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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개성공단의 눈물

“악몽의 한 달, 개성은 끝장났다”

㈜개성 이임동 대표 “설마설마 했는데…누가 책임질 건가”

  • 송홍근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악몽의 한 달, 개성은 끝장났다”

“악몽의 한 달, 개성은 끝장났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초코파이를 공급하고 임가공으로 생필품을 제조하는 ㈜개성 이임동 대표의 감정선은 남북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복잡하게 움직였다. 맨 처음, 그러니까 4월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평양식 냉면집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휴일이 많은 이달에 북측이 예전에 했던 방식과 비슷하게 일시적으로 통행제한 조치를 취할 것 같다. 북한에서 4월은 노는 달이다. 4월 4일 청명절, 15일과 16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연휴, 25일 북한군 창건일까지 쉬는 날이 많아서 통행제한 조치를 하면 기업들이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통행제한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금강산관광 중단과 같은 수순”

그의 예측은 족집게처럼 맞았다. 북측은 4월 3일 ‘말로 하는 보복’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첫 통행제한 조치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 수순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4월 8일 ㈜개성의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우려는 불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금껏 지켜본 것 가운데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 2008년 12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법인장들을 모아놓고 공단 폐쇄를 언급했을 때도 지금처럼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때 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 자격으로 현장에 있었지만, 김 총국장은 폐쇄를 입에 올리면서도 공장을 순시하는 동안에는 ‘우리 인민들 잘 부탁한다’ ‘혹독하게 일시키지 말아달라’는 얘기도 남겼다. 없애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도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갔다. 세 차례의 핵실험도 개성공단에만큼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불안하다.”

불안은 이내 현실이 됐다. 4월 8일 김양건 조선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을 다녀간 후 성명을 냈다. 성명 요지는 △북한 근로자 철수 △가동 중단 △폐쇄 검토 등 세 가지였다. 이튿날부터 개성공단에서는 조업이 중단됐다.

북한의 태양절인 4월 15일, 그의 감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남북을 싸잡아 비판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가. 개성공단이 남북 간 정치놀음, 권력놀음의 장난감인가. 남북 합의는 뭣 하러 했나. 합의는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닌가.”

5월 1일, 이제 분노는 허탈로 바뀌었다. 그는 애써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폐쇄야 폐쇄! 개성은 망했다. 다 끝났다. 최후 보루마저 끝장났다. 금강산관광 중단과 똑같은 수순으로 갈 것이다.”

북한은 4월 26일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근로자 전원을 귀환시킨다는 중대조치로 맞섰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한은 남측 업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몰수하는 수순을 밟았다. 철수→압류→폐쇄 순서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는 “다 끝났다”고 되뇌면서도 “어떻게든 대화가…”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은 4월 26일 한국 정부의 중대조치에 대해 “먼저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중대조치를 취하겠다”며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 ‘판가리 대전’이 벌어지기 전 개성공단은 어땠나.

판가리 대전은 2월 3차 핵실험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남북 간 강(强) 대 강 대결을 북한 매체들이 일컫는 용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별천지, 불황 무풍지대였다. 입주기업들이 훨훨 날았다. 한국 기업이 공장을 운영하기에 개성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냉랭한 남북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출액과 생산액이 상승했다. 그런데 남북 권력이 ‘정치적 노리개’로 사용하면서 이 꼴로 전락했다.”

▼ ㈜개성의 요즘 상황은 어떤가.

“임가공으로 생산하는 물품과 관련해 원부자재 2주치가 개성공장에 들어가 있는데,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납기를 못 맞췄다. 발주처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지금은 그 자금을 구하러 다닌다. 북측이 공단 통행을 막기 전 개성에 들여놓은 초코파이 값을 제과회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 와중에 입주업체들에 초코파이 값을 내놓으라고 닦달할 수도 없고 아주 난처하다. 입주기업 가운데 큰 곳은 월 100억 원을 손해보게 생겼다며 울먹인다. 누가 책임질 건가.”

“악몽의 한 달, 개성은 끝장났다”

4월 27일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126명이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하고 있다. 화물차가 부족한 탓에 승용차 지붕에 완제품을 가득 실었다.

▼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남북 모두 군인들이 문제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말은 도대체 어느 군인이 한 건가. 그게 실익이 있는 구상인가. 전략과 전술을 아는 군인이 할 소리인지…. 북한이 거친 말을 하더라도 점잖게 대응했어야 했다.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비난이 군사적으로 공격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복해야 할 행위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런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한국 언론도 북한 자존심을 지나치게 건드렸다. 북한의 돈줄이라느니, 달러박스라서 절대로 못 닫는다느니 하니까 평양이 더 발끈하는 거다.”

“부부싸움도 한 이불서 해야지”

그는 개성공단의 산증인이다. 2006년 해군 중령으로 전역한 후 2006~2010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2010년 ㈜개성을 창업했다. ㈜개성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초코파이를 납품하고 임가공으로 생필품도 제조해 남측 시장에 들여온다.

그가 공급한 초코파이는 함경도에서도 발견된다. 초코파이는 생산성 증대나 초과 근무 대가로 북측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 일종의 현금이라고 보면 된다. 생산자(롯데제과, 오리온)→한국 중간상(㈜개성 등)→개성공단 입주기업→북한 근로자→북한 중간상→장마당→주민 순서로 유통된다. 생산 성과가 좋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초코파이가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 노릇을 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졌다.

그는 “부부싸움도 한 이불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개성공단에서 활약하는 남북경협 기업인 대부분이 그가 겪었던 우려→불안→분노→허탈의 감정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북이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랄 것이다. 그는 언제쯤 차량에 초코파이를 싣고 북녘으로 향할 수 있을까.



주간동아 886호 (p42~43)

송홍근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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