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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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같이 똬리 틀고 ‘황홀한 유혹’

참뱀차즈기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2-18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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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같이 똬리 틀고 ‘황홀한 유혹’
    올해는 계사년 뱀 해입니다. 뱀 해이다 보니 발밑을 스르르 지나가는,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징그럽기까지 하던 뱀 이미지가 좋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겨울잠을 자느라 한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나 허물을 벗으니 매번 다시 사는 영생의 상징이요, 집안에 풍요와 재물과 복을 주는 신이면서 지혜로움까지 갖춘 존재이지요. 그래도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뱀을 좋아하긴 쉽지 않은데, 이런 모든 찜찜함을 한 번에 날려주는 우리 꽃이 있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뱀 모습을 한 참뱀차즈기입니다.

    참뱀차즈기 꽃을 보면 정말 뱀을 닮았습니다. 통꽃인 꽃잎이 벌어진 모습이 마치 먹이를 잡아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린 뱀 같지요. 길고 가늘게 나온 암술은 꼭 뱀 혀 같고, 자세히 보면 살짝 드러나는 수술들은 뱀 이빨 같습니다. 참뱀차즈기 한 포기에서 길게 올린 꽃대는 똬리를 튼 채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뱀 모습처럼 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뱀 말이지요.

    참뱀차즈기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 희귀식물 범주에 들기도 합니다. 참뱀차즈기의 식물학적 의미는 정말 특별하답니다. 설악산, 가야산, 소백산, 지리산 같은 크고 깊은 산, 물 빠짐이 좋고 살짝 햇살이 들거나 반쯤 그늘이 진 숲 속에서 드물게 자라니 식물로서는 귀한 존재이지요.

    뱀같이 똬리 틀고 ‘황홀한 유혹’
    참뱀차즈기는 다 자라면 어른 무릎 높이쯤 됩니다. 줄기가 아닌 뿌리에서 나온 잎들은 긴 자루를 달고 타원형 잎을 가집니다. 꽃은 한여름에 핍니다. 연한 노란색 꽃이 꽃대 마디마디에 몇 개씩 달려 꽃잎을 펼치지요.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꽃이 여러 개 모여 있는 모습을 숲에서 만나면 참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이 식물이 자라 꽃을 피우는 곳은 워낙 좋은 숲이라 그때 무더위가 한창이더라도 귀한 느낌이 든답니다.

    참뱀차즈기라는 이름에서 ‘참’은 진짜라는 뜻이고, ‘차즈기’는 자줏빛을 띤 차즈기라는 식물의 잎 모양을 닮았다는 의미로 붙었습니다. 주름진 잎이며 겨울에 땅바닥에 붙어서 난 모양이 배춧잎을 닮아 그런지 뱀배추라고도 하고, 곰보배추라고도 부릅니다.



    장소를 가리는 데다 재배법도 다소 까다롭지만 매우 훌륭한 관상용 식물입니다. 한 포기씩 심기보다 나무를 심어놓은 곳 가장자리쯤, 그늘이 조금 드는 곳에 무리지어 심는 것이 보기에 좋지요. ‘배추’라는 말이 붙은 별칭을 가진 식물답게 어린순은 식용으로도 쓰입니다.

    이쯤 되면 계사년에 가장 어울리는, 아름답고 소중한 뱀을 닮은 존재를 만난 것 맞지요? 뱀이 가지는 좋은 의미와 참뱀차즈기가 보여주는 고운 모습을 함께 간직하면서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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