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2013.02.04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시범케이스’로 걸렸나

위기의 검찰, 오너 비리 털기에 박차

  • 김성배 내일신문 사회부 기자 sbkim@naeil.com

    입력2013-02-04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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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시범케이스’로 걸렸나
    1월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통상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다는 점에서 검찰이 지나치게 형량을 낮췄다는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내심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고, 3년 이하 징역은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테니스 친구로 알려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결심공판을 앞두고 양형 기준 최저치에 해당하는 4년 구형을 지시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LI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봐주기 수사 지시 의혹까지 겹쳐 검찰 내부는 크게 흔들렸다. 이는 한 총장이 옷을 벗는 계기가 됐다.

    앞서 김광준 부장검사가 기업에서 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검사 성추문 사태까지 겹쳐 검찰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더 높아졌다. 검찰의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유례없이 전담반까지 꾸려

    위기에 처한 검찰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지원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수사에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바람을 타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직접 ‘메스’를 가하겠다는 출구전략이다.



    검찰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가 예상됨에 따라 지검별로 기업 수사인력을 보충하고 전담반을 꾸리는 등 대기업 오너의 비리 털기에 시동을 걸었다. 비리 정치인 등 ‘거악’에 대한 수사는 뒤로 빠지고, 기업 수사가 전진 배치됐다.

    한 검사장은 “검찰이 비판에 몰려 기업 수사를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개혁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례없이 대기업 부당지원 수사 전담반까지 꾸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은재 부장)는 1월 8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의 가족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수사하려고 특수부 검사 2명을 파견받아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지난해 말 신세계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와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면서 정 부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정 부회장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려고 소환조사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용진 부회장과 허인철 대표이사 등 신세계그룹과 이마트 임직원 19명이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1월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정회 부장)에 배당했다.

    검찰은 노조 설립과 관련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기초 조사한 뒤 각 점포별로 실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위법행위가 이뤄졌는지, 경영진이 사전에 보고받거나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가려낼 계획이다.

    검찰의 때 아닌 수사 의지에 기업은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부당지원이나 압력, 불법거래에 대한 의혹 및 고소, 고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그동안 시민단체의 대기업 오너 고발사례도 숱하게 많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움직임은 다르다. 정 부회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예상되기도 한다. 기업 중견 간부와 홍보 담당자가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출퇴근하는 일도 잦아졌다. 한 대기업 중견 간부는 이렇게 진단했다.

    “기업 오너의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사건이 아니면 검찰이 이렇게 기업 수사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았다. 기업 부당거래에 대해 검찰이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나섰는데, 수사해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식의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오너 일가 가운데 누군가는 희생돼야 하지 않겠나.”

    답보 상태에 놓인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의혹 수사가 동력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검찰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 수사가 실질적으로 가격 담합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건이어서 지지부진했지만, 감사원 발표에 따라 추가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주목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4대강 사업 입찰 기업의 담합을 확인하고도 과징금만 부과한 채 형사고발하지 않자,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6월 공정위와 공사업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들 건설기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 등 부정거래에 관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제외하고 수사하려 니 확실한 혐의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기업 수사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하는 처지였다.

    검찰은 박 당선인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에 주목한다. 공정위 고발 없이도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리라 보고 수사인력 확충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검찰은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는다는 의미로 제약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리베이트전담수사팀(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동아제약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연속으로 청구하는 등 제약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오너 비리에 칼을 겨눈 것이 과연 긍정적 출구전략으로 작용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기업의 반격이 만만치 않게 검찰을 압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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