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5

2013.07.08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토종 브랜드 당크의 반란”

창립 7년 만에 실력 입증한 당크디자인 이수연 대표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3-07-08 09: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토종 브랜드 당크의 반란”
    맞춤형 선물 브랜드 당크디자인하우스(당크)가 7월 초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에 입점했다. 토종 브랜드로는 처음이다. 론칭 7년 만에 해외 명품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당크의 이수연 대표(사진)를 만났다.

    중소기업 디자인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창립 이후 7년 동안이나 한 회사를 굳건히 지키는 경우를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당크 디자이너들은 창립 멤버로서 입사 7년 차인 디자인팀장뿐 아니라, 막내 디자이너도 입사한 지 5년째다. 실력도 하나같이 쟁쟁하다. 국내 최고 디자인 명문으로 꼽히는 홍익대를 비롯해 유수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당크 핵심 멤버이다. 이제 업계에서도 제법 입소문이 난 당크는 디자이너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통한다.

    이수연 대표의 직원 사랑은 팔불출에 가깝다.

    “지난해 디자인팀장에게 근속 감사 선물로 금두꺼비를 선물했어요. 팀장 덕에 우리 회사가 이만큼 컸다, 고맙다고 했죠. 정말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이 대표의 자랑은 디자인팀에 그치지 않고 기획부터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정리한 자료와 발표한 내용을 하나하나 펼쳐 보이는 그의 손끝에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대표에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소중한 자산이자 더없이 좋은 친구다.



    당크의 경영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아침 회의는 대표부터 막내까지 직급에 상관없이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근무시간에도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러 나가거나 관련 자료를 찾으러 나갈 수 있다. 딱히 디자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주제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당크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아이디어가 모여 당크라는 커다란 브레인을 만드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드는 것이 경영자 임무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간결하다. 한 가지 사안을 결정하려고 층층이 결재 서류를 들고 기다리는 답답한 업무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와 보고 체계, 억압적인 분위기는 방해가 될 뿐이라는 이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덕분이다. 업무에서 군더더기를 빼버리면 그만큼 각자 업무에 충실할 수 있고,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으니 그만큼 효율과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내 디자이너도 자기 디자인에 대해 이 대표와 직접 의견을 교환한다. 결재와 진행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높은 위치에 오를수록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할까 봐 전전긍긍하게 돼요. 하지만 잘못된 결정보다 더 나쁜 건 늦은 결정이에요. 잘못된 결정은 바꿀 수 있지만 타이밍이 늦은 결정은 되돌릴 수 없거든요.”

    그의 이러한 독특한 경영방식은 내실 있는 자금운용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당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신용보증기금 등에 기대지 않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이미 당크 이전에 한 번 사업 실패를 경험하며 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창숙부띠끄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제 나름대로 내공을 쌓았다고 생각해 독립한 뒤 의류사업에 뛰어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욕심을 너무 부린 탓인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앉아버렸죠.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재기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욕심 부리거나 허황된 생각을 하지 않게 됐어요. 무엇보다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먼저니까요. 경영자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중심을 잃기 쉬워요. 그것은 고스란히 직원들 업무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특히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이 중요한 디자이너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자 사이에서 당크는 꽤나 유명하다. 특별히 인맥 관리를 하는 것도, 박리다매를 앞세운 로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당크에 선물 제작을 한 번 의뢰한 기업은 어김없이 다시 당크를 찾는다. 중소 디자인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품질과 희소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기아자동차, 외환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대한항공, 아산병원 등 수많은 기업이 당크를 고집한다.

    “당크 디자인은 해당 기업의 이념과 이미지를 고급스러운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또 하나의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죠. 부티크에서의 오랜 경험 덕에 경영자인 저부터 작은 것 하나에도 장인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요. 기업 처지에서는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데 공장에서 아무렇게나 찍어낸 듯한 제품을 선물할 수는 없으니, 당크의 경영 마인드와 기업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듯해요.”

    해외 명품과 본격적인 경쟁

    대량 주문으로 단가를 크게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은 단호하다. 한 번 단가를 낮추면 점차 가격경쟁에 돌입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단가를 맞추려고 제품 품질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원칙마저 저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도 최고급만 고집한다. 제품을 완성한 후에는 제품은 물론 포장까지 하나하나 검수해 불량품은 과감히 폐기한다. 그 덕에 창립 이래 지금까지 제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항의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면세점 입점 역시 이러한 당크의 경영 마인드와 철저한 품질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외 명품브랜드가 즐비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순수 토종 브랜드가 입점한다는 것 자체를 국내 디자인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지만, 이 대표는 면세점 입점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라고 말한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빨리 도태되고 추락할 수 있는 것이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토종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죠. 당크의 디자인은 한국적인 것을 모티프로 하지만 한국적인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한글을 사용하고, 전통적인 색감과 디자인만 고집하는 것이 한국적이라고 할 순 없다고 봐요.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에서 MBA를 졸업한 그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건국대 회화학과에 편입해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색채학 공부에도 열심이다.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식 못지않게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노력과 바람대로, 당크의 새로운 도약이 토종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새로운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