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0

2013.06.03

“10년 젊어진 스타일 ‘성공 브랜드’로 거듭난다”

‘헤어웨어’ 패션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

  • 김민경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13-06-03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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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젊어진 스타일 ‘성공 브랜드’로 거듭난다”
    한국 패션계의 최고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한국 아줌마들이 뽀글이 파마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의문에 대한 중년 여성들의 답은 늘 “편하니까”였고,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했다. 이때부터 한국 아줌마는 그저 편한 것만 찾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비(非)성으로 희화화되곤 했다.

    그런데 ‘편해서 뽀글뽀글 파마를 한다’는 말 속에 탈모와 빈모를 인정하기 싫은 심리와 훤해진 두피를 혼자만의 비밀로 감추려는 마음,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그 누구보다 강한 욕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헤어웨어’라는 새로운 패션사업으로 연결해 성공한 여성이 있다. 제48회 발명의 날(매년 5월 19일) 지식재산권 60여 건으로 5월 15일 산업포장을 받은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다.

    ‘스타일(style)에 스토리(story)가 있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씨크릿우먼(SSecret Woman)’은 패션에 관심 있는 여성에게는 이미 낯익은 이름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전국 유명 백화점에 30개 넘는 매장을 연 데다, 여성 패션브랜드 사이에 자리 잡아 옷을 쇼핑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차별화한 가발 지식재산권 획득

    당연히 일부러 ‘가발’매장을 찾아가는 데 따른 심리적 저항감이 없다.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바로 입어보고 구매하는 것처럼, 매장에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헤어웨어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바로 사서 옷이나 계절, 기분에 맞게 바꿔가며 ‘입을’ 수 있다. 자기 머리형에 맞게 가발을 하나 만들면 1년 내내, 혹은 평생 써야 하는 맞춤가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엄마와 딸, 또는 자매가 옷 한 벌을 사서 바꿔 입는 것처럼, 씨크릿우먼의 헤어웨어는 싫증나면 딸에게 물려줄 수 있고, 명품백처럼 중고시장에서 거래도 할 수 있는 패션아이템이다.



    맞춤가발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성복 개념의 헤어웨어가 된 것은 독특한 내부 디자인 때문이다. ‘가발’을 머리에 꼭 맞게 붙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건물 골조처럼 두상에 볼륨감을 더하는 구조로 만들고 그 위에 건강하고 젊은 인모로 헤어스타일링을 한다. 보정속옷이 나와야 할 부분은 강조하고 들어가야 할 부분을 눌러서 몸매를 만들어주는 것과 비슷하다. 키도 2~3cm 커진다. 아줌마들이 뽀글이 파마를 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풍성한 볼륨감과 탄력 있는 머릿결을 모두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헤어웨어를 기존 가발과 차별화한 다양한 특징이 바로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가 가진 지식재산권의 내용이다.

    “나는 절대 아줌마 머리는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 날 거울 속 내가 바로 그 머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두 아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탈모가 되니, 어쩔 수 없이 꼬불꼬불 파마를 한 거죠. 탈모를 감추면서도 트렌디하고 젊은 헤어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발을 몇 개 사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써봤는데, 주변 여성들이 다들 갖고 싶어 하는 거예요. 아줌마 파마를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탈모를 겪던 전업주부의 아이디어 하나로 2001년 설립한 씨크릿우먼은 12년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브랜드가치와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김 대표는 물건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헤어웨어의 ‘브랜드’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고수한다. 일반 가발에 비해 고가일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더 높다고 한다.

    씨크릿우먼의 고객 중에는 사업을 하거나 공직이나 교직 등 사회생활을 하는 중년 여성이 많다. ‘젊음=권력’임을 경험한 여성이 다시 매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 결혼적령기 자식을 둔 어머니가 상견례나 예식 때 헤어웨어를 한번 써보고 그 ‘힘’에 반해 고정 고객이 된다고 한다.

    1970년대 한국 경제발전에 소모돼버린 사양산업을 누구도 생각지 못한 21세기 럭셔리 패션 아이템으로 바꿔놓은 데는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이 품격 있는 명품백처럼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김 대표의 경험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을 가졌다 해도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아줌마 파마로 푸석하게 부풀려 놓아서는 활력과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젊고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지는지 아세요? 씨크릿우먼에 있는 2개의 S는 행운의 이야기를 가져다주는 헤어스타일을 상징합니다. 바로 제가 경험한 인생 이야기죠.”

    패션의 문화적 가치와 잠재력

    “10년 젊어진 스타일 ‘성공 브랜드’로 거듭난다”

    김영휴 대표(오른쪽)는 올해 5월 15일 ‘발명의 날’ 지식재산권 60여 건으로 훈장을 받았다.

    평범한 전업주부가 전국 백화점에 매장을 거느린 CEO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장벽을 마주했을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고생스러웠던 창업 무용담으로 씨크릿우먼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씨크릿우먼은 이제부터 만들어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는 발명의 날 지식재산권으로 수상했지만, 씨크릿우먼은 신기한 발명품이 아니라 패션브랜드예요. 정부는 발명품이 저가의 중소기업 상품으로 유통되는 것을 두고 할 일 다 했다며 팔짱을 껴서는 안 됩니다. 우수 기업이 중소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에 호소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눈물겨운 마케팅을 하다 결국 망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어요. 정부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스타일과 서비스 전략을 지원해야 해요. 옷이나 가발을 파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시대가 원하는 ‘창조경제’ 아닐까요?”

    김 대표는 조선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그 때문인지 말하기 전후 늘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포즈(pause)가 있고, 그렇게 꺼낸 말은 상대를 설득하고야 만다. 경영인이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많이 가는 경영대학원이 아닌, KAIST(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에 간 것도 김 대표답다. 그는 올해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지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미래가치와 창조경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발명의 날 시상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헤어웨어에 대해 어떤 관심을 표명했는지 궁금했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헤어스타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헤어웨어를 쓴 제 머리를 유심히 보고, 수출하는지 물어보시더군요. 수출에도 창조적 전략이 필요한 시대잖아요. 해외 바이어들이 헤어웨어를 사러 한국에 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여성 대통령이 패션의 문화적 가치와 잠재력에 공감해준다면 그 어떤 훈장보다 더 큰 격려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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