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7

2013.03.04

벌써 2승…심상찮은 ‘태극돌풍’

실력 빵빵 한국 여자골퍼 올 LPGA서 최고 성적 기대

  • 주영로 스포츠동아 스포츠2부 기자na1872@donga.com

    입력2013-03-04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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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애(25·미래에셋 자산운용)에 이어 박인비(25)까지. 2013년 한국 여자 프로골퍼 기세가 무섭다. 신지애는 2월 17일 호주 캔버라의 로열 캔버라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개막전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20만 달러·우승상금 18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시즌 개막전 우승은 2006년 김주미(28) 이후 처음이다.

    개막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한국 낭자군단의 기세를 이어받아, 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박인비가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개막 2경기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역대 처음이다. 2012년 9승을 합작하며 태극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낭자들의 맹활약은 2013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지애는 우승에 목말라 있다. 지난해 2승(킹스밀 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올렸지만 앞선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에 부족하다. 그는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우승 이후 약 1년 10개월을 우승 트로피 없이 보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신지애는 2008 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렸다.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브리티시여자오픈과 미즈노 클래식,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2009년 정식으로 LPGA 멤버가 된 뒤에는 우승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데뷔 첫해 우승 트로피 3개를 따내면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LPGA 투어 상금왕이 됐다. 우승 행진은 2010년에도 계속됐다. 에비앙 마스터스와 미즈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데뷔와 동시에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한 신지애는 2010년 5월 마침내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한국 여자골프 지존에서 세계 여자골프 1인자로 우뚝 선 것이다.

    신지애 이어 박인비도 우승 트로피



    잘나가던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1 시즌을 앞두고 라식시술을 받은 뒤 성적이 내리막길을 탔다. 그는 “라식시술에 따른 부작용은 없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다. 2011 시즌 중반 맹장염으로 갑작스레 수술대에 오르면서 2주 가까이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

    위기는 2012년 중반까지 계속됐다. 1월 호주에서 경기 중 왼손바닥 부상을 입었다. 손가락 부근 작은 뼛조각이 떨어져나간 것. 부상을 참고 경기에 나섰지만 몇 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5월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과 재활을 끝내고 2개월여 만에 필드로 돌아온 신지애는 달라졌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더 성숙해졌다. 부활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7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결실을 맛봤다. 1년 10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지존’ 명성을 되찾았다. 상승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확실한 부활 신고식을 치렀다.

    신지애는 2013년 큰 목표를 세웠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올해의 선수’가 되는 것. 시즌 개막전을 멋지게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목표를 향해 상쾌한 첫발을 내디뎠다.

    박인비는 그동안 신지애와 최나연(26·SK텔레콤 스포츠단) 그늘에 가려 있었다. 실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3인자에 머물던 박인비가 2012년 당당하게 비상했다. 2012 LPGA 투어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을 손에 넣으며 2관왕이 됐다.

    박인비 활약은 대단했다. 2008 US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깜짝 스타가 됐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할 스타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우승이 없다는 게 약점이었다. 박인비라는 이름을 다시 알리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2012년 7월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를 제패하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10월 열린 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신지애와 최나연 그늘에서 벗어났다. 박인비는 2012년 우승 두 번과 준우승 여섯 번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선수로는 처음 한 시즌 200만 달러 이상 상금을 번 선수가 됐다.

    단숨에 한국낭자 에이스가 된 박인비는 2013년 포문도 화려하게 열었다. 그는 2월 24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 혼다 타일랜드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최종 4라운드를 공동 5위로 출발한 그는 선두 경쟁을 펼치다 1위에 2타 뒤진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태국 신예 아리야 주타누가른은 17번 홀까지 박인비에 2타 앞섰다. 마지막 18번 홀만 지나면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운 여신은 주타누가른이 아닌 박인비를 선택했다. 주타누가른은 18번 홀에서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면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 한꺼번에 3타를 까먹으면서 박인비에게 우승을 내줬다. 상대 실수로 거둔 우승이지만 박인비는 우승자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그는 이날 5언더파 67타를 치며 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벌써 2승…심상찮은 ‘태극돌풍’
    박인비 상승세는 거침없다. 지난해 8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한 이후 7개월 동안 3승을 쓸어 담았다. 2월 25일 발표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상승세가 가장 돋보인다.

    10승 이상 합작할 가능성 높아

    2013년 한국낭자들은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LPGA 투어 한 시즌 역대 최다승(12승·2013 LPGA 투어 대회는 26개) 기록 경신이다.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이 LPGA 투어에서 한 해 10승 이상을 합작한 것은 2006년(11승), 2009년(12승), 2010년(10승) 세 차례다. 2010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LPGA 투어 인기 하락으로 대회 수가 줄었지만 올해도 10승 이상 합작할 가능성이 높다.

    기록 경신 열쇠는 신지애, 박인비, 최나연이 쥐고 있다. 신지애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3승을 기록했다. 2010년 2승, 2012년 2승에 이어 2013년 개막전 우승까지 개인 통산 11승을 챙겼다. 박세리(25승)에 이어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신지애의 개막전 우승은 큰 의미를 갖는다. 신지애는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다. 국내에서는 한 시즌 9승까지 기록했다. LPGA 투어에서 이를 재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한 개막전 우승을 통해 동계훈련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도 기술적,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와 최나연 활약도 기대된다. 둘 다 최소 2승 이상은 무난한 실력을 갖췄다. 박인비는 혼다 타일랜드 우승으로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었다. 샷 감각이 절정에 다다랐고, 약혼자와 함께 투어 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나연의 건재도 힘을 보탠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나연은 “메이저 대회에서 또 우승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실력으로 볼 때 무난한 목표다.

    다른 우승 후보도 즐비하다.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유소연(23·IB스포츠)을 비롯해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 유선영(26·정관장), 서희경(27·하이트진로) 등은 언제든 우승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골프 천재로 불리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한국 이름 고보경)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낭자들은 역대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지만 세계랭킹 25위로 메이저 대회 출전 자격을 갖고 있다. 2013년 한국 낭자들이 어떤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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