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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급박한 한반도 정세 통일 프로세스 논의 좋은 기회”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급박한 한반도 정세 통일 프로세스 논의 좋은 기회”

“급박한 한반도 정세 통일 프로세스 논의 좋은 기회”


김창준(74)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북한의 위협과 일본의 우경화는 오히려 미국, 중국과 통일 프로세스를 논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우리가 북한 문제와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해결할 4자회담을 제안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최근 미국 의회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뼈대로 한 ‘북한정부 제재 강화 증진 법안’을 발의한 것은 상징적인 메시지일 뿐 의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 핵무장론은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민주정치는 여럿이 하는 것”

김 전 의원은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남가주대(USC)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주 다이아몬드바 시장과 연방 하원의원(공화당) 3선을 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서울에서 ‘김창준 정경(政經)아카데미’를 열고 한국 정치인과 기업인, 공무원 등을 두루 만나고 있다. 최근 아카데미 참석차 입국한 김 전 의원을 4월 30일 서울 여의도동 김창준 미래한미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 정치인과 자주 만나는데, 한국에서 본 한국 정치는 어떤가.



“한국 정치는 미국 정치와 다를 게 없지만 정당 공천제만큼은 시급히 바꿔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선 특정 지역에 공천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러니 공천권을 행사하는 특정인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미국 의회는 법안 투표가 끝날 때까지 모두 조마조마해한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민의를 바탕으로 소신껏 투표하기 때문이다.”

▼ 그런 병폐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꾸려져 공천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천은 국민이 해야지, 당대표나 지도부가 왜 공천을 하나. 미국에선 원내대표 중심으로 일하는 정치를 한다. 당대표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일로 평가받는다. 당은 이념에 따라 모인 곳이지만 생각은 다를 수 있지 않은가. 아무리 공화당이 기막힌 정책을 내놓아도 자신의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으면 반대표를 던진다. 당에서도 법안 통과 가능성이 있는지 의원들 표심을 확인한다. 반대가 많으면 법안 통과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시 토론하거나 보충한다. 그게 정치 아닌가.”

▼ 대통령선거(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도 4·24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그동안 그 지역에서 봉사한 좋은 사람도 있을 텐데…. 미국 국민은 ‘카펫베거(carpetbagger·연고 없는 지역에서 선거에 나선 뜨내기 출마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선이 되더라고. 국민이 그동안 정치에 대해 얼마나 실망했으면 그를 당선시켰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새 정치 펼쳐달라는 갈망을 표출한 것도 같다. 하지만 민주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안 의원도 점을 깨달았을 거다.”

▼ 북한 도발은 어떻게 보나. 김정은은 지난해 4월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했는데.

“역사를 보면 정권이 불안하거나 국민 단결이 안 되면 국민을 ‘일으키는’ 작업을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각종 도발로 체제단속에 나선다. 그런데 그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국제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정치 기반이 약해 군부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80 넘은 군인이 훈장 수십 개를 주렁주렁 달고 김정은을 보위하는 모습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 김정은은 조롱 대상이다. 한국 내 극우파들은 북한 도발에 대해 ‘안보불감증’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

▼ 왜 그런가.

“만약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미국의 핵우산이 보장돼 있고, 우리가 공격받으면 기탄없이 공격하겠다는 동맹국이 있는데 안보 불안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국민이 벚꽃 구경 가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이 북한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일각의 핵무장론은 시기상조

“급박한 한반도 정세 통일 프로세스 논의 좋은 기회”

김창준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중국과 ‘통일 프로세스’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1년 8월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박 대통령과 환담하는 김 전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 초조해지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사이버테러나 고위인사 암살 시도, 미사일 발사실험 등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시도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승패는 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도 서울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성 김 주한미국대사가 4월 2일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약속과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준비가 됐다면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대화를 하자는 거다. 이른바 조건부 북·미 양자회담 제안인데, 이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북한은 조건 없는 북·미 회담을 원한다. 게다가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미국은 자칫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까 봐 대화 재개에 신중을 기한다고 본다.”

▼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강화되는 것 같다. 미 의회는 4월 26일 이란 제재 법안에 적용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뼈대로 ‘북한정부 제재 강화 증진 법안’을 발의했다.

