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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부패 대청소”…고삐 죄는 시진핑

中, 공직 기강 확립 6개월 사정 칼바람…공산당 자기저항 극복이 관건

  • 이헌진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부패 대청소”…고삐 죄는 시진핑

#1 6월 19일, 홍콩 밍(明)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없앨 생각이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위원은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정점으로, 총서기와 비슷한 권력을 행사한다. 총서기라도 섣불리 다룰 수 없는 거물이다. 역사상 상무위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같은 국가 긴급사태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정계에 태풍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그 덕에 전·현직 상무위원은 아무리 비리설이 퍼져도 무사하다. 지난해까지 권력서열 4위였던 자칭린(賈慶林) 상무위원 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주석은 100억 달러 밀수사건 주범인 라이창싱(賴昌星) 전 위안화(遠華)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해 무수한 설에 휘말렸으나 순조롭게 퇴임했다.

#2 6월 24일, 지난해까지 공안 담당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측근이 단속 그물에 걸렸다. 중국과 홍콩 언론은 쓰촨성 부성장을 지낸 궈융샹(郭永祥) 쓰촨문화예술계연합회 주석이 심각한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궈 주석은 1990년 저우 전 서기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부총경리로 있을 때부터 인연을 쌓아 2002년까지 12년간 그의 비서실 등 측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최근 11년간 저우 전 서기와 궈 주석의 인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특성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을 것으로 보인다. 궈 주석에 대한 조사가 저우 전 서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측근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한 시 총서기는 첫 기자회견에서 당 간부들의 부패와 독직(瀆職)을 거론했다. 그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는 지난해 11월 8일 마지막 업무보고에서 “(부패 척결을) 제대로 못 하면 당에 치명적인 상해를 줄 수 있고 심지어 당과 나라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현직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한목소리로 부패를 경고하고 정풍운동과 사정을 예고했다. 6월 말로 새 시대가 열린 지 7개월이 지났다. 시 총서기의 반부패 전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부패 대청소”…고삐 죄는 시진핑
비리에 둔감한 호랑이 사냥 시작



시 총서기는 취임 직후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물건은 반드시 썩고, 썩은 다음에는 벌레가 생기게 된다”고 경고하는 등 부패 척결을 다짐했다. 2월에는 “호랑이(부패한 고위관리)든 파리(하급관리)든 모두 잡겠다”고도 말했다. 부패사범 척결에 태자당 등 몸통은 빼고 중하급간부인 깃털만 적발한다는 중국 국민의 비판을 수용한 답변이었다.

호랑이 사냥은 시작됐다. 6월 초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이후 안후이성 니파커(倪發科) 전 부성장을 엄중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18차 당대회 이후 낙마한 세 번째 성부(省部·성장과 부장을 뜻하며 장관에 해당)급 관리다. 앞서 쓰촨성 리춘청(李春城) 부서기, 국가개발위원회 류톄난(劉鐵男) 부주임이 비리로 낙마했다.

통계자료는 없지만 중국 언론은 18차 당대회 이후 현재까지 중앙과 지방의 고위관리 수십 명이 비리로 적발됐다고 전했다. 흥미롭게도 반부패 전쟁에서 인터넷이 한몫 단단히 한다. 인터넷에 비리가 게재되면 즉각 조사에 들어간다. 산둥성 농업청 단쩡더(單增德) 부청장이나 타이위안시 리야리(李亞力) 공안국 국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다양한 조치도 나왔다. 중앙정치국은 지난해 12월 4일 공직 기강에 관한 규정 8개 항을 제정해 하달했다. △회의 간소화 △문서 및 보고 간소화 △이동 시 교통관제 완화 등 경비 완화 △해외 출장 시 수행인원 감소 등 해외 출장 규정 마련 △동정보도 축소 △행사 규모 축소 등 사치와 낭비풍조, 형식주의를 배척하자는 것이다. 시 총서기는 취임 후 첫 지방시찰에 나서면서 몸소 각종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의전을 대폭 축소했다.

