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8

2013.07.29

최일도 목사 이야기에 관객 공감

뮤지컬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입력2013-07-29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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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도 목사 이야기에 관객 공감
    본업보다 선행으로 더 잘 알려진 연예인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내심 ‘속내’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 ‘불경한’ 마음이 드는 건 그만큼 조건 없이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뮤지컬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은 1988년부터 서울 청량리 뒷골목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 ‘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인물을 찬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 최일도가 ‘선인(善人)’ 최일도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부터 공감과 동참 의지를 얻어낸다.

    작품 1막은 최 목사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1979년 봄, 당시 전도사였던 최 목사는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5세 연상의 수녀 김연수를 만난다. 사랑을 이루려고 종교와 관습의 벽을 넘어야 했던 그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르지만 결국 사랑을 얻는다. 본격적인 ‘밥퍼 이야기’는 2막부터다. 최 목사는 우연히 한 노인에게 라면을 끓여주면서 나눔 활동에 헌신하게 된다. 그런데 봉사 규모가 커질수록 청량리 주변에 노숙자가 늘어나고 홍등가의 매출이 줄어들자 최 목사와 홍등가 조직폭력배, 매춘부들 간 대립이 심화된다.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한 밥퍼 운동이 또 다른 약자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를 준 것이다.

    최일도 목사 이야기에 관객 공감
    작품 내 가장 공감 가는 인물은 부인 연수다. 연수는 최 목사를 “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꼭 당신이어야 하나”라고 원망하지만 이내 그를 이해하게 되고, 점차 그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된다. 즉,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함께 지켜보고 끝내 동화하는 인물이다. 최 목사 역시 “나는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가” 고민하지만 그가 전한 밥 한 그릇이 희망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기적을 꿈꾸게 된다. 가식 없는 따뜻함과 진실함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불량배와 매춘부들이 머무는 청량리 홍등가와 조건 없는 사랑을 실현하는 다일공동체가 대치하듯 마주한 무대는 현대 사회가 내포한 부조리의 축소판이다. 가장 화려한 도시 서울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들이 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서로 원망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듯하다. 그 끔찍한 비극의 동네가 결국 화해와 공생의 무대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안도하고, 또 ‘밥 한 그릇’의 힘을 믿게 된다.



    고(故) 김현식의 명곡을 뮤지컬 넘버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숨은 묘미다. 1990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은 실제로 최 목사의 친구로 사랑의 메신저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왕의 남자’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 강성연이 데뷔 17년 만에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것 역시 화제를 모은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따뜻하고 든든한 밥 한 그릇처럼, 사소하지만 강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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