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3

2013.06.24

식이섬유는 내 몸속 毒(독) 청소기

해독체계 잘 가동돼야 건강한 생활… 충분한 영양 섭취·적당한 운동은 필요충분조건

  •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저자 ekeeper@inha.ac.kr

    입력2013-06-24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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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섬유는 내 몸속 毒(독) 청소기

    슈퍼푸드는 미량영양소가 풍부해 활성산소 생성을 막는 항산화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몸속엔 독성물질이 은밀히 쌓여간다. 숨 쉬는 공기, 먹는 음식, 하루 24시간 생활하는 집 안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경뿐 아니라 먹을거리 오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독소는 미숙아, 저체중아, 선천성 기형 발생에 관여할 뿐 아니라 청소년 성장 발달, 만성질환 발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독소는 태아부터 성인,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속 독성물질은 영양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활성산소, 노폐물 등의 내부 독소와 호흡 과정, 피부, 소화기를 통해 들어오는 외부 독소로 나뉜다. 특히 외부 독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크기의 독성물질을 비롯해 비스페놀A처럼 아이의 성 발달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 음식물로 섭취되는 각종 화학첨가물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 몸은 스스로 독성을 없애거나 걸러내는 방어적인 해독 시스템을 지녔다. 독소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혈액과 림프계를 통해 간에서 먼저 해독한 뒤 장과 신장에서 다시 한 번 해독, 흡수 및 분해 과정을 통해 땀, 소변, 대변, 눈물, 콧물 등의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해독기관은 간, 신장, 장, 피부, 폐다. 하지만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정해졌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유입되는 독성물질 양이 많아지다 보니 몸속에 쌓이게 된다.

    몸속에 쌓인 독이 건강 위협

    독성물질이 무서운 건 당장 무슨 병이 발병하는 게 아니라 깨닫지 못하는 사이 몸속에 쌓여 각종 심각한 증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면역기능이 약한 아이 때부터 몸속에 독성물질이 쌓이기 시작하면 10~20년 뒤엔 말초신경계,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좀 더 편하게 생활하려고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100% 차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성물질이 쌓이지 않게 몸속 독소를 청소하는 해독이 필요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독성물질은 우리 주변에 널렸다. 조미료를 포함한 식품첨가물, 농약, 중금속, 비닐랩, 세제, 유전자 변형식품, 플라스틱 제품, 인테리어 자재,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화학약품, 약, 살충제, 산성비, 황사 등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알든 모르든 늘 우리 주변에 퍼져 있다. 참치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체내에 수은이 쌓인다거나 비닐랩으로 감싼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먹으면 환경호르몬 영향으로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 성조숙증이나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아토피 피부염 발생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 이유도 아이들 주변에 환경호르몬 같은 독성물질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독성물질을 제외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몸속에 축적되는 독성물질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몸속에 쌓인 독소를 빼내려면 우리 몸의 해독체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해독체계를 활성화하려면 건강한 먹을거리 섭취와 충분한 수분 보충, 적당한 운동이 필수다. 신체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몸속 독소 또한 원활히 배출된다. 이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우리가 잊기 쉬운 해독의 핵심이다. 적당한 운동은 혈관 내 노폐물을 제거해 심장병을 예방하고 혈액 속의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질 단백질을 늘려 동맥경화를 막는다. 혈액순환도 원활해지므로 몸속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이 공급되고 노폐물과 독소도 잘 배출된다. 게다가 몸에서 열이 발생해 여간해서는 빼내기 힘든 중금속 독소까지 땀으로 배출할 수 있다.

    대변은 음식물 찌꺼기와 소장에서 떨어져 나온 점막세포, 세균과 바이러스 덩어리로 구성된다. 겨우 1g밖에 안 되는 대변 속에도 세균 1000억~1조 마리가 들었는데, 이는 우리 몸속 세포를 합친 것보다 10배 정도 많은 수다. 변비에 걸리거나 배변이 불규칙하면 대변 속 세균은 다량의 독소를 뿜어낸다. 따라서 쾌변은 독소 배출의 지름길이다. 변비가 있다면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사과, 시금치, 미역, 다시마, 배, 귤, 현미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여러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체온을 1℃ 높이면 면역력이 배 이상 항진된다. 이 때문에 건강하려면 목욕을 즐겨야 한다. 반신욕으로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면 몸속 냉기가 제거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항산화와 해독에 뛰어난 슈퍼푸드

    식이섬유는 내 몸속 毒(독) 청소기

    충분한 수분 섭취는 우리 몸의 해독체계를 활성화한다.

    건강한 먹을거리 섭취도 해독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조리 후 유통되는 식품은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가공식품은 아예 먹지 않는 게 좋지만 부득이 구매할 땐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되도록 가공 단계가 적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은데, 예를 들어 컵라면보다는 라면, 3분 짜장보다는 짜장 분말이 낫다. 또 유난히 싼 ‘기획상품’은 저렴한 재료를 썼을 개연성이 있으므로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비슷한 제품 가운데서 고민할 때는 성분 표시에 낯선 단어가 최대한 적은 것을 택한다.

    독성물질 배출을 돕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타민B와 C는 면역력 향상에 중요한 영양소로, 특히 비타민C는 노화와 질병을 억제하고 신체 내 결합조직 형성과 기능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비타민B는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인 영양소다. 좌우 콩팥 위의 내분비기관인 부신은 외부에서 침투하는 독소나 병원균을 막는 면역작용을 하고 몸의 대사 반응을 조절한다. 두부, 콩, 버섯, 시금치, 파래, 김, 딸기에 비타민B가 다량 함유됐다.

    음식만 잘 먹어도 몸속 독성물질을 상당량 배출할 수 있다. 해독을 위한 식습관 가운데 첫 번째는 충분한 수분 섭취, 그다음은 해독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러니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몸을 정화하는 디톡스 푸드로는 미역, 다시마, 덜 정제한 곡류, 붉은색 살코기, 돼지고기, 녹두, 숙주나물, 미나리, 사과, 유산균, 양파가 있다. 모두 몸속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기여하는 식품이다.

    식사할 때는 백미보다 현미를 많이 먹도록 한다. 섬유질은 발암물질과 중금속,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쌀겨를 포함한 현미는 암을 예방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중금속을 해독하며, 변비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맛있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수세기에 걸쳐 영양이 입증된 식품으로는 콩, 대두, 귀리, 호박, 시금치, 브로콜리, 블루베리, 오렌지, 토마토, 칠면조, 호두, 차, 요구르트가 있는데 이들을 슈퍼푸드라고도 부른다. 슈퍼푸드엔 비타민, 미네랄,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 미량영양소가 풍부해 활성산소 생성을 막는 항산화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집 안의 보이지 않는 독성물질을 피하려면 자주 환기하고, 제습기 2대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청결을 유지하며, 새 옷은 반드시 세탁한 뒤 입어야 한다. 집 안에선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 방충망을 설치하고, 가능하면 독성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지 말고 생활용품 성분도 꼭 확인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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