공직사회는 납작 엎드렸다. 중국 언론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중국 당원들의 생활이 크게 변했다. 차량을 합승해 타고 국산 시계를 차며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6월 초 당내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5월 말까지 8개 항 규정을 어겨 처벌받은 당원이 229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특권에 물든 수많은 당 간부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것이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속담처럼 여전히 고급 백주(고량주)를 저렴한 상표의 백주병에 넣어 마시는 코미디 같은 편법이 고발되고 있다.

급기야 시 총서기는 6월 18일 중국공산당 내 그릇된 풍조를 하나하나 언급한 뒤 ‘대(大)청소’ ‘대조사’ ‘대수리’라는 강경한 단어로 다시 날을 세웠다. 최근 중앙정치국은 6월 22~25일 4박5일 동안 회의를 열고 8개 항 규정 준수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직 기강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 관리의 부패는 한두 해 문제가 아니다. 중국 역사는 곧 부패 역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고질적인 현상이다. 관가의 부정부패는 역대 왕조의 흥망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의 부정부패는 개혁개방 30여 년간 생겨난 고도성장의 부작용일 뿐 아니라, 중국만의 특색을 가진 사회적 환경과 일당독재, 미비한 법치, 불분명한 공사(公私)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중국인은 작은 부패에 무감각하다. 한국 기준에는 명백한 뇌물인 고가 선물도 ‘예의를 표시하는(送禮·송례)’ 것에 불과하다. 중국의 한 인터넷 논객은 “젊은 시절 부패에 함께 치를 떨던 친구들이 이제 부패에 젖어 산다”고 한탄했다. 부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부패하지 않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견제가 없는 일당독재는 이런 부패를 더욱 조장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은 중국공산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말 현재 당원 8260만 명을 가진 세계 최대의 기득권 세력이다. 1998년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는 “관(棺) 100개를 준비하라. 한 개는 내 것”이라며 반부패 기치를 높이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기득권의 저항을 넘지 못해서다.

“견제 없는 일당독재는 부패”

중국공산당이 자기정화에 성공하려면 자기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문제는 부패 고리의 정점에 정치국원 이상의 전·현직 당 지도자와 그들의 자제인 태자당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국 국내총생산의 30~40%를 차지하는 거대 국유기업들에서 전횡을 휘두른다. 전력산업을 주무른다고 해서 ‘전력방(幇)’, 석유산업을 장악했다고 해서 ‘석유방’ 등의 표현이 나올 정도다. 장관급 몇 명에 대한 처벌이 반부패 전선에 별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구조 탓이다.

이들 대왕 호랑이에 대한 처벌이 없진 않았지만 그때마다 당이 흔들리는 후유증을 앓았다. 권력교체기와 맞물려 중국 정계를 흔들었던 지난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치국원이던 그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여성편력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앞둔 상태지만 그 여진은 여전히 상당하다. 2006년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시 당서기 역시 비리로 체포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당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을 견제하려고 천 전 서기가 희생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향후 반부패 전선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저우 전 서기의 측근에 대한 조사처럼 전례 없이 단호한 측면도 보인다. 다당제 도입, 언론자유 허용, 사법부 독립 같은 근본적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새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반부패 의지와 능력을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보 전 서기 사건이다.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 등 사건과 관련한 주요 인사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9월 끝났다. 보 전 서기 재판만 남았지만 올해 절반이 다 가도록 감감소식이다. 보 전 서기는 수년째 비리설이 돌았으나 승승장구해 정치국원 자리까지 올랐다. 보 전 서기의 비호세력이 누구냐는 얘기가 나온다. 비리로 처벌받은 역대 정치국원 가운데 가장 많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보 전 서기가 어떻게 사법 처리될지 중국인은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다. 이 제도 도입을 두고 수년째 중국 정계는 실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변호사, 학자, 교수 등 1000여 명은 당 중앙위원 205명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라는 서한에 연대서명을 해 중국공산당을 압박했다. 현재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주간동아 894호 (p48~50)

이헌진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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