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0

2013.06.03

고가 티켓, 될 만한 신인 발굴이 해답

공연 개런티의 경제학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6-0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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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티켓, 될 만한 신인 발굴이 해답

    2012년 4월 27일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을 보려는 관중이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들어가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해외 스타들의 내한공연은 더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1년 내내 벌어지는 일상이다. 최근 몇 주만 해도 데이미언 라이스, 미카, 시귀르로스, 크라프트베르크 등의 공연을 서울에서 볼 수 있었다. 상전벽해다. 여기서 질문. 과연 그들의 공연 개런티는 얼마나 될까.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10억 원대까지 이름값과 관객 동원력에 따라 다양하다.

    개런티를 책정하는 경로는 두 가지다. 먼저 인접한 지역에 있는 기획사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어 에이전트에게 제안하는 경우다. 한국 에이전트가 “우리가 A의 공연을 하려 하는데 관심 있어?”라고 홍콩, 대만 등지 에이전트에게 제안하면, 이에 응하는 나라끼리 개런티나 공연 횟수, 항공편 공유 등을 협의해 지역 투어를 짜는 식이다. 일본과 달리, 한 국가에서 여러 번 공연하기 힘든 동아시아 나라가 주로 이런 연합 투어를 만든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에이전트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높은 개런티를 받으려고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 프로모터가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고 연락해오면, 답을 하기 전 그 지역 다른 프로모터에게 언질을 준다. 기본 개런티는 인지도와 음반 판매량, 온라인 검색 순위 등을 고려해 책정하기에 과다경쟁이 많지 않지만, 가끔 그런 경쟁이 벌어지면 국제 평균몸값보다 턱없이 높은 개런티를 주고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한때 악명이 자자했던 한 내한공연 기획사의 경우 미국 톱스타들을 무리해서 불러왔다가 티켓이 안 팔려 초대권으로 공연장을 메우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다. 평균 개런티를 훨씬 상회하는 몸값을 부른 탓에 국제시장에서 한국이 ‘봉’ 취급을 당했을 정도.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한 번 높아진 몸값은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애써 불러온 톱스타를 다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들어진다. 개런티 폭등을 주도했던 해당 회사는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 과열조짐을 보이는 올해 록페스티벌 시장에서도 특정 밴드를 놓고 기획사끼리 머니게임을 벌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사실 한국은 공연 티켓 값이 일본에 비해서도 비싼 편이다. 웬만큼 이름 있는 뮤지션의 경우 평균 1.5배에서 2배 정도 차이를 보인다. 물가가 비싼 일본의 공연 티켓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를 살펴보면, 거꾸로 한국 티켓 값이 고가인 이유도 알 수 있다. 일본 음악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다(음반은 2011년 1위에 올라섰다). 인구가 한국의 2배인 걸 감안해도 음반은 그 이상 팔린다.



    시장이 크니 공연을 수차례 열 수 있다. 밥 딜런의 경우 한 달 이상 일본에 머물며 10여 차례 공연을 가졌다. 다른 뮤지션도 도쿄에서 2~3회, 오사카, 요코하마, 삿포로,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서 투어를 한다. 공연 횟수가 많다는 건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공연 머천다이즈 시장이 크다. 티셔츠 한 벌을 사려고 5시간 전부터 공연장 앞에 줄을 서는 나라가 일본 외에 또 있을까. 아티스트 처지에서는 개런티 외에도 챙길 수 있는 부가가치가 그만큼 크다.

    무엇보다 일본은 ‘농사짓는 법’을 아는 나라다. 2008년 서머소닉에 참가한 콜드플레이는 당시 몸값이 최고 절정이었다. 4집 ‘Viva La Vida’가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적은 개런티를 받고 서머소닉에 참가했다. 무명 시절부터 이어온 인연 때문이었다. 콜드플레이가 데뷔 앨범 ‘Parachute’를 내놓았을 당시 서머소닉은 그들의 가능성만 보고 페스티벌에 참가시켰다. 그 공연은 콜드플레이의 첫 해외 페스티벌이었다. 이런 인연이 몸값이 폭등했을 때까지 이어진 것이다.

    분명하다. U2, 롤링스톤스, 마돈나를 한국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이제는 헛된 꿈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마룬5나 제이슨 므라즈 정도를 제외하면 2회 이상의 공연을 열 시장을 갖고 있지 않다. 공연 관람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까닭도 있고, 인구와 문화 인프라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그러니 공연 기획사는 티켓 값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티켓 값이 비싸다 보니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소비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일본처럼 개런티가 저렴한 될성부른 신인을 발굴해 국내에 소개하고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노력만이 해답이다. 음악 산업의 3대 요소인 음원, 음반, 공연 가운데 공연이 전체 주도권을 장악한 지금으로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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