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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Ⅰ박근혜 대통령 시대 10

‘태평成大’에서 ‘태풍成大’로

성균관대 출신들 박근혜 정부서 대약진…전문성과 능력 ‘우연의 일치’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태평成大’에서 ‘태풍成大’로

‘태평成大’에서 ‘태풍成大’로
“이러다 성균관대 줄임말 성대가 ‘성균관청와대’를 뜻하는 약어(略語)가 되는 것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 모교 서강대가 ‘왕립대학’일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성대가 왕립대학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주변에서 회자된 ‘조크’ 가운데 일부다. 박근혜 정부 조각과 대통령비서실 인사에 성대 출신이 대거 포진함에 따라 성대 대약진은 일약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2월 18일은 가히 ‘성균관 데이(day)’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지명된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진 4명 모두가 성대 동문.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은 3선 의원(16~18대)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로 법학과(67학번) 출신. 대통령국정기획수석 내정자인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역시 행정학과(76학번)를 졸업하고 모교 교수와 국정관리대학원장을 지냈다. 민정수석 내정자 곽상도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도 법학과(79학번), 홍보수석으로 내정된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역시 신문방송학과(68학번) 출신이다. 이튿날인 19일엔 경영학과(78학번) 출신 모철민 인수위 여성복지분과 간사가 교육문화수석에 내정돼 ‘성대 돌풍’에 한몫했다.

2월 18일은 ‘성균관 데이’



이에 앞선 내각 인선에서도 이미 성대는 법정대학(64학번) 출신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법학과(77학번) 출신으로 부산고검장을 지낸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배출한 바 있다.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발표된 1기 내각(18명)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내정자(12명) 등 최고 요직에 기용된 파워엘리트 30명 가운데 성대 출신은 7명. 서울대(10명) 다음으로 많고, 전체 23%에 달한다(육군사관학교 3명, 연세대 2명, 기타 8명). 더욱이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사정 라인 핵심 인사 4명이 모두 같은 학과 출신이라는 점은 유례가 없는 일. 그야말로 ‘파격 중 파격’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16명, 참여정부 당시 21명 명단에 성대 출신이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성대 출신 인사의 부각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특정 대학 출신에 편향된 인사’라는 것. 하지만 인수위 측은 박 대통령과 성대 간 개인적 인연은 없으며, 해당 분야 전문성과 능력을 기준으로 인선하다 보니 생긴 우연의 일치라고 못 박았다.

성대가 갑작스레 인재 산실로 급부상한 데 대해 성대 출신들의 반응은 어떨까. 성대 측은 언론 취재에 대해 공식 코멘트를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문 20여만 명을 회원으로 둔 성대총동창회(회장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측은 ‘성대 전성시대’ 요인을 이렇게 풀이한다.

“이번 성대 출신 인사의 대거 등용은 올해로 건학 614주년을 맞은 성대 역사에서 최고 광영(光榮)이다. 상당수 언론이 ‘성대 쏠림 현상’이라 비판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없던 ‘특별한 일’이라서 그럴 뿐이다.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으로 발탁된 게 아니다.”

황교일 성대총동창회 사무국장(중어중문학과 63학번)은 “그동안 성대 동문은 공직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묵묵히 본업에 정진하며 자리매김해왔다.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능력을 인정받아온 게 이제 결실을 맺을 시기를 맞은 것”이라며 “대학과 재단, 총동창회가 삼위일체로 모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성대 동문의 관계(官界) 진출이 이어질 것이다. 이는 ‘태평성대(太平成大)’가 ‘태풍성대(颱風成大)’로 도약하는 과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성대 출신 인사의 관계 진출은 다른 주요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뜸했다. 추경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거론될 정도다.

반면 금융계에선 두각을 나타낸 동문이 적지 않다.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다. 정계 경우, 총선 때마다 성대 동문 20여 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의정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다.

