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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커졌다 세졌다, 손주 비즈니스

일본, 한 아이에 어른 6~7명이 지갑 열어…단카이 세대 든든한 구매력이 바탕

  • 이미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migin.lee@kbfg.com

커졌다 세졌다, 손주 비즈니스

커졌다 세졌다, 손주 비즈니스
고령화 진전에 따른 소비시장 위축으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에서 자신을 위해서는 지출을 아끼지만 손자, 손녀를 위해서라면 지갑을 기꺼이 여는 시니어 세대를 타깃으로 한 ‘손주(孫) 비즈니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한 가구의 자녀가 1명 또는 2명으로 줄어든 반면, 경제력 있는 조부모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마케팅시장에서는 한 아이에게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어른 6명이 지갑을 연다는 이른바 ‘식스 포켓(six pocket)’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결혼하지 않은 30, 40대 이모, 고모, 삼촌이 조카를 위해 지출을 늘린다는 의미로 ‘세븐, 에잇 포켓’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손주 비즈니스의 특징은 과거에는 생일, 입학 등 기념일에 고가 물품을 선물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위한 지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일본 쿄리츠종합연구소가 2002, 2011년 기후현과 아이치현 등에 사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손주에 대한 지출명세를 조사한 결과 외식비와 여행비 비중이 가장 컸으며, 특히 전회 조사 대비 모든 지출이 감소했는데도 여행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완구에서 금융·교육까지

손주 비즈니스 형태가 과거에는 의류, 완구, 학용품 구매에 초점이 맞춰진 데 비해, 최근에는 외식산업, 여행상품은 물론 금융, 교육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으로까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2011년 창간해 격월로 5만 부 이상을 발행하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손주의 힘(孫の力)’은 조부모를 위한 전문 잡지다. 손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션이나 여행지 안내, 손주를 위한 선물 고르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다양한 정보를 게재한다. 이들은 잡지뿐 아니라 회원을 대상으로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나 강연회를 개최하고 전용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손주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회원을 늘려나가고 있다.



여행산업에서는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손주와 함께 떠나는 다양한 여행패키지가 등장했고, 철도회사에서는 조부모와 손주가 기차여행을 할 경우 교통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은 물론, 손주와 동반여행 시 묵기 좋은 숙소를 추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완구시장에서도 할아버지와 함께 만들 수 있는 조립장난감이나 인기 인형시리즈에 할머니 인형이 등장하는 등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장난감이 인기를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손주의 교육에 자주적으로 시간과 금전을 지불하는 할아버지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교육을 일임했던 세대로, 손주의 교육이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면서 부모와 달리 의무감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교육에 참여하며 그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조부모, 특히 할아버지가 늘면서 ‘이쿠지(育G)’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쿠지는 ‘기를 육(育)’자와 Grandfather의 ‘G’를 합한 용어로, 교육에 열심인 ‘신(新)할아버지’상을 의미한다. 일본 최대 광고사인 덴츠는 이에 주목해 세대 간 교류를 넓히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시니어마켓을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이쿠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한 경제대책 일환으로 손주를 위한 조부모 교육자금 증여에 대해 최고 1500만 엔까지 비과세하기로 결정하면서 각 금융기관이 앞다퉈 ‘교육자금증여신탁’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주 학비 명목으로 신탁은행 등에 금전을 일시에 신탁한 후 수익자인 손주가 학비 및 학원비 지출 영수증을 제출하면 교육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증여세 없이 손주에게 자금 이전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부유층 고령자의 가입이 기대된다.

손주 비즈니스 시장은 일본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가 고령자층에 진입한 뒤 가처분 소득이 높은 고령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다. 일본 고령자 소비시장은 2012년 이미 100조 엔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매년 1조 엔씩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맞벌이부부가 증가해 육아 도움을 받으려고 부모집 근처에 거주하는 자녀 세대가 늘어난 데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뒤 가족 간 유대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이러한 경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커졌다 세졌다, 손주 비즈니스
고령자 소비패턴 이해가 첫걸음

우리나라에도 명문대 진학 요건에 조부모 경제력이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제력을 가진 조부모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자산과 소득 수준이 이전 세대보다 높고 능동적인 소비주체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단카이 세대의 성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10년 뒤면 우리나라도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노인이 지갑을 닫으면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점차 늘어나는 고령자 소비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고령자의 소비패턴을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손주 비즈니스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894호 (p54~55)

이미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migin.lee@kb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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