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0

2013.08.12

숲 속 약용식물 진분홍 꽃도 좋아라

노루오줌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8-12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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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 약용식물 진분홍 꽃도 좋아라
    사람이나 꽃이나 이름으로 덕을 보는 경우도 있고, 이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별꽃, 나비나물 등은 이름은 예쁘지만 별꽃은 너무 작아서, 나비나물은 꽃잎이 아닌 작은 턱잎의 특징이 나비모양인 탓에 실망을 주기도 한다. 쥐오줌풀이나 개불알꽃은 이름으로 유추되는 이미지는 좋지 않지만 막상 꽃을 보면 참 곱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여름, 무성한 숲 속에 이름 때문에 아름다움이 감춰진 또 다른 꽃이 있다. 노루오줌이 바로 그것이다.

    왜 하필 이 고운 꽃을 두고 노루오줌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노루가 살아갈 만큼 깊은 산골에서 피는 식물인 데다 식물체에서 약간 찝찝한 냄새가 나기 때문. 하지만 노루오줌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에게는 그리 유쾌한 이름이 아니다. 이름을 붙일 때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해도 말이다. 실제 노루오줌이 사는 곳은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이다.

    노루오줌은 범의귓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아주 크게 자라면 꽃대 높이까지 모두 합해 70cm 정도 자란다. 곧게 올라간 줄기는 두세 번 갈라지는데 작은 잎들이 모여 이뤄진 잎을 달고 있다. 지름이 3mm나 될까 싶은 작은 꽃들이 모여 길이가 30cm에 달하는 고깔모양의 커다란 꽃차례를 이룬다. 비록 아주 작은 꽃들을 지니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려고 서로 조화롭게 모여 있는 노루오줌 꽃의 슬기가 참으로 부럽다. 더욱이 진분홍빛 꽃잎은 그 때깔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모른다.

    예전에 노루오줌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약용식물이었다. 유명한 약재인 승마와 유사하게 생겨서인지 생약명으로 소승마(小升麻) 또는 구활(求活)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뿌리는 특별히 적승마(赤升麻)라고 해 약으로 썼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채취한 꽃이나 잎, 줄기를 말려뒀다가 잘게 썰어서 사용한다. 땅 위에서 자라는 부분(보통 소승마라 부르는 부분)은 해열과 진해 효과가 있어 감기로 인한 열, 기침, 두통,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처방하고 적승마, 즉 뿌리 부분은 진통작용과 혈액순환 효과가 있어 근육통, 타박상, 관절통에 처방한다.

    요즘 노루오줌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관상학적 가치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 노루오줌의 형제쯤 되는 노루오줌속(屬) 식물들을 잘 개량해 여러 색깔과 모양의 품종을 만들어 화단에 모아 심거나 화분에 옮겨 심어 키운다. 꽃꽂이용으로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종류가 자생하며 지역에 따라 많은 변이를 보인다. 그 가운데 더 좋은 꽃 모양이나 빛깔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여름휴가철 숲길을 거니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노루오줌의 아름다움을 꼭 한 번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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