성대 여러 학과 가운데 최대 관심 대상은 단연 법학과다. 내각 수장인 국무총리 후보자, 청와대 참모진을 이끌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 각기 내각과 청와대 핵심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민정수석 내정자를 동시에 배출해서다. 특히 황교안 후보자는 성대 법과대학동문회 회장도 맡고 있다. 법대 동문은 1만여 명. 현직 법조인도 1000여 명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황 내정자는 매달 발행하는 성대총동창회보 ‘성균회보’ 2월 4일자 ‘명륜춘추’ 코너에 ‘동창회론’이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성대 법과대학동문회 총무 박기억(법학과 82학번) 변호사는 “성대 법대 출신 발탁이 특정학과나 특정인을 콕 집어서 한 인사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정홍원 후보자 지명 과정만 살펴봐도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생긴 일인 만큼 의도된 인사라고 보기 힘들다”며 “이번에 발탁된 동문들은 이미 소속 조직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언제든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명 모두 조용한 성품에다 능력을 인정받아온 ‘선비’ 스타일이어서 동문회에서도 신망이 두텁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선과 관련은 없지만, 1월 21일 대한변호사협회 사상 첫 직선 회장으로 당선된 위철환 변호사도 성대 법학과 81학번이다.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과 함께 해마다 많은 고시 합격자를 배출해온 성대 법대는 1981년 전기 모집으로 전환하기 전인 후기대 당시 더 유명했다. 서울대 법대에 떨어지면 후기에 성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당연히 커트라인도 높았다.

성실성과 겸손함 갖춰

‘태평成大’에서 ‘태풍成大’로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전경과 엠블럼.

후기대 신입생 특성은 ‘2등 콤플렉스’로 일부 드러났지만, 노력파 양산으로도 나타났다. 본고사 마지막 세대로 후기대 모집에서 성대에 진학한 남봉우(중어중문학과 80학번) 내일신문 편집국장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학교 백’ ‘선배 백’이 없다시피 한 후기대고,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문화도 없다 보니 성대생에겐 스스로 힘을 키워 사회에서 성공을 이뤄내야만 한다는 인식이 지금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래서 역량을 키우려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고, 몸담은 조직에서도 조용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며 “이번 인선에서 성대 약진이 가능했던 것도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도 남 앞에 좀처럼 나서지 않고 뭉치지 않는 ‘성대 스타일’이 힘(권력)을 과시하거나 남용하는 인물을 경계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그 예로 허태열 내정자가 친박계 중에서도 정무 색채를 띤 비서형 인물이라는 점, 곽상도 내정자가 대형 경제사건을 전담한 특수통이면서도 검사장 승진엔 실패해 ‘검찰권력’과 거리가 멀다는 점, 이남기 내정자가 공중파 예능PD 출신으로 꾸준히 일만 해온 스타일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남기 내정자의 첫 지원 대학은 서울대. 그는 성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성언회(成言會)’ 현직 회장이다. 중앙일간지와 방송사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성언회 회원은 400명에 육박한다. 황교안 후보자도 서울대 법대를 지원했다 떨어져 성대에 입학한 경우.

남 국장은 “박 대통령에겐 대통령 국정철학을 열심히 실천하고 제대로 전파할 ‘머슴’이 필요하다. 출범 초기부터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로 채워져 스스로 주인의식부터 지녔던 이명박 정부 때와 사정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유학이념을 내세우며 건립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교시로 삼은 학풍(學風)을 간직한 성대 출신 인사의 성실성과 겸손함이 인선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대 출신 인사의 핵심 요직 진출로 국정운영 편향이 우려된다는 세간 지적에 대해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iGM컨설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인선 당사자들은 마땅히 자중해야 하고 또 그러리라 본다. 그런데 만일 성대가 아닌 서강대 출신 인사가 대거 발탁됐다면 어땠을까. 대통령 동문들이니 성대 약진보다 더 큰 이슈가 되지 않았겠나. 서강대도 아닌 성대 출신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주인을 자처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



주간동아 876호 (p32~33)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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