“글쎄.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뿐 통과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모두 동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094가 있으니 구태여 통과시킬 것 같지는 않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의 기업 등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금지 조치를 적용함으로써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원천 봉쇄하는 광범위한 조치.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한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제3국 기업들에도 미국 법에 따라 독자 제재가 가능해진다.

▼ 국내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의 핵무장론을 주장하는데.

“심정적으론 이해하지만 핵무장은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고 사인까지 했는데 핵무장을 한다? 핵무기로 북한을 치겠다는 건가.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고 겁먹을 북한도 아니다. 일본 등 이웃국가들을 자극할 뿐이다.”

▼ 일본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 아베 신조 총리 취임 후 일본의 우경화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 천황폐하 만세도 부르고. 과거 침략역사도 부정하는 것 같다. 독일을 봐라. 전세계에 사과하고 끝까지 나치당원과 전범을 잡아내고 배상했다. 그러니 지금 강국이 돼 그리스를 도와주지 않나. 선거를 의식한다고 해도 일본은 너무 나갔다. 중국과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이 일본에 ‘자제하라’고 경고했겠나. 미국으로선 강력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싸우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런데 한편으론 우리는 이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4자회담을 제안하는 거다. 중국이 우리와 함께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면 일본은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3자회담을 하는 거다. 중국과 양자회담을 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돈이 안 드는 방법은 통일이라고 설득하는 거다. 통일되면 현재 북한에 진출한 중국 사업자들 사업권도 인정해준다 하고, 유사시 북한 난민 문제도 논의하면 된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분도 있는 만큼 좋은 기회라고 본다. 미국에는 이번 박 대통령 방미 때 ‘통일 프로세스’를 얘기하면 된다.”

▼ 의회 연설에서 말인가.

“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용히 그 뜻을 전하면 된다. 북한 핵무기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통일 얘기를 하는 게 더 낫다. 북한 주민 인권을 얘기하면서 그들을 도탄에서 건져내는 게 통일이라는 논리를 펴는 거다. 평화를 유지하면서 돈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은 통일뿐이다. 이제 그 논의를 본격화할 때가 됐다.”

▼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생각하나.

“헌법 119조에 이미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다. 독점과 담합금지도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그걸 철저히 지키면 경제민주화는 자연스럽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너무 어렵게 말하는 것 같다. 정치는 민주화됐지만 경제는 세습화됐다. 한국에서는 지분이 적은 오너가 모든 권리를 행사하고 아버지, 어머니, 손자 모두 경영에 관여해 서민과 위화감을 만드니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오는 거다. 모임 참석차 길을 가는데 대기업 회장이 온다고 길을 비키라고 하더라. 검정 세단 여러 대가 잇따라 도착하는데 그 위세가 왕보다 더했다. 외국 기업 오너 중에는 ‘똥차’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10년 내 통일 선진국 확신

▼ 실천 방법은?

“경제도 민주정치 하듯 하면 된다. 기업 오너는 반 발짝 물러나고, 경영은 경영전문가가 하게 해야 한다. 3년 계약으로 일을 잘하면 임기를 연장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파면하면 된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하듯, 회사 이사회가 하는 거다. 그러면 경영전문가는 자신의 회사만 책임지게 된다. 현재는 기업 오너가 계열사 모두를 신경 써야 해서 순환출자 같은 문제가 생긴다. 미국 보잉사를 봐라. 돈 벌면 오직 비행기 연구에만 쓴다. 그러니 세계 1등 기업이 되는 건데…. 물론 중소기업도 노력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그래도 한국인의 국민성을 보면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국민성이 아주 좋다. 다양한 인종을 만나봤는데 이렇게 정 많고 착한 사람도 없다. 나라가 어렵다고 아기 돌 반지와 은수저를 내놓는 국민이 어디 있나. 최근 그리스 국민이 보여준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 선진국, 대국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10년 내 통일이 되고, 20년 내 세계 강대국이 될 거다. 그때까지 살고 싶다(웃음).”

“급박한 한반도 정세 통일 프로세스 논의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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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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