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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북한 체제 맥없이 무너지면 미국은 이라크처럼 개입할까

이라크전 교훈으로 본 북한 재건 시나리오와 문제점

  •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북한 체제 맥없이 무너지면 미국은 이라크처럼 개입할까

이라크 전쟁 발발 10년을 맞아 미국인은 2011년 완전 철군과 함께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던 ‘잘못된 전쟁’을 애써 기억해냈다.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 시사 대담프로 앵커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3월 16일 CNN 홈페이지에 올린 ‘이라크 전쟁의 5가지 교훈’이라는 짧은 칼럼이다.

자카리아는 글머리에 “많은 미국인이 이라크 전쟁에 흥미를 잃고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이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군이 수행한 가장 중요한 군사 분쟁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것은 가치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충분한 병력을 보내라

전쟁과 그 후 점령 과정, 정부 수립 등을 포함한 그의 교훈 리스트는 향후 북한 체제가 붕괴하고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가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때 고려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판단이 들었다. 2008년 이후 다시 한국 사회를 풍미한 북한 붕괴론에 일종의 ‘비교정치학적’ 참고자료로 이라크 전쟁 10년이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개전 초기 침투 병력을 작게 꾸려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반대는 무시했다. 개전 1년 만에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면서 계산이 들어맞는 듯했다. 하지만 침투에서 점령으로 군사작전 목적이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독재정권이 사라진 이라크가 혼돈의 내전 상태에 빠졌지만 수가 모자란 미군은 그에 따른 폭력사태를 눈앞에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체제 맥없이 무너지면 미국은 이라크처럼 개입할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2월 16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재단장한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전 위원장의 동상 제막식에서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점령군을 증파했다. 2007년 1월 3만 명 증파 선언을 하는 등 10년 동안 9만2000여 명을 파병했다. 동맹국 한국도 미국 요청으로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다. 하지만 초기 안정화 타이밍을 놓친 탓에 돈은 돈대로 들고, 이라크 평화는 10년이 지난 현재도 요원한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많다.

초기 안정화에 되도록 많은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은 북한 미래를 둘러싼 국제사회 논의에서도 이미 제기된 상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2011년 북한이 순순히 무너지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안정화를 위해 군사력 26만~40만 명이 필요하리라고 추정한 바 있다.

# 국가를 해체하지 말라

북한 체제 맥없이 무너지면 미국은 이라크처럼 개입할까
베넷 박사의 보고서는 △안정화 작전 △국경 통제 △대량살상무기 제거 △재래식 무기 통제 △내부 무력 저항 억지 등 다섯 가지 작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군사작전은 한미연합군이 주도하겠지만, 실제 작전은 한국군이 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군대를 보낼 경우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의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미군은 이라크 점령 한 달 만에 군대를 해산하고, 후세인의 바트당 당원인 정부 요인들을 해직했다. 정부 소유 기업도 문을 내렸다. 독재체제하에서의 이라크 엘리트, 특히 수니파 세력은 새로운 이라크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실업자가 돼 분노에 빠진 이들은 무장세력에 가담해 폭력투쟁에 뛰어들었다.

자카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사례를 들어 비교했다. 집권하고 의회를 장악하는 동안 만델라 정권은 과거 관료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우려하던 새 정부에 대한 폭력적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붕괴 이후 국제사회는 대대로 김씨 일가에 충성해온 당정 및 군 엘리트에게 어떤 모델을 적용해야 할까. 이 질문은 그 대상이 되는 북한 엘리트에게도, 그리고 남한 국민에게도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만4000여 명은 무조건 이라크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그것이 역사적 정의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새로운 북한의 조기 안정화라는 측면에서는 이라크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세미나에서 북한 엘리트들이 남한 중심의 통일에 동조하도록 이들에 대한 사면(赦免) 방침을 미리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숙청은 핵심 엘리트에만 국한한다고 미리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과 코리아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급변사태 시 핵심계층 관리방안’ 세미나 주제발표문에서 “북한 엘리트들은 남한 중심의 통일이 이뤄지면 기득권을 잃는 것은 물론,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목숨마저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무력으로라도 체제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친(親)중국 위성정권’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 말라

민간 폭동이 일어나자 레이먼드 오디에르노 장군이 이끄는 미군은 주동세력을 색출하려고 마을을 둘러싼 채 무력시위를 벌였고, 의심스러운 민가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 결과, 마을 주민은 미군을 ‘잔인한 청부살인업자’로 생각하게 됐고, 저항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훗날 자신의 전기를 쓰던 여성 작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옷을 벗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지역 주민에게 돈을 쓰고 후원과 봉사로 신뢰를 얻는 방법은 전 미군의 새로운 점령 전략으로 전파됐다. 6년간 실패한 끝에 페트레이어스의 방법론은 전 미군에 보급됐으며, 그는 사령관에 임명됐다.

