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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후조리원 감동 먹었스므니다”

일본 내 신한류는 생활밀착 한국 스타일…가정식 요리, 화장품 등에 푹 빠져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산후조리원 감동 먹었스므니다”

“산후조리원 감동 먹었스므니다”

일본에 한국 가정식 붐을 일으킨 요리연구가 코켄테츠.

과거 ‘한류’라고 하면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그룹 등 대중문화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독도 분쟁이 가시화한 2012년 일본 TV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를 요구하는 극우파의 가두시위,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싼 혐한 기류, 이에 따른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한류 열풍이 주춤하는 듯했다.

특히 지난해 말 NHK TV의 ‘홍백가합전’에 한류 스타가 한 팀도 등장하지 않은 데 대해 일본 언론은 “드디어 한류도 끝났다” “한류 거품도 여기까지” 등 자극적인 타이틀로 연일 ‘한류 끝’을 알리는 보도를 내놓았다. 2002년 보아가 한국 아이돌 가수 최초로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이래 10년간 홍백가합전에는 반드시 한국 아이돌이 출연했고, 2011년만 해도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세 팀이 출연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류 스타에 대한 관심이 주춤한 것과 달리 일본 곳곳에서 ‘한국 스타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분야가 ‘요리’다. ‘야키니쿠’라고 부르는 불고기와 ‘기무치’라고 부르는 김치는 예전에도 일본 내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 한국 음식 붐은 그 양상이 다르다.

스테디셀러 막걸리와 부침개

최근 일본에선 ‘치지미’로 알려진 부침개, 순두부찌개와 청국장 같은 찌개류, 콩나물무침과 시금치무침, 무나물 같은 나물류, 김치볶음밥 같은 별식 등 ‘요릿집의 특별한 요리’가 아닌 어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식’이 인기다. 특이한 점은 가정식에 대한 인기가 일본 내 한국 식당 메뉴가 늘어났다는 의미를 넘어, 일반 가정에까지 ‘한국 스타일’이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한국 가정식이 알려지게 된 데는 요리연구가 코켄테츠 공이 크다. ‘요리하는 남자’로 잘 알려진 코켄테츠 본명은 고현철로, 한국인 부모를 둔 오사카 출신 재일교포 2세다. 한국요리연구가 이영림 씨를 모친으로 둔 코켄테츠는 어머니에게 배운 한국 요리 실력을 일본 요리, 이탈리아 요리, 에스닉 요리(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제3세계의 고유한 음식, 혹은 동남아 음식)에 결합한 독특하면서도 간편한 조리법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가 개발한 요리들이 요리 프로그램과 요리 전문지 등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본 주부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요리와 더불어 한국 술에 대한 인기도 승승장구 중이다. 한때 ‘막걸리 붐’이라고 불리던 막걸리에 대한 선호는 이제 붐을 넘어 주류업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일었던 막걸리 붐은 이제 세대와 지역을 확대해 술에 대한 취향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중·장년층 남성과 사케, 소주 등 일본 전통 술의 수요가 많던 지방 소도시로까지 번지고 있다.

1월 6일 한 인터넷 언론 기사를 보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막걸리를 한국 술이라고 알고 있었으며 먹고 난 다음 모두 먹기 쉽고 좋은 술이라고 한마디씩 하기도 했습니다”라며 일본 시가현 이나타리 마을의 산신제에서 일본 사케와 한국 막걸리가 사용됐음을 알렸다.

일본인 사이에서 ‘한국 스타일’의 인기는 의료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여배우의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원하는 일부 일본 여성이 한국 피부과에서 시술받거나 다이어트 한약을 구입하려고 한의원을 찾는 일은 그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진료과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한 보약 조제나 아토피, 비염 등 지병을 고치려고 한의원을 찾거나 심지어 한국 한의원에서 불임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긴 것.

도쿄에 거주하는 나카오카 씨는 “한국에 가면 불임에 효과 있는 한약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 한의원에서 불임치료를 받았다”면서 “같은 불임클리닉에 다니던 부부 가운데 한약을 먹고 정말 임신한 이들이 있어 소개받았는데, 일본 산부인과에선 듣지 못했던 한의학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신뢰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양질의 출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본에는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에 산모의 건강 회복에서부터 신생아 관리, 육아법 지도 등 출산 후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도쿄 아카사카, 세타가야 등지에 한국식 산후조리원도 생겼다.

한국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으로 원정출산을 오는 일본 여성도 늘고 있다. 드라마 ‘너는 펫’의 주인공이자 ‘라스트 사무라이’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 여배우’로도 이름을 떨친 코유키도 그중 한 사람이다. 영화 ‘데스노트’ ‘노르웨이의 숲’의 주연배우 마쓰야마 겐이치의 아내이기도 한 코유키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한국 원정출산을 결정했다. “취재를 위해 찾았던 한국 산후조리원의 시스템에 감명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잡음 없이 신뢰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

출산 예정일 전 한국으로 건너와 딸아이를 순산한 후 곧바로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코유키는 현재 서울 강남 모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다. 코유키의 원정출산에 대해 ‘한국 산후조리원의 원내 감염’ 등을 보도하면서 부정적 태도를 취한 일본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돌아오지 마라’는 댓글을 남기는 누리꾼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여성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육아 전문 인터넷 언론인 ‘마마픽스’는 코유키의 원정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가족이 모두 함께 묵을 수 있고, 모유수유를 배우는 등 산모에게 필요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후 일본에서도 산후 보호 시설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하지만 한국 요리, 막걸리 등 요식업 분야에서 한류가 안정세를 타는 것과 달리, 의료 분야 한류가 과연 이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피부과, 한의원,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한국인 환자에 비해 높은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부작용 발생 사례에 대해 미숙하게 대응하는 일부 병원의 처사는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받는다.

출산 직후만 해도 일본 내 한국 산후조리원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였던 코유키의 원정출산은 코유키가 한때 산후조리원 측으로부터 ‘야반도주’ ‘사용료 미지불’ 의혹을 받고 피소되면서 문제에 봉착했다. ‘산후조리원 간 과다경쟁’과 ‘코유키의 특별대우 요구’로 일단락되고 곧이어 새로 옮긴 산후조리원 관계자를 통해 코유키가 “연일 ‘나이스’를 외치며 지낸다”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한 번 발생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엔 역부족이다.

일본 내 한류가 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콘텐츠 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케이팝(K-pop) 스타에 대한 열기가 사라진 데는 일본의 극우화도 원인이지만 결정적 계기는 동방신기, 카라, 티아라 등 아이돌 그룹 멤버 간 불화설과 기획사의 노예계약, 기획사 대표의 성폭력 등 연예계에서 잇달아 일어난 부정적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인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진정한 한류로 자리 잡으려면 그들에게 장삿속이 아닌 신뢰를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주간동아 874호 (p82~83)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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