 캥거루 등 60종 이상의 육류와 하몬, 세시나, 치즈 같은 가공제품을 취급한다. 이곳은 스페인 전 지역의 레스토랑, 호텔 등 1000여 곳과 거래하고 있다. 정육점으로 100년을 버틴 데는 고객의 어떠한 주문에도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와 ‘품질 하나만은 최고’라는 고객들의 오랜 믿음이 바탕을 이룬다.

    “우리는 증인일 뿐입니다. 이 보물들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려주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벨기에의 대표적 골동품 거리인 그랑 사블롱에 위치한 골동품 전문점 ‘코스테르망스’의 6대 사장인 아르노 코스테르망스가 가진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유명 예술가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골동품은 그 안에 담긴 가족들의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코스테르망스 기술력은 골동품 복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역사적 가치까지 복원한다. 전 유럽에서 고객이 몰려오는 최고의 골동품 전문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을 이해하고 역사를 존중하는 마음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173년간 이어온 노력과 사명감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챠륵. 영화 ‘해리 포터’에서 주인공들이 신었던 챠륵은 터키 전통 신발이다. 터키 남동부 카라만마라쉬에 위치한 ‘데뎀 오스만르 챠륵’이 그 전통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13세기 말부터 이어져 내려온 챠륵은 아주 실용적이어서 유목민의 발을 든든하게 보호해줬다. 가죽 조각을 긴 끈으로 꿰어 발목까지 둘러 묶는 것이 특징으로, 현대로 오면서 신발 기능을 넘어 미적인 측면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투박한 가죽에 색을 입히고 화려한 장식을 덧댄 새로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업을 넘어 터키 문화를 오랫동안 지키고 가꾸려는 모습이 보인다.

    연필은 꿈을 만들어가는 도구다. 그림을 그리고 숫자를 쓰고 글을 배우는 등 삶 속에서 사람의 성장과 늘 함께했기에 누구나 연필과 관련한 한두 가지 추억은 있다. 포르투갈의 유일한 연필회사 ‘비아르쿠 연필’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팽이 모양의 팽이 연필, 부러뜨려 쓰는 연필, 흑연을 넣지 않아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 ‘멍청이 연필’ 등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연필이 흔하고 단순하며 굳이 골라서 살 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아르쿠 연필은 작은 연필에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알리려고 지금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가게를 100년 넘게 유지하려면 최소 3대가 가업을 이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정성, 땀과 눈물은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창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전 세계 장수 가게의 비결을 가슴 깊이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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