군이 점령지역에서 민심을 얻어야 성공한다는 교훈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마오쩌뚱이 이끄는 중국공산당 홍군이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를 물리치고 중원을 차지해 중국 혁명에 성공한 것은 철저히 민중에게 봉사하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 잘 계산된 군사 전략의 결과라는 사실이 이미 역사책에 나와 있다.

# 모든 정당을 포함해 협상을 타결하라

헌법을 제정한 뒤 선거를 하라

김씨 일가 독재정권의 붕괴로 외부에 속살을 드러낸 북한 주민은 오랜 독재에 시달려 심신이 고달프고 경제적으로 헐벗은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한국인 특유의 강한 자존심을 지녔다고 본다면, 이 교훈은 북한 안정화 작전에 100%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치안과 질서를 담당하는 군 경찰 등과 함께 북한 주민이 기억하는 역사와 그들의 멘털리티를 잘 이해하는 민간 요원이 함께 진주해 신속한 민사작전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등 분열한 정파를 하나로 모아 동의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민 권력을 만드는 것은 점령군 미군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미군은 실패했고, 결국 시아파는 누리 카말 알말리키 총리의 불안한 정부, 수니파는 반(反)정부 무장세력, 쿠르드족은 자체 영토와 권력을 지닌 세력으로 분리됐다. 이들 간 권력 투쟁으로 개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라크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미국은 정치세력 간 동의에 따라 새로운 헌법과 법률을 제정한 뒤 선거를 실시하길 원했다. 하지만 초기 점령에 서툰 나머지 시아파 세력이 주로 참여한 가운데 선거를 실시했다. 자카리아의 평가에 따르면, 고래로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시아파에게 선거는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정적을 압살하는 명분에 불과했다. 자유와 법 가치는 가볍게 취급됐다.

이 두 교훈은 바로 북한 붕괴에 적용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먼저 북한 내부에 각기 다른 정치세력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 1950년대 종파사건 이후 북한 내부에는 김씨 일가 독재를 추종하는 단 하나의 정치세력이 있었을 뿐이다. 이에 반대하는 개인과 조직은 숙청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 탈북자는 “김씨 일가에 순응하는 척하며 북한 붕괴 날만 기다리는, 깨어 있는 다수 북한 주민이 있다”고 증언했다. 북한 내부에 대안 정치세력이 존재한다 해도 이들이 어떤 게임 룰에 따라 새로운 정치체제 구성에 참여할지는 북한이라는 국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지,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룰지 등 더 큰 국제정치적 이슈를 해결한 뒤에야 결정될 문제다.

이라크 전쟁 10년

미국인 10명 중 6명 “가치 없는 전쟁”…여전히 총성과 테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이스라엘 순방을 앞둔 3월 19일 이라크 전쟁 발발 1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뜻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국민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이번 전쟁에 참전한 모든 희생자와 장병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에게 미래를 가꿀 기회를 주고자 희생했다’고 치하한 미국인 희생자는 10년 동안 4488명. 그동안 미국이 퍼부은 비용만 1조7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라크 재건 등에 향후 40년 동안 6조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이라크는 아직 전쟁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 발언이 있기 직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등지에서 주로 시아파를 겨냥한 연쇄 테러로 최소 56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고 AP통신이 3월 19일 보도했다. 또한 AFP는 76명이 사망한 지난해 9월 9일 연쇄 테러 이후 하루 사망자 수로는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집권 시아파를 상대로 수니파와 쿠르드족 간 벌이는 유혈분쟁으로 개전 10년 동안 이라크인 18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말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폭력사태가 빈발하고 치안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사라졌지만 국가 재건 작업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10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퍼부은 전쟁에서 상대편이던 미국은 재정위기에 빠져 유일 초강대국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이라크 전쟁 10년 특집 인터뷰에서 “미국인의 피와 재산을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에 엄청나게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6명은 이라크 전쟁에 비판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랭어리서치가 최근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58%가 전쟁비용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볼 때 이라크 전쟁은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었다’고 답했다고 ABC 뉴스가 3월 17일 보도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CNN 인터뷰에서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면서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으면 2011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변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국민은 내 형이 보여준 결단력을 존경하게 될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미뤘다.




주간동아 880호 (p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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