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0

2013.03.25

“朴 대통령, 다름 인정 않으면 여당도 정치하기 힘들어”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3-25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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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대통령, 다름 인정 않으면 여당도 정치하기 힘들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0여 일간 지루한 협상 끝에 결국 타결됐다. A4 용지 8장 분량의 합의사항을 도출하고도 ‘지상파 방송 허가권’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변경허가권’을 두고 딴소리를 하던 여야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준 채 3월 임시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이 돼서야 합의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취임한 첫 대통령이 됐다. 이 와중에 지난해 5월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선진화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의안 신속처리 절차’가 논란 대상이 됐다. 정부조직법과 같이 처리가 지연되는 안건은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상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3/5인 180명 동의가 필요해 새누리당(152석)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은 “전체 의원 3/5이 찬성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한 것은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이 법을 주도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끈했다. “야당의 발목잡기와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선진화법 탓으로 돌린다”고 반박한다. 3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 의원을 만났다.

    ▼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어렵게 합의됐지만 또 논란이다.

    “47일간 여야 협상이 준 교훈은 따로 있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을 바꾸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정부조직을 급하게 바꾸지 말고 1, 2년 운영해본 뒤 바꾸면 안 되나. 이번 협상은 야당이 발목을 잡은 게 분명하지만, 여당도 대화와 타협이 부족한 탓이 크다.”

    “朴대통령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 지도부는 선진화법이 개정안 처리 지연 원인이라고 보는데.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31차례 몸싸움이 있었다. 합의가 안 되면 야당은 장외로 뛰쳐나갔다. 이 때문에 국민은 국회를 ‘싸움장’이라고 인식한다. 따지고 보면 1년에 2, 3차례 몸싸움하는 거다. 특히 예산안 처리 때는 매번 싸웠다. 그런데 선진화법으로 예산안은 11월 30일까지 예결위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도록 했다. 정부 예산안이 법정기일(12월 2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예산문제를 빼면 1년에 한두 번 법안을 갖고 싸우는데, 이런 싸움이 예상되는 법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숙고해보자는 거다. 여야 지도부의 당리당략과 이해관계, 그리고 법제사법위원장 반대로 법안 처리가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법이 문제가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선진화법 위헌 제소를 한다는 것은 어렵게 낳은 자식을 친자소송하는 꼴이다.”

    ▼ 정부조직법을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킨 전례는 없지 않나.

    “그렇다. 선진화법과 관계없이 개정안은 직권상정을 해서 몸싸움을 한 전례가 없다. 선진화법이 있든 없든 몸싸움하면서 여당이 단독 처리할 사안은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찬성표도 던졌는데.

    “박 대통령은 당시 ‘3/5이 필요한 법안은 1년에 한두 건 아닌가요’라고 말하면서 찬성한다고 했다. 법을 다 이해하고 있었다. 개정안 문제는 결국 여야가 협상력, 정치력 부족이 문제였다.”

    ▼ 박 대통령은 개정안 협상 당시 담화를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나서는 모양은 아주 제한적이어야 한다. 여야가 협상하는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본다.”

    ▼ 왜 그런가.

    “박 대통령은 삶 자체가 자기희생적이다. 그래서 아우라(Aura)와 권위가 있다. 애국심이 바탕이 돼 사심도 없다. 이는 야당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것이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틀리지 않다’ ‘문제제기하는 측에 뭔가 사심이 있다’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런 오류에 빠지면 국민통합은 물론 대화와 타협도 실종된다. 대통령은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 틀릴 수 있다?

    “북한 김정은의 행태나 국방 및 안보 문제에는 옳고 그름이 있지만, 국내 문제와 야당과의 문제는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다름이 있을 뿐이다. 이 다름을 좁히는 게 정치다.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면 제2, 제3 대통령 담화가 나오게 된다. 대통령 담화가 이어지면 그만큼 효과는 떨어지고 그 카드는 더는 쓸 수 없게 된다.”

    ▼ 의원총회를 봐도 그렇고, ‘초선의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너무 조용한 건 좋지 않다. 생각해보라.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이 대통령은 성공했다. 왜냐? 박근혜라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이 여당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균형, 적당한 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당은 강해졌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 당내 ‘예스맨’이 많다는 건가.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 뜻을 무비판적으로 관철하는 리더십이냐, 대통령에게도 ‘아닙니다’라고 직언하는 리더십이냐. 나는 후자라 본다. 그래야 ‘대통령도 양보했는데 이젠 야당도 양보해달라’면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 직접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나.

    “지금까지는 정부조직법 때문에 고민을 못 했는데, 이젠 의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거다. 선거와 관계없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젠 정치개혁 과제를 다뤄야 한다.”

    ▼ 정치개혁 과제?

    “스스로 정치개혁이 안 되는 우리 정치구조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 권위를 낮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그래서 국민 눈치를 보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개혁은 자기희생만 각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 그래서 공부모임을 시작하나.

    남 의원실에는 의원에게 보내는 ‘사회적 시장경제 연구모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와 교수 요목이 잔뜩 쌓여 있었다. 연말까지 매주 목요일 모여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 한국적 자본주의 발전모형을 찾아보자는 공부모임이다.

    “미국의 자유시장경제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스템 문제, 즉 양극화가 심화하고 (경제) 성장도 문제가 됐다.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온 거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코리아 모델’이 필요하다.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도 누가 새로운 국가 비전 모델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독일 시장경제와 권력구조에 주목한다.”

    “대선 출마? 지금은 새 정치 만들 뿐”

    ▼ 2017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건가.

    “기자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한때 나도 ‘자리’를 목적으로 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리’는 내가 가는 길의 한 방편, 혹은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198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체제,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데 내가 그 중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 새로운 정치는 뭔가.

    “박근혜 대통령까지는 영웅들 시대였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영웅들 시대. 이제는 그러한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대화와 타협, 양보가 필요한 시대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노동이다. 박 대통령도 고용률 70%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50대 초반에 은퇴하며, 비정규직이 고통 받는 이런 시대에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정부 모두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보여준 노사정 대타협을 우리도 이뤄야 한다.”

    ▼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사표를 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할 말이 없다.”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됐는데.

    “군은 수장 리더십이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다. 후보자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지금같이 엄중한 시기에 장관이 리더십을 보여주기 어렵다면 교체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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