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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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신화’ 이젠 안 통한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건설 등 산업 전반 빨간불…위험차단 신속 대응 시급

  •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 jazzgene@hanafn.com

    입력2013-07-15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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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불사 신화’ 이젠 안 통한다
    대내외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대마불사라 믿었던 대기업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STX와 웅진그룹 등 과거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던 업체가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금융권은 대기업의 현실화된 리스크뿐 아니라 잠재 위험 찾기에도 혈안이 돼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신용위험 회피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확대해왔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크게 확대됐으며, 금융권은 대출 비중이 커진 대기업의 옥석가리기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옥석 가리기에 혈안

    최근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 신호가 관찰되는 것과는 별개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유럽지역의 경기 침체 지속으로 대내외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경기가 현재보다 더 좋지 않다는 가정 하에 보수적 관점에서 구조조정 대상 업종 및 기업을 선별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국내 60대 그룹 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종별 리스크 분석에 의하면 건설, 부동산, 운수업종의 재무상태가 가장 부실화된 데다, 향후 리스크 확대 개연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더불어 철강, 발광다이오드(LED), 기계, 화학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 부진에 따른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종은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과 건설투자 감소로 부진이 지속되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권 이하 건설사의 경우 재무리스크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실제 2012년 건설사 대다수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도 크게 줄지 않는 데다, 대출만기가 2013~2014년에 집중돼 향후 건설업체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한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로 시멘트, 아스콘, 레미콘 등 건설 관련 업계에서 실적 악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 우려되는데, 특히 가격협상력이 약한 아스콘, 레미콘업계가 취약한 편이다.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에 속하는 업체의 경우 특수목적회사(SPC),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 한시적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저조해 재무여건이 열악한 업체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 업체의 PF 대출 영업실적이 악화할 경우 신용공여를 한 모기업 또는 건설사가 사업을 인수하면서 계열사 전반의 재무여건을 악화할 수 있다.

    ‘대마불사 신화’ 이젠 안 통한다
    ‘대마불사 신화’ 이젠 안 통한다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조선, 운송업종에는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는 대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 구조조정을 하는 조선업의 경우, 향후 몇 년간 선복 과잉 추세가 지속되면서 저가 수주에 따른 저수익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조선업체는 향후 존속가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송은 세계 경기의 회복 지연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항공, 해상 운송업 등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몇몇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급상승해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친환경·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지속적으로 인도, 발주돼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만큼 디폴트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불황이 장기화하는 LED 업종과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철강업종 내 재무건전성이 훼손된 대기업 계열사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2년간 불황기를 지나는 LED 업종은 향후 본격적인 회복에 1~2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업종의 경우 한중일 역내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지속돼 경쟁력이 미흡한 철강 계열사의 경우, 향후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선박, 건설용 제품을 생산하는 철강업체와 단순 제품 가공 및 유통업체의 실적 훼손이 심각하다.

    잠재위험 고리 끊기에 안간힘

    ‘대마불사 신화’ 이젠 안 통한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조선업은 세계 경기의 회복 지연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아직 신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기계업체와 사업다변화에 실패한 화학업체의 리스크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계업체의 경우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국내외 경쟁 심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모기업 투자로 신사업을 확대한 업체 가운데 사업이 정상화되지 않은 업체의 부실이 우려된다. 일부 화학업체는 무리한 사업다변화 추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가운데, 수요 산업 부진에 따른 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부실 위기에 직면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 전반에 걸쳐 부실 대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권은 리스크가 현실화한 고위험 익스포저뿐 아니라, 잠재위험까지 고려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7월 중순 발표 예정인 2013년 금융권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수가 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해(36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이 확대되기 전 징후를 발견하고 그 고리를 끊지 못할 경우 피해는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계열사 및 산업·금융계로의 리스크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스크 업체 선별 및 신속한 대응과 관련해 금